최근 방송을 시작한 MBC 드라마 에 이런 장면이 나왔다. 재계서열 5위 안에 드는 그룹 총수의 아들이 자신, 아니 정확히는 부친의 소유인 백화점에 들렀는데, 여성 주차안내원이 VIP인 자신의 차를 알아보지 못하자 차 옆으로 불러 반쯤 무릎 꿇린 자세로 앉힌 후 짜증을 부린다. 이 모습을 본 다른 주차안내원이 불만 섞인 혼잣말을 내뱉는데, 이 말을 들은 재벌 2세 남성은 화를 내며 차 밖으로 나와 그를 밀쳐 넘어뜨리고 이에 항의하는 여성 주차안내원을 무릎 꿇린다.드라마 홈페이지 속 등장인물 소개와 인물 관계도를 찾아봤다. 재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망가지지 않은 언론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그중에서도 심각하게 망가진 언론 중 한 곳은 바로 MBC였다.MBC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그리고 이들 정권에서 임명한 경영진이 생존했던 마지막 1년을 포함한 지난 10년 동안 두 번의 장기 파업에 나섰던 MBC 언론인들이 절절하게 고백한 잘못과 수치의 말들만 봐도 알 수 있다.이들은 시청자 국민에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정상 방송의 모습을 찾겠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지난 연말, 이들은 전임 정권에서 임명한 경영진을 합법적으로 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 안에서 국민은 딱 하루, 투표일에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선거 당일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하지만 투표를 한다 해도 그게 과연 ‘제대로’ 주권을 행사한 행위였다고 볼 수 있을까.생각해보자. 제대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다시 말해 유권자 스스로 아깝지 않은 한 표를 던졌다 자신하기 위해선,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골랐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한 명의 후보를 선택하는 대선이나 국회의원 선거에선 유권자들도 어느 정도 스스로 확신하며 선택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광장을 메웠던 촛불 시민들이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을 물은 대상은 부패한 청와대와 주변의 정치·경제 권력만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무려 9년의 시간을 충실하게 정권에 복무한 언론을 시민들은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꼽았다.그리고 5월, 시민들은 정권을 교체했고 국정농단의 중심 인물들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치를 죗값이 없다고 주장하며 침묵하거나 부패 대신 무능을 선택하거나, 재판에 임하는 전략은 각기 다르지만 국정농단 세력으로 지목된 이들은 어쨌든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그러나 언론은
최근 드라마 (tvN)에서 인상적으로 본 장면이 있다. 여성의 손목을 잡아끄는 남성을 향해 주인공 시목(조승우)이 “그건 폭력”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여성의 손목을 잡아끄는 남성의 모습은 오랫동안 로맨스 혹은 남성의 분노를 표현하는 장치로 문제의식 없이 등장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성 평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여성을 다루는 미디어의 모습을 둘러싼 토론이 이어지며, 그간 드라마에서 상투적으로 등장시킨 손목 잡아끌기에 불편함을 표시하는 목소리들이 늘었다.이런 흐름에서 극 중 인물의 입으로 여성
최근 자유한국당이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라는 걸 만들고,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에 나섰다며 연일 성토 중이다. 투쟁위 첫 회의가 열린 6월 14일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은 “야당이 된 후 ‘투쟁위원회’라고 위원회를 명명한 건 처음으로, 이런 이름을 짓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정권의) 노골적인 방송장악 시도와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법에서 임기를 보장하는 공영방송 사장에 대해 퇴진 압력을 넣고, 방송법 등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 사장을 흔들려 하고 있다며 “언론자유 사수를 위한 결연한 투쟁”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이렇게나 화제였을 때가 있었던가. 41.1%의 득표율로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2주를 지나고 있는 지금 90%에 육박할 만큼,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의 만족과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이런 높은 지지율의 배경엔 국민과 허니문 기간이라는 시기의 요인과 탄핵된 전임 대통령 박근혜 씨와 대비 효과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탕평 인사로 확인한 검찰·재벌 개혁과 유리천창 타파 의지,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여 명 정규직 전환 약속으로 드러낸 노
3월 중순께 한 친구가 단체 대화방에 “심상정 의원 대선 출마”라는 톡을 남겼다. 순간 당황했다. 까닭은 심상정 의원이 현재(4월3일 기준) 원내 정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거나 경선 중인 후보들 중 가장 먼저 선출된 대선 후보였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리자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뉴스랑 방송에 나오는 건 대부분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정도니까. 내가 요새 너무 바빠서 뉴스를 세세하게 챙기지 못했나봐.”하지만 뉴스를 전혀 소비하지 않는 게 아닌데 이른바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는 원내 정당의 대선 후보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2월17일 ‘세계 공동체 건설’이란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자유와 번영을 확산하고 평화와 이해를 증진하며 테러리즘과 기후변화, 전염병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작동하는 글로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페이스북이 마련하겠다는 선언이다.선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가짜 뉴스(Fake news)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필터 버블(Filter Bubble·인터넷 정보제공자가 맞춤형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해 이용자가 필터링 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의 문제를 인정한 대목이다.페이스북은 지난 미
“방송의 공영성을 말하면서 야당이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은 기존의 방송계를 흔들어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2월3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이 주장에 대해 언론노조는 같은 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적반하장”이라고 응수했다. 적반하장,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얘기다. 왜 언론인들은 정 원내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 사자성어를 선택했을까.정우택 원내대표가 “기존의 방송계를 흔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2016년 7월 160명의 야당과 무소속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과 함께 “언론도 공범”이란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구호 앞에서 언론은 억울할 수 없다.“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TV조선) 운운하며 중립과 객관의 언어를 포기한 것도, 임기 내내 국민과 소통을 거부하며 1년에 한 번 연두 기자회견 외엔 언론과 ‘직접’ 만나는 일조차 꺼린 대통령의 문제를 짚지 ‘않은’ 것도, 심지어 그 한 번조차 사전에 질문 내용을 청와대에 넘기며 ‘각본’ 회견으로 만드는 데 동참한 것도 언론의 선택
Jtbc와 TV조선, 등이 연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종을 터트리며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언론인들은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분노를 터트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방송사별로 수위는 다르지만 이달 초부터 지상파 곳곳에서 비상총회와 피케팅, 천막농성, 집회 등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지상파의 언론인들은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의 욕설 속에 쫓겨나는 게 당연한, 여전히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는 성역인 비정상의 보도 현실을 짚으며 “이러려고 기자된 게 아니
수년째 방송가의 논란거리였던 지상파 중간광고가 일단 도입을 위한 첫 발을 떼는 분위기다.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규제 완화에 대한 긍정 사인을 보내자, 그동안 지상파의 중간광고 도입 요구 때마다 고개를 가로젓던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도 지난해 지상파에 허용한 광고총량제 도입의 효과를 연말까지 분석한 뒤 중간광고 도입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사실 지상파 입장에선 중간광고 도입은 절실한 문제다. 광고라는 파이는 한정된 상황에서 이미 막강한 콘텐츠 기업으로 자라난 CJ E&M과 네 개의 종합편성채널까지 몇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8월24일 전면 단식에 돌입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조사활동 보장과 이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통과, 특조위의 선체조사 보장 등을 촉구하며 8월17일부터 이미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예은 아빠’ 유경근 씨가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선 지난 7월27일부터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와 시민사회단체의 단식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에선 가장 먼저 시작했던 특조위의 단식도,
7월21일 밤 독립 인터넷 언론인 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도하며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삼성동 자택과 논현동 빌라에서 성매매를 한 의혹이 있다.동영상에 이 회장과 여성들이 성관계를 암시하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과 이 회장이 여성들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장면 등이 나온다. 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과 함께 여기에 회사 쪽, 즉 삼성그룹이 관련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동영상 촬영 장소 중 하
정치와 언론을 흔히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로 표현하곤 한다. 사실 이 말은 언론이 취재원, 특히 정치와 관련한 취재원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을 얘기할 때 등장하는 표현이다. 어떤 면에선 정치 또한 언론에 대해 이런 관계를 설정하려는 듯 보일 때가 있다.정치인은 부고 기사만 아니면 어떻게든 언론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등장하는 걸 반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보통의 경우라면 정치와 정치인은 언론과 최대한 가깝게 관계 설정을 하고 싶어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간혹 예외의 상황도 있는 듯 보이는데, 바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됐다. 16년 만에 등장하는 여소야대 국회는 여러 풍경을 바꿀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더 이상 야당에게 ‘소수당’ 핑계를 허락하지 않는 모습이다.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의 집권여당으로 기능하던 18, 19대 국회 동안 야당, 특히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패배의 순간마다 ‘수적 열세’의 ‘소수당’이란 말 뒤로 숨었다. 출범 5년째에도 왜곡‧편파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다수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탄생 근거가 된 미디어법을 여당이 사상초유의 대리투표로 위법 처리하
언론은 공론장으로 남을 수 있을까. 38명의 야당 의원들이 무려 9일 동안 192시간25분에 걸쳐 세계 최장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는 동안 한국의 공룡 미디어들이 보인 모습을 보면 이 질문에 선뜻 긍정의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안 기존의 미디어에서 이를 보도하는 모습은 기본을 잃은 언론이 어떻게 신뢰를 잃는지, 그 과정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했다.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대하며 야당 의원들이 시작한 필리버스터였지만, 미디어들은 “국회 마비” 프레임으로 일관하며 야당에 분노한 대통령
배가 고픈 여우가 먹이를 찾아 숲 속을 뒤지다 사람이 사는 마을까지 내려왔다. 과수원엔 먹음직스러운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고 여우는 포도를 따 먹기 위해 힘껏 뛰었지만 도저히 닿지 않았다.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고 뒤돌아 나오면서 여우는 중얼댔다. “저 포도는 분명 설익었을 거야. 난 신 건 좋아하지 않아. 맛이 없거든. 난 신 포도 따위는 먹지 않아.”이솝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다. 강렬하게 원했지만 닿지 않아 포기하고도 저건 맛이 없을 거라고 합리화를 한 여우의 이야기가 떠오른 건 4‧16 세월호 참사 특
또 ‘낙하산’ 논란이다.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5일 차기 EBS 사장 공모를 내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청와대 내정설’과 함께 이명희 공주대 교수와 몇몇 ‘뉴라이트’ 인사들의 이름이 나오더니, 지난 18일 공모 마감 직후 이명희 교수가 지원한 사실이 확인되며 그의 EBS 사장 선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 교수는 역사학계 안팎에서 ‘뉴라이트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교학사 근현대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다.방통위와 EBS 주변에서는 이 교수와 같은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지원설과 유력설이 돌던 류석춘 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