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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배제는 답이 아니다[미디어 속내 42] “원내정당이 아니라서, 지지율이 좋지 않아서, 소수 의석이 적당해서, 오지마라”
김세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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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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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께 한 친구가 단체 대화방에 “심상정 의원 대선 출마”라는 톡을 남겼다. 순간 당황했다. 까닭은 심상정 의원이 현재(4월3일 기준) 원내 정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거나 경선 중인 후보들 중 가장 먼저 선출된 대선 후보였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리자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뉴스랑 방송에 나오는 건 대부분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정도니까. 내가 요새 너무 바빠서 뉴스를 세세하게 챙기지 못했나봐.”

하지만 뉴스를 전혀 소비하지 않는 게 아닌데 이른바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는 원내 정당의 대선 후보 출마 사실을 아예 몰랐던 이유를 바쁜 탓으로만 돌리기엔 뭔가 개운치 않았다. 대화를 마무리하고 이 친구가 어떻게 뉴스를 접하는지 돌아본 이유다. 신문은 구독하지 않는다. 방송 뉴스의 경우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챙겨본다. 이른바 메인뉴스라고 하는 방송의 저녁 뉴스는 정시 퇴근이 가능하고 약속이 없는 날, 식사를 하면서 20~30분가량 주요 뉴스 위주로 시청한다. 대부분의 뉴스는 인터넷 포털과 메신저를 통해 친구들이 공유하는 링크로 접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는 하지 않는다. 뉴스를 꼼꼼히 챙기기 보단 언론과 포털에서 주요하다고 내미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이에 더해 지인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관심사를 다룬 뉴스들을 부가로 소비하는 유형이다.

이와 같은 뉴스 소비 패턴을 보이는 이에겐 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루지 않고, 인터넷 포털에서 주요 뉴스로 설정하지 않을 경우 어떤 뉴스들은 존재하지 않는 게 된다. 물론 생산되는 모든 뉴스를 소비자가 다 접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아침저녁의 뉴스를 챙기고 인터넷을 통해 주요 뉴스를 접하는 언론소비자인 시민이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 그것도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한 후 치르는 대선에 출마한 소수 정당이지만 원내 정당의 후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 언론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원내 정당이 아닐 땐 원내 정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2004년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 이후엔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또 지지율이 오르면 원내의 소수 정당이라는 이유로 평시부터 선거 시기까지 언론 보도와 출연에 있어 진보 성향의 소수 정당은 꾸준하게 배제의 길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한국의 정치는 너의 실패가 곧 나의 성공인 양강․양당 구도를 이어가며 대통령과 여당의 실패에 박수를 보내는, 그리하여 양극화, 일자리, 불평등과 같은 국민의 삶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컨센서스(합의)를 마련하지 못하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해 11월21일 노조 42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아니,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기엔 보도의 편차가 너무 크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다음날인 지난 3월11일부터 일주일 동안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여섯 개의 주요 일간지에서 원내 정당의 대선 후보들을 언급한 보도를 집계한 결과를 보자. 이 기간 동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경우 모두 265건의 보도에서 언급됐다. 그 다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후보 140건,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 138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103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84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65건, 정의당 심상정 후보 25건 등의 순서였다.

가장 적게 언급된 심상정 후보의 경우 문재인 후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율로 보도에 등장하고 있었다. 심상정 후보가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바람을 묻는 질문에 “언론에 좀 많이 나왔으면”이라고 답하는 게 괜한 엄살인 아닌 것이다. 하지만 소수 정당의 후보를 언론에서 배제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심상정 후보의 4월19일 KBS 대선 후보 초청 토론 참석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KBS가 선거관리위원회의 토론 초청 기준 ▲원내 5석 이상 ▲최근 전국단위 선거 3% 이상 지지 ▲최근 일정기간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 5% 이상 보다 높은 기준 ▼원내 10석 이상 ▼최근 전국단위 선거 10% 이상 지지 ▼최근 일정기간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 10% 이상을 2007년 이래 고수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기준이 알려지며 소수 정당, 특히 진보 성향의 소수 정당 후보 배제 논란이 일자 KBS 측에서 ‘4당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참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는 게 심 후보 측의 설명이다.(4월3일 기준) 하지만 왜 원내 소수 정당의 후보가 TV 토론 출연을 위해 원내의 다수 정당들에게 사정을 해야 하는 걸까. 과연 이것이 대선 레이스 속 국민의 알 권리를,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일까.

원내 정당이 아닐 땐 원내 정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2004년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 이후엔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또 지지율이 오르면 원내의 소수 정당이라는 이유로 평시부터 선거 시기까지 언론 보도와 출연에 있어 진보 성향의 소수 정당은 꾸준하게 배제의 길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한국의 정치는 너의 실패가 곧 나의 성공인 양강․양당 구도를 이어가며 대통령과 여당의 실패에 박수를 보내는, 그리하여 양극화, 일자리, 불평등과 같은 국민의 삶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컨센서스(합의)를 마련하지 못하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지난해 20대 총선을 통해 국민은 양당 구도에 균열을 냈고 탄핵 촛불을 거치며 민주화 이후 최초로 다당제 아래서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새로운 정치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시민들의 욕구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분명한 건 익숙한 배제는 답이 아니다.

김세옥 / 미디어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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