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방송가의 논란거리였던 지상파 중간광고가 일단 도입을 위한 첫 발을 떼는 분위기다.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규제 완화에 대한 긍정 사인을 보내자, 그동안 지상파의 중간광고 도입 요구 때마다 고개를 가로젓던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도 지난해 지상파에 허용한 광고총량제 도입의 효과를 연말까지 분석한 뒤 중간광고 도입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지상파 입장에선 중간광고 도입은 절실한 문제다. 광고라는 파이는 한정된 상황에서 이미 막강한 콘텐츠 기업으로 자라난 CJ E&M과 네 개의 종합편성채널까지 몇 년 사이 경쟁 채널들이 늘어났다.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긴 하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진 시청자들은 더 이상 하나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까지 그 사이에 나오는 광고를 참고 보지 않는다.

반면 시청자들에게 상품 노출을 해야 하는 광고주 입장에선 부지불식간 방송에 녹아드는 PPL과 협찬, 방송 중간에 선보일 수 있는 중간광고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광고주들은 구매력이 있는 2049 시청률(20세부터 49세 사이 남녀 시청률)을 광고 집행의 주요 기준으로 삼다. 프로그램 전후 광고에 대한 2049 시청률은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률 대비 평균 40~50%에 그치는 반면, 중간광고 시청률은 80~90% 이상이다(2016, 홍원식 ‘방송광고 비대칭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광고주들로 하여금 지상파 콘텐츠보다 시청률에서 다소 뒤진다 하더라도 중간광고가 가능한 유료방송에 대한 광고비 투입을 더 적극 고려하게 만드는 이유다.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에서 가장 성공한 콘텐츠로 꼽히는 KBS <태양의 후예>(16부작)와 tvN <응답하라 1988>(20부작)의 평균 가구시청률은 각각 30.1%, 12.1%였다. 2049 평균 개인시청률 또한 <태양의 후예>가 15.2%로 <응답하라 1988>(8.4%)보다 높았다. 눈에 띄는 건 광고시청률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모두에 허용되는, 프로그램 전후에 배치하는 광고(프로그램 광고)의 2049 개인시청률의 경우 <응답하라 1988>은 4.8%로 <태양의 후예>(8.7%)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지상파에서 하지 못하는 중간광고 시청률은 8.4%였다. 프로그램 광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광고판매액은 <응답하라 1998>이 180억 원, <태양의 후예>가 122억 원이었다.

▲ 프로그램 시청률도 프로그램 광고 시청률도 <태양의 후예>가 높았지만, 중간광고가 가능한 <응답하라 1988>의 광고판매액이 더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제작비를 보면 <태양의 후예>는 120억 원, <응답하라 1988>은 60억 원이다.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광고판매에선 중간광고가 있는 유료방송을 이기지 못하는 현실이다. 지상파가 중간광고 도입을 끊임없이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방송계에선 중간광고를 도입할 경우 지상파의 광고 수입이 연 1000억~1300억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vN, KBS 화면캡쳐

프로그램 시청률도 프로그램 광고 시청률도 <태양의 후예>가 높았지만, 중간광고가 가능한 <응답하라 1988>의 광고판매액이 더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제작비를 보면 <태양의 후예>는 120억 원, <응답하라 1988>은 60억 원이다.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광고판매에선 중간광고가 있는 유료방송을 이기지 못하는 현실이다. 지상파가 중간광고 도입을 끊임없이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방송계에선 중간광고를 도입할 경우 지상파의 광고 수입이 연 1000억~1300억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방송 정상화”가 먼저라며 반대했던 정치권, 특히 야당의 기류 변화도 읽힌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전제로 중간광고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추를 옮겨가고 있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방송법 등의 시행령, 즉 정부에서 키를 쥐고 논의할 내용이다. 반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다. 지상파 등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중간광고 도입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중간광고 도입이라는 별개의 논의를 결과적으로 연관된 사안으로 인식하게 만든 책임에서 지상파는 과연 자유로울까. 여전히 지상파 중간광고를 반대하는 시청자 의견이 47.1%(9월 20일 한국방송학회,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실시와 시청자 인식 조사’ 보고서)인 상황에 대해, 중간광고가 없어 공정한 방송(보도)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까.

혹자는 광고 규제 완화에 대한 질문에 반대가 높은 건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광고로 인한 시청 불편을 얘기하면서도 이해를 말하는 순간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8월 MBC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속 무더기로 쏟아진 PPL에 대해 사람들이 불편과 동시에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한 제작진의 고충을 이해하는 목소리를 함께 낸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무한도전>만큼 시청자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했던가. 언론노조 SBS본부가 지난 10월5일 던진 “중간광고를 풀어주면 그 돈으로 공영성과 공정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신뢰와 확답을 지상파 스스로 내놓지 못하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지적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김세옥 <PD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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