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부터 복수노조의 시대가 열린다. 민주노조운동이 활기찼던 시절 복수노조가 되기만 하면, 무노조 사업장으로 유명한 일부 재벌 대기업에 노조 깃발을 꽂을 것 이라는 기대도 했다. 하지만 지금 현장은 기쁨보다 두려움이 더 많다. 마치 흘러가는 세월의 덧없음을 한탄해야 할 것 같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개정노조법에 따르면 교섭권을 두고 산별
지난 3월 일본 동북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사실상 파괴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이른바 천재지변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의 파손이라는 사건은 과학이 가장 발달했다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처지를 자각하게 하는 계기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물질이 만들어내는 오염이 이후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누구도
2월 중순 일본 오끼나와를 여행하면서 놀라운 장면을 봤다. 지역 TV방송국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앙케이트 조사의 결과를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발표했다. 초등학생 고학년들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직업이 무엇인지 묻는 문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과반수 이상이 희망직업을 ‘정규직’이라고 응답한 결과를 보고, 뒤통수에 망치를 맞는 느낌이었다. 머릿
노조활동이란 노조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포괄한다. 노조활동은 지역적인 사업이나 사업장 단위에서 벌이는 부서활동 뿐 아니라 현장에서 조합원의 권익침해를 막기 위해 벌이는 감시감독 활동도 동시에 의미한다. 이렇게 폭이 넓은 노조활동을 어떻게 하면 잘 할까 고민하는 활동가들이 금속노조에서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활동이 언젠가부터 폭이 좁아지고 있다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라고 노동자들의 삶에 변화가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연말연시가 되면 곧잘 벌어지는 흥청망청하는 분위기에도 끼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말 그대로 전국 방방곡곡이 투쟁판인 금속노조는 힘든 형편을 새삼스럽게 느끼면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GM대우 비정규 노동자들을 필두로 하여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들이 해를 넘기면서 이어가는 가
연평도에 폭탄이 터지면서 우리사회는 말 그대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 제로의 상황에 잠시 놓이기도 하였다. 예로부터 위정자라고 일컫는 집단은 국가폭력의 결정판인 전쟁이라는 최고조의 위험상황을 모두가 회피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악용하여 국민들에게 공포정치를 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런 과거의 경험을 새삼 떠올려주려는 듯이 전쟁위협이라는 국가폭력으로도 모자
김준일 지부장님. 저는 한국노동운동연구소의 이종래입니다. 몇 달 전에 구미지부 교육하러 갔을 때 서로 눈인사만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지부장님의 눈매는 여전히 눈에 밟힙니다. 제가 워낙 숫기가 부족한 인간이어서 그런지, 다정하게 말을 붙이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웬 뜬금없이 이렇게 편지를 쓰는지는 말 안 듣
다단계 판매를 말하면 먼저 삼각형 혹은 피라미드가 제일 많이 떠올린다. 제일 꼭대기로 이윤이 집중되면서도 윗 단계만큼은 아니어도 밑 단계의 누군가도 이득을 챙기지만, 제일 마지막 단계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이윤은 없고 비용만 지불하는 것을 다단계 경영기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단계의 가장 밑바닥에는 사람도 제일 많지만, 아래로부터 빨아들일 수 있는 이윤은
얼마 전에 있었던 새로운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는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여과 없이 투영된 자리였다. 즉, 사소한 법이라도 지키는 것이 나라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고, 모든 국민이 법을 존중하고 질서를 지키는 ‘공정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8.15 광복절에 대통령이 나서서 목소리를 높였건만, 며칠도 지나지 않은 청문회에선 후보
올 여름 더위가 한창이다. 전 지구적으로 이상기후현상이 연일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일은 자연을 수탈과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인간들에게 마치 자연이 경고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에 따른 정상적 기후변화에 익숙했던 인간들에게 이상기후현상은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이 과연 정상적이었는지를 되묻게 한다. 과잉영양화에 따른 비만을 다이어트로 해결하려는 사회
축구 시합에서 지능적인 파울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경기의 맥을 끊는 반칙을 의미한다. 물론 규칙을 위반하는 반칙은 애초부터 저질러서는 되지도 않고 심지어 부도덕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만 이기면 그만이라는 신자유주의적인 성과지상주의가 축구경기에 마저 옮겨간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상대방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반칙으로 저지하는 행위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이다. 모이기만 하면 축구이야기로 온통 뒤덮으면서, 이번에도 우리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여부를 놓고 온갖 경우의 수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생활에 찌든 사람들에게서 월드컵이 청량제 역할만을 한다면 누가 탓을 하랴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월드컵은 세상의 문제를 숨기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노동문제는
금속노조 집행부는 6월의 임단협 투쟁을 노동법개정투쟁으로 상승시키면서 투쟁의 전국화를 꾀할 계획이라 한다. 금속노조 지도부의 이러한 의지에 대하여 옳니, 그르니 하는 식의 말은 별로 영양가가 없어 보인다. 힘 빠지게 하는 지역과 단위사업장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힘든 정세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하려는 의지는 칭찬받을 일이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지난 5월 1일 노동계가 빠진 가운데 노조전임자관련 시행안이 통과되면서 한편의 블랙코미디가 연출되었다. 한국노총은 당장이라도 한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할 듯한 태도를 취하더니 5월 11일 근심위의 타임오프(time-off) 한도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한국노총 소속 금융노조도 한국노총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 이제는 꼬
현장의 활동가에게 자신이 현재 몸담고 있는 운동이 노동운동인지 혹은 노조운동인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간혹 묻곤 한다. 물론 대답은 각양각색으로 다양하지만 많은 이들에게서 성실함을 인정받는 사람일수록 곤혹스런 표정을 짓기도 한다. 왜냐면 자신의 정체성을 노동운동가로서 규정하기보다 노조활동가로서 인정하기가 속은 편하지만, 뭔지 모를 부자연스러운 불쾌감이 들
노동조합이란 조직은 역사발전의 부산물이다. 노조조직의 형태와 정체성은 나라마다 제 각각이라고 할 만큼 차이가 있다. 개별 국가의 역사발전과정에 따라 노조조직의 성격과 역할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독일의 노동조합은 수공업적인 장인제도에 영향을 받은 직업별 노조주의의 전통이 강한 반면, 생시몽으로 대표되는 공상적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으며 친기술적 과학주의와 무
기업별 노조에선 회사를 그만두면 조합원자격도 없어지고, 지금까지 노조와 맺어온 인연은 끝이라고들 한다. 이 말이 금속노조에서도 여전히 유령처럼 떠돌아다니고 있다. 회사에서 해고되거나 퇴직을 하면 노조운동에 아무리 관심을 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밖에 없도록 구조적으로 되었던 것이 기업별 노조체계이다. 금속노조라는 산별노조를 만든 이유 중의 하나는 기업별로 해결할 수없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라고들 하지만, 금속노조 조합원이라는 자격은 어쩌면 평생을 함께하는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되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그렇지 않다. 단지 임금 몇 푼 올리기 위한 도구로 금속노조를 건설하지 않았듯이, 우리사회를 개혁하는 엔진으로 금속노조는 작동하여야 한다. 하지만 금속노조 평조합원이나 간부들의 머릿속에 여전히 ‘회사를 그만두면 끝’이라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때 서구사회(정확하게는 서구의 주류 경영학계)는 일본식 생산방식을 두고 경외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식의 새로운 생산방식을 일컬었던 린 생산방식(lean production)이 '21세기의 표준 생산방식이 될 것이고, 세계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데' 큰 힘을 보탤 것이라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식의 주장은 미
노동법 개정이후 법의 유권해석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특별단체교섭을 체결하여 노조전임자 수의 감소를 최소한으로 해보겠다는 금속노조의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노동부와 국회는 올 1월 1일 이후 체결된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게다가 노조전임자의 노조활동 시간을 다룰 근로시간 면제 심의위원회에 노동계 대표로 양대노총 뿐만 아니라 무소
민주적인 절차가 생략된 채 환노위의 법안심의과정을 거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만약 국회를 통과한다면, 산별노조 교섭권은 사실상 봉쇄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노조가 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법안에 대해 한국노총은 환영으로 화답했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는 건 또 다른 블랙코미디일 뿐이다.../이종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