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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공범이다[미디어 속내 39] 김성우최성준박효종이인호고대영고영주안광한백종문박노황배석규
김세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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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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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과 함께 “언론도 공범”이란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구호 앞에서 언론은 억울할 수 없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TV조선) 운운하며 중립과 객관의 언어를 포기한 것도, 임기 내내 국민과 소통을 거부하며 1년에 한 번 연두 기자회견 외엔 언론과 ‘직접’ 만나는 일조차 꺼린 대통령의 문제를 짚지 ‘않은’ 것도, 심지어 그 한 번조차 사전에 질문 내용을 청와대에 넘기며 ‘각본’ 회견으로 만드는 데 동참한 것도 언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선택에 책임이 따른다. 지금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언론을 향해 “박근혜의 공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 복종을 원하는 권력 앞에 저항 대신 ‘가신언론’의 길을 선택한 언론은 그 비판을, 호통을 묵묵히, 처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언론인들이 이른바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의 정리를 시작한 일은 “언론은 공범”이라는 국민의 비판과 호통 앞에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권력의 문제에 대해 입을 닫고 귀를 막았던 ‘선택’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겨둬야 어리석은 선택의 반복을 더 이상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최근 언론인들이 이른바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의 정리를 시작한 일은 “언론은 공범”이라는 국민의 비판과 호통 앞에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권력의 문제에 대해 입을 닫고 귀를 막았던 ‘선택’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겨둬야 어리석은 선택의 반복을 더 이상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 정리를 주도하고 있는 언론노조는 12월 14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서 온 이들에 대한 단죄와 청산 없이 언제든 박근혜, 최순실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11월26일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 나선 시민들이 청와대로 가는 길목 만두집에서 배고픔과 추위를 잊고 있다. 사진=신동준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 정리를 주도하고 있는 언론노조는 12월 14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서 온 이들에 대한 단죄와 청산 없이 언제든 박근혜, 최순실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언론인들이 1차로 추린 명단은 10인으로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안광한 MBC 사장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배석규 전 YTN 사장 등이다.

대부분은 방송 관련 규제기관의 수장이거나 공영방송사의 사장과 이사장이다. 이들은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뜻에 따라 인사권을 휘두르며 언론 보도를 대통령 심기 경호의 수단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론노조는 조만간 취재․보도 현장에서 공정보도를 요구하는 언론인들의 주장을 가로막은 보도 책임자와 실무자, 언론장악의 사명을 받아들고 투입된 낙하산 인사들, 그리고 이들을 위해 논리를 제공한 학자들, 공영방송의 정상화 등을 위한 제도 개선을 발목 잡은 정치인 등의 명단도 작성해 계속 발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런 작업은 한국 언론이 걸어온 역사를 돌이켜볼 때 반드시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부패한 권력 뒤엔 언제나 언론이 있었다. 하지만 부패한 권력을 심판하는 순간이 오면 언론은 얼굴을 바꿔 어느새 심판자의 모습으로 앞자리에 있었다.

지금 상황만 봐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여당은 분당의 위기에 놓이고, 재벌은 청문회에 등장하고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촛불 민심이 ‘공범’으로 지목한 언론은 여전히 무탈하다. 공범이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필요에 따라 권력의 앞과 뒤에서 자리를 바꾸며 감시자의 이름으로 부역의 역사를 써온 게 한국의 언론이 걸어온 길이며, 현재도 걷고 있는 길이다.

부역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또 앞으로 이름을 올릴 이들에게만 언론 부역의 역사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권력에 기댄 언론 부역자들이 권세를 휘두르며 언론을 대통령 심기 경호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저널리즘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을 때, 인사권을 쥔 저들 앞에 지금 나의 침묵은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진 않았는지, 마음 속 질문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촛불 민심이 ‘공범’이라고 명명한 ‘언론’ 속에 예외는 없다.

김세옥 / 미디어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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