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8월24일 전면 단식에 돌입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조사활동 보장과 이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통과, 특조위의 선체조사 보장 등을 촉구하며 8월17일부터 이미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예은 아빠’ 유경근 씨가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선 지난 7월27일부터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와 시민사회단체의 단식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에선 가장 먼저 시작했던 특조위의 단식도, 이후에 이어진 유족들의 단식 관련 소식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권과 얽힌 민감한 현안,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상파 뉴스에서 반복해서 보인 ‘침묵’의 저널리즘이 또 다시 특조위의 단식을 ‘없는 일’로 만드는 모양새다.

다수의 언론, 특히 방송 뉴스에서 특조위와 유족들의 단식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수신료를 받는, 이른바 ‘대표’ 공영방송인 KBS의 침묵이다. 그런데 KBS <뉴스9>의 이런 모습은, 사실 익숙하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조위의 첫 공개 활동이었던 1차 청문회 첫 날 2015년 12월14일 KBS <뉴스9>에서 이 소식은 ‘간추린 단신’ 코너에서 18초로 전했을 뿐이고, 지난 3월28일 시작한 2차 청문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2주기였던 지난 4월16일 KBS <뉴스9>의 관련 소식은 추모 행사를 포함해 단 두 개에 그쳤다. 9월1일부터 이틀 동안 여는 특조위의 3차 청문회 역시 KBS는 생중계 하지 않고 있다.

▲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에선 가장 먼저 시작했던 특조위의 단식도, 이후에 이어진 유족들의 단식 관련 소식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권과 얽힌 민감한 현안,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상파 뉴스에서 반복해서 보인 ‘침묵’의 저널리즘이 또 다시 특조위의 단식을 ‘없는 일’로 만드는 모양새다. 8월9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을 촉구하는 교수학술단체 릴레이 동조단식 돌입 기자회견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언론학자들은 퇴행하는 저널리즘의 모습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모습으로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 ‘무보도’ 행위를 꼽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보도를 하지 않으면 시청자 대중은 해당 언론이 제대로 사실을 전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보도 자체가 없다 보니 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는지 당연히 가늠할 수 없다. 그리고 문제 보도에 대한 사후 비판을 통해 반성과 시정을 요구할 수도 없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언론의 ‘무보도’는 어떤 사안에서 특히 두드러질까.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에서 각각 보도하지 않은 ‘무보도’ 뉴스의 주제는 ‘대통령/청와대, 국회/정당/정치인, 행정/지자체, 법조/검찰/비리, 군사/국방, 국제/해외, 북한/통일, 외교’ 등을 포괄하는 정치‧외교 분야다. 정 교수는 이런 모습에 대해 “공적 영역의 중요한 뉴스 보도라는 지상파TV의 사회적 책임과 저널리즘 가치에 배치되는 현상”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지상파TV 3사 종합뉴스프로그램의 무보도와 단독보도 뉴스에 관한 연구’ 한국방송학보, 2012)

하지만 ‘무보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안팎의 목소리에 방송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는 방송의 자유를 말한다. 어떤 보도를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오직 해당 언론에 있는 만큼, 외부에서 공정과 불공정 등을 말할 권리는 없다는 주장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온전히 맞는 말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왜일까.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는 자신의 책 ‘나쁜 뉴스의 나라’(2016)에서 이런 답변을 내놨다. “방송법 6조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5항은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 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객관성을 떠올린다면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다. 왜 소수자의 이익을 반영하는 ‘편향’을 발휘하라고 법에서 규정한 것일까. 바로 미디어의 묵시적 힘 때문이다. 다수의 위치를 점하고 있거나 이미 자신의 이익 추구를 충분히 실현하고 있는 계층은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자신의 입장을 밝힐 스피커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반면 소수자는 미디어가 침묵하면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할 방법이 없다.”

지금, 언론은, 방송은, KBS는 저널리즘의 어느 길에 서 있나.

 

김세옥 <PD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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