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활동이란 노조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포괄한다. 노조활동은 지역적인 사업이나 사업장 단위에서 벌이는 부서활동 뿐 아니라 현장에서 조합원의 권익침해를 막기 위해 벌이는 감시감독 활동도 동시에 의미한다. 이렇게 폭이 넓은 노조활동을 어떻게 하면 잘 할까 고민하는 활동가들이 금속노조에서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활동이 언젠가부터 폭이 좁아지고 있다.

사업장 안에서는 노조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지역사업에는 잘 참여하지 않는 활동가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노조활동이 어느 순간부터 기업 내 활동으로 국한되는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 시간의 한계와 개인 능력부족에 따른 부담으로 지역활동에 쉽게 발을 내딛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정도 선에서 열심히 한다”는 자족감과 “현장이 살아 있어야 노조가 산다”는 당연한 합리화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는 활동가들이 곧잘 있다.

노조란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으로 조합원의 경제적인 권익보호와 또 다른 사회(대안사회)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려는 조직이다. 여기서 사업장에서의 조합원 권익보호는 분명하게 잡힌다. 하지만 대안사회를 만드는 일에서 감을 제대로 잡기란 아무래도 어렵다. 늘어나는 주거비용과 사교육비 부담과 관련한 문제 해결책을 찾기란 너무나 막연하다. 개별 현장활동가 수준을 넘어 노조조직 전체 차원에서 대안사회에 대한 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 노조운동은 당면과제에 매여 있다. 이 조건에서 노조가 먼 훗날의 사회를 그려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노조가 대안사회 상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노조활동의 의미와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노조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노조활동 폭이 좁아지고 있다

기존 지배권력이란 자본 중심 통치를 의미한다. 통치자와 피통치자 혹은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계급적 대립에서 이기려면 압도적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대동단결하는 연대성을 지녀야 한다. 아울러 사회를 바꾸려는 의지를 담은 사회개혁성도 있어야 한다. 또한 소수 기득권자만을 보호하는 특수한 가치가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성과 민중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이념성 모두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

▲ 지난 2006년 8월 18일 산별노조 완성 대의원대회 준비를 위한 1차 소위원회 회의에서 55명의 현장간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역마다 지극히 소수에 불과한 ‘토호화’된 지역유지들이 권력을 잡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조는 지역사회에서 적어도 그에 걸맞는 실천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다른 사회를 꿈꾸는 건 과일나무 밑에서 과일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며 누워있는 우둔함이다.

우리는 사업장 경계를 뛰어넘으려고 산별노조를 만들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사업장의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구체적 실천은 정작 부족했다. 물론 지역집회 등에 참가하는 ‘연대’를 열심히 하긴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지역 사업은 그리 쉽게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사업장 단위 노보가 아니라, 여러 지회가 연합해 지역 노보를 만든다든지 조합원 교육 때 의도적으로라도 여러 사업장을 합해서 서로 토론하게 한다든지 하는 자리마련 조차도 거의 없었다.

하물며 현장에서 매일 부딪히다시피 하는 비정규 노동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얼마나 만들었는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섭시기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금속노조가 어떠한 의제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했을 활동가들은 있겠지만, 정작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시킨 사례는 극히 희박하다. 특히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장을 강제로 떠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에 노동자로서 해왔던 그 동안의 활동마저도 단절되는 현상을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물어볼 필요도 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일들은 어쩌면 현장활동을 사업장 단위 사업으로만 축소하여 인식한 결과일 수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현장활동의 스펙트럼은 협소해지고 금속노조 활동가들마저 사업장이라는 울타리에 갇혀있는 역설마저 성립하곤 한다. 금속노조를 둘러싸고 산별노조의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 내용에 주목해 보는 현명함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기다.

이종래 /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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