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산업이 내년부터 증가할 생산과 고용에 대응하려면, 하청노동자 숙련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수라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원·하청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향상, 사내협력사 대형화, 재하도급 금지와 적정 임금제 도입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금속노조와 더불어민주당 대우조선해양대응TF·을지로위원회, 손잡고가 9월 1일 국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구조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나선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조선업 재하도급 금지 법제화’를 촉구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10년 선박 발주 동향과 한·중·일 점유율 추이를 비교하면서, 한국 조선업이 친환경 선박이나 스마트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더불어, 고숙련 노동자 확보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조선산업은 2011년 이후 수주량이 감소하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선박 건조 능력을 축소해왔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전 세계 선박 건조 능력 축소로 현재 수주 경쟁이 감소했다. 선가 인상 여건은 갖춘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한때 ‘표준선’ 전략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 조선산업은 근래 사양길에 들어섰다. 일본 조선소가 건조한 여러 선박이 두 동강 나는 사고가 나면서 선박 보험업계와 선사들의 불신이 커졌다. 일본 자국 선사들조차 고부가선종은 한국에, 친환경 선박은 중국에 발주하고 있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일본 조선산업 쇠락 원인으로 ‘표준선’ 전략을 꼽았다. 박 연구위원은 “설계도가 있는 동일 선종만 반복 건조함으로써, 설계 엔지니어와 숙련노동자 확보 실패에 직면했다”라면서 “품질은 한국에 밀리고, 가격은 중국에 밀린다”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벌크선과 중소형 탱크선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 수주 1위를 달성했지만, 이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한국이 다시 수주 1위를 하기는 어렵다”라면서, 적정 규모 수주로 이윤을 내는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는 2021년 6월 76차 회의를 통해 선박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했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의 80%가 2023년부터 탄소배출 기준에 미달해 선주들은 강화한 기준에 맞는 선박을 새로 발주할 수밖에 없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선박 교체 수요가 2021년부터 10여 년 동안 증가한다”라고 예측했다.

신조선가 역시 상승세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판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로 건조 비용도 상승했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사용하는 두꺼운 철판이다. 후판 가격은 2017년  톤 당 60만 원에서 최근 120만 원까지 올랐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후판 가격 상승이 조선업체 적자 원인이지만, 곧 조정이 와 여력이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조선산업의 생산과 고용은 사내협력사가 중심이다. 매출액 대비 외주가공비 비율은 2012년 이후 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내하청이 증가하면서 사내하청 내부가 분화했다. 업체가 여러 번 바뀌더라도 한 조선소에서 장기 근속한 ‘본공’과 2차, 3차 재하도급 ‘물량팀’으로 나뉘었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한국 조선산업의 사내협력사, 재하도급 사용이 ‘잦은 이직’으로 인한 ‘숙련형성 저해’와 ‘안전사고 위험 증가’, ‘인력난’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협력업체에서 일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젊은 노동자들이 조선소에 오고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 대응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면서 우수 인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하청 동반성장, 상생협력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면서 ▲잦은 이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과 장기근속 유인책 마련 ▲개별 조선업체 노사를 넘어선 지역·업종 차원의 협의체 구성 ▲정부 차원의 장기 조선산업 발전 전략 제출 등 대안을 제시했다.

금속노조와 더불어민주당 대우조선해양대응TF·을지로위원회, 손잡고가 9월 1일 국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구조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규백
금속노조와 더불어민주당 대우조선해양대응TF·을지로위원회, 손잡고가 9월 1일 국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구조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규백
9월 1일 국회에서 연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구조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 토론회 토론자로 나선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이 ‘조선업 재하도급 금지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규백
9월 1일 국회에서 연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구조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 토론회 토론자로 나선 이김춘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이 ‘조선업 재하도급 금지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규백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9월 1일 국회에서 연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구조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잦은 이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과 장기근속 유인책 마련 ▲개별 조선업체 노사를 넘어선 지역·업종 차원의 협의체 구성 ▲정부 차원의 장기 조선산업 발전 전략 제출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규백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9월 1일 국회에서 연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구조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잦은 이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과 장기근속 유인책 마련 ▲개별 조선업체 노사를 넘어선 지역·업종 차원의 협의체 구성 ▲정부 차원의 장기 조선산업 발전 전략 제출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규백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이 9월 1일 국회에서 연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구조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다단계 하도급’과 ‘제 살 깎기 수주 경쟁’이 ‘임금 삭감 경쟁’을 불어왔다면서, ‘적정임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김규백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이 9월 1일 국회에서 연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구조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다단계 하도급’과 ‘제 살 깎기 수주 경쟁’이 ‘임금 삭감 경쟁’을 불어왔다면서, ‘적정임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김규백

두 번째 발제자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은 ‘다단계 하도급’과 ‘제 살 깎기 수주 경쟁’이 ‘임금 삭감 경쟁’을 불어왔다면서, ‘적정 임금제’ 도입을 주장했다. 적정 임금제는 직종별 임금 하한선을 법률로 정한 것으로, 공사를 수주한 사업자는 노동자들에게 적정 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다단계 하도급 금지와 적정 임금제를 함께 도입해야 현장 개선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가 받는 임금 하한을 직접 규제해야 과도한 가격경쟁을 막고 기술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심 전문위원은 미국과 독일, 서울시, 경기도가 적정 임금제를 도입한 효과를 증명했다고 밝혔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조선산업 시범 사업으로 방위산업 등 공공 발주 선박 조달 부분에 우선 적용한 뒤, 조선산업기본법 제정으로 재하도급 금지와 적정 임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 전문위원은 “이런 문제가 조선산업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시장 전반에 나타나고 있어, 국회 계류 중인 건설 공사 적정 임금제를 입법하면 다른 부분에서 확산하리라 본다”라며 발제를 마쳤다.

이날 토론회는 8월 18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투쟁과 손배가압류’, 8월 25일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에 이은 세 번째 연속 국회토론회다. 마지막 토론회는 ‘조선산업 전망과 내국인 숙련공 복귀과 육성 방안 모색’을 주제로 9월 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01호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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