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광장에 서면 멀리 수묵화 같은 북악산을 배경으로 청와대의 푸른 기와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북악산 밑 광화문을 건너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상이 늘어 선 광화문 광장 끄트머리에 가면 ‘세월호 참사 유가족 단식 00일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노란색 현수막을 두른 천막이 서있다.

천막 주변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거나 혀를 차는 사람들이 천막을 응시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유민 아빠를 병원으로 모시고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기도 한다. 천막 안에 뼈만 앙상히 남은 유족 한 사람이 형형한 눈빛으로 앉아 끊임없이 방문하는 시민, 정치인, 기자들을 맞는다.

▲ 김 조합원은 최근 입버릇처럼 말한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말로, 편지로, 저 단식 그만하라고 말리시는데, 절 진짜 돕는 길은 제대로 특별법 만드는 거예요. 저보고 단식 그만하라 마시고, 친구, 이웃에게 특별법 알려주세요. 그래서 국민의 힘으로 특별법 제정해주세요.” 김형석

금속노조 충남지부 명신지회 김영오 조합원. 본인 이름보다 ‘유민 아빠’로 알려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이다. 밀려드는 방문자 맞이하느라 성한 사람이라도 지칠 법 하지만 8월20일로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을 시작한 지 38일째를 맞는 김 조합원은 전혀 투지를 잃지 않고 있었다. 

김 조합원은 최근 입버릇처럼 말한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말로, 편지로, 저 단식 그만하라고 말리시는데, 절 진짜 돕는 길은 제대로 특별법 만드는 거예요. 저보고 단식 그만하라 마시고, 친구, 이웃에게 특별법 알려주세요. 그래서 국민의 힘으로 특별법 제정해주세요.”

▲ 8월19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단식중인 김영오 조합원 지원을 위해 세 명의 충남지부 명신지회 간부들이 상경해 농성에 참여했다. 윤태문 명신지회 부지회장은 “고민이다. 지원방안이 마땅찮아 일단 옆자리라도 지켜주자며 올라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형석

김 조합원이 속한 명신지회(지회장 강찬구) 간부들은 임단투 와중인데다 8월30일로 지회설립 1주년을 맞지만 김 조합원을 응원하기 위해 돌아가며 광화문 농성장을 찾기로 했다. 19일 세 명의 간부들이 상경해 농성에 참여했다. 윤태문 명신지회 부지회장은 “고민이다. 지원방안이 마땅찮아 일단 옆자리라도 지켜주자며 올라왔다”라고 설명했다.

명신은 자동차 차체부품 제조업체다. 19일 농성장을 찾은 윤순길 명신지회 감사위원은 김영오 조합원과 같은 공정에서 일했다. 윤 감사위원은 “형님(김영오 조합원)이 말수가 적고 나서는 성격이 아니지만 깡다구 하나는 있는 분입니다. 1년 넘게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 얼마나 성실하고 꾸준하게 일했는데요. 정규직 되자마자 이런 일을 당해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동료와 지회지만 김영오 조합원에게 걱정이 있었다.

▲ 모든 지방을 다 태운 김영오 조합원의 몸은 이제 근육과 장기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나날이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지고 있다. 김영오 조합원의 단식 전후 모습. 김형석

“제가 양심에 걸림 없이 싸움에 집중하려면 금품 지원을 받으면 안 됩니다. 지원금을 들고 오시는 시민들을 정중히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회사가 지난 달까지 유급휴가 처리했다는데 차라리 면직을 하고 나중에 복직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날도 봉투에 성금을 넣어 김 조합원에게 전달하려던 시민이 있었다. 다른 유가족이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하자 이 중년 남성은 “나도 넉넉한 사람이 아니다. 왜 거절하느냐”며 서운해 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김 조합원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한 문장으로 답했다.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 임금을 포기하고 면직까지 고민하는 그이지만 김영오 조합원은 아직도 명신 여름 작업복을 입고 있다.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가겠다는 각오다. 공장에 돌아가기 위해 노조 동지들에게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 김영오 조합원은 8월19일 청와대로 두 번이나 1인 시위에 나섰다. 경찰은 근거없이 가로 막았다. 광화문 광장 산책에서 돌아오는 김영오 조합원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김형석

“보수단체 회원들이 찾아와 비난을 많이 합니다. 심지어 유가족 가슴을 찢어놓는 말도 퍼붓습니다. 인식이 없어서일 겁니다. 우리 조합원 동지들은 이런 말에 동조하지 말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도록 주변에 많이 알려 주길 바랍니다.”

모든 지방을 다 태운 김영오 조합원의 몸은 이제 근육과 장기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나날이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지고 있다. 김영오 조합원은 8월19일 광화문에서 보이는 청와대로 두 번이나 1인 시위에 나섰다. 경찰은 이런 그를 아무 근거없이 가로 막았다. 김 조합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 "여론이 일어나 청와대와 정치권이 부담 느껴 특별법 만들 수 있다면 저 좀 힘들어도 괜찮아요. 정말 두려운 건 제가 잘못되는 게 아니라 유민이가 왜 죽었는지 못 알아내는 거니까. 제대로 만든 특별법 통과하면 그때 기쁘게 밥 먹을 거예요.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김형석

“돌아와 저녁 8시도 안 돼 쓰러지듯 잠이 들었습니다. 진이 빠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집니다. 상관없습니다. 저들은 제가 위험해져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여론이 일어나 청와대와 정치권이 부담 느껴 특별법 만들 수 있다면 저 좀 힘들어도 괜찮아요. 정말 두려운 건 제가 잘못되는 게 아니라 유민이가 왜 죽었는지 못 알아내는 거니까. 제대로 만든 특별법 국회 통과하면 그때 기쁘게 밥 먹을 거예요.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국민의 힘만이 저의 단식을 멈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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