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공정거래위원회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생산 독과점 우려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독과점으로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과 미래를 만들 수 없다”라면서 “모든 이해당사자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반대를 결정했다. 이로써 3년을 끌었던 두 조선사의 인수합병이 최종 무산으로 결론 났다. 유럽연합 공정위는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독과점 우려가 있다”라는 이유를 댔다. 두 회사의 LNG선 생산 점유율을 합하면 60%가 넘는다.

금속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그릇된 판단으로 시작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자본과 권력이 강요한 인수합병은 우리 스스로의 판단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판단으로 사실상 무산되는 결과를 맞았다”라고 꼬집었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불발은 필연이다. 이번 불승인의 결정적인 원인인 LNG 운반선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하면 세계 시장의 65%를 합병기업이 생산하게 된다”라며 “애초에 승인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승인 노력조차 없으니 불승인은 자명한 결론이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불승인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형 LNG 운반선은 고도로 정교한 선박으로 극소수 업체만 건조할 수 있다. 합병기업은 LNG 운반선 건조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인수합병이 시장에 끼칠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어떠한 공식적인 대책을 제출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한국 조선산업 발전을 위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시도와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인을 밝혀 정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며,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독단과 독선으로 일관한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부추긴 정권이 함께 짊어지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가 지난 해 6월 9일 오후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현대중공업 재벌 특혜 중단, 대우조선 불공정 매각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있는 자들의 상징물을 부수고 있다. 
금속노조가 지난 해 6월 9일 오후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현대중공업 재벌 특혜 중단, 대우조선 불공정 매각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있는 자들의 상징물을 부수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철회 상경투쟁에 나선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해 9월 30일 ‘10.20 민주노총 총파업 승리 서울대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철회 상경투쟁에 나선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해 9월 30일 ‘10.20 민주노총 총파업 승리 서울대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금속노조를 포함한 노동계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격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며 대우조선을 헐값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동걸 은행장은 노동자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며 “유럽의 승인은 당연하다”라고 장담하다가 최근 불승인 가능성이 커지자 “시민사회의 반대가 불승인의 원인”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 역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일관했다”라며 “노동조합과의 협의 없이 대우조선 인수를 강행했다. 합병 과정에서는 유럽연합이 요구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갈등과 혼란만 만들었다”라고 꼬집었다.

현대중공업의 수상한 행보 뒤에는 재벌 3세로의 경영권 승계라는 노림수가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2020년 한국조선해양이라는 모회사를 만들고 그 아래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자회사로 두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준이 아들 정기선에게 지분을 물려주기 위한 장치로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지주사를 이용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3세 승계를 위해 대우조선 인수라는 명분이 필요했고, 목적을 달성한 순간에는 굳이 LNG선 생산을 포기하면서 대우조선을 합병할 이유가 사라졌다”라며 “지금이라도 하는 일 없이 이익만 챙기는 한국조선해양을 해체하고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생산에 주력하는 경영체제를 복원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벌써 대우조선을 어느 기업에 넘기냐는 물음이 언론에 넘쳐난다. 질문은 ‘누구에게’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대우조선과 한국 조선산업의 부흥을 만들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라면서, “금속노조는 모든 조선소 노동조합의 연대 속에서 그 길을 찾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