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금속노조는 지난 3월 2일 54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11기 2년 차 사업계획과 2021년 투쟁방침을 바탕으로 2021년 통일요구안 산업전환협약 쟁취를 확정했다. 노조가 어떤 상황 인식으로 올해 교섭목표를 마련했는지 다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재벌중심·노동배제 산업전환은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고 산업 경쟁력을 약화한다. 금속노조는 ‘희생과 파괴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금속노조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모든 교섭단위(산별 중앙교섭, 지역지부 집단교섭, 사업장 대각선교섭)에서 산업전환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중앙교섭 84개 사업장, 지역지부 집단교섭(중앙교섭 사업장 제외) 53개 사업장, 대각선교섭 118개 사업장 등 모두 255개 사업장에서 산업전환협약 체결을 위해 교섭 중이다.

금속노조는 먼저 회사가 산업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한다. 의외로 상당히 많은 기업이 산업전환에 대해 별다른 계획이 없다. 혁신역량이 부족하고 위기 인식이 안이한 탓이다. 회사의 미래발전을 위해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회사가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 금속노조의 산업전환협약 요구는 회사의 산업전환 대응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

금속노조는 산업전환 대응 계획을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하자고 요구한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줄어드는 일자리를 예측해 해당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산업영역에 적합한 직무능력을 부여해야 하므로 노·사 공동의 직무 평가와 재배치가 필수다. 회사가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노조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자회사나 외주화하는 꼼수를 막아 신산업이 질 낮은 일자리로 채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산업전환 계획은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해야 한다. 회사는 새로운 산업에 빠르게 적응할 기회를, 노동자는 능동적으로 새로운 산업에 걸맞은 숙련을 갖출 기회를 여는 것이다.

산업전환협약, 다섯 가지 핵심 의제

금속노조는 산업전환협약에서 노동권 보장과 산업생태계 복원을 의제로 다룬다. 금속노조가 제안한 의제는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확보 ▲교육·훈련 ▲노동안전과 인권보호 ▲탄소배출 저감 ▲공정거래와 원·하청 상생 등 다섯 가지다. 차례대로 살펴보자.

금속노조와 회사는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확보 방안을 공동결정한다. 산업전환은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 핵심 사업의 다각화, 주요 거래관계 다변화 등을 포함한다. 고용안정과 일자리 확보를 위해서 이러한 산업전환에 대한 경영전략, 투자방향, 연구방향 설정에 노동자가 개입해야 한다. 산업전환으로 기존 고용이 흔들리거나, 늘어나는 일자리가 열악한 저임금 일자리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노조가 공동결정해 자본을 통제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산업전환협약에서 노동권 보장과 산업생태계 복원을 의제로 다룬다. 금속노조가 제안한 의제는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확보 ▲교육·훈련 ▲노동안전과 인권보호 ▲탄소배출 저감 ▲공정거래와 원·하청 상생 등 다섯 가지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E-GMP 전기차 플랫폼.
금속노조는 산업전환협약에서 노동권 보장과 산업생태계 복원을 의제로 다룬다. 금속노조가 제안한 의제는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확보 ▲교육·훈련 ▲노동안전과 인권보호 ▲탄소배출 저감 ▲공정거래와 원·하청 상생 등 다섯 가지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E-GMP 전기차 플랫폼.

비슷한 맥락으로 ▲교육·훈련을 강조한다. 새로운 산업은 새로운 직무능력을 요구한다. 노동자가 신산업에 걸맞은 직무능력과 숙련을 갖춰야 생산과정에 개입해 통제할 수 있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직무변화에 노동자가 쉽게 적응할 수 있어야 회사 역시 새로운 산업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편, 디지털전환으로 제품뿐 아니라 제조공정이 변한다. 전환 초기에 ▲노동안전과 노동인권을 보호하도록 설계해야 이후 적정한 노동환경을 형성할 수 있다. 신기술로 인한 노동시간·노동강도·성과측정방식 변화가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노동과정 통제가 중요하다. 금속노조는 노·사 공동 위험성 평가를 제안한다.

산업전환협약이 다루는 ▲탄소배출 저감 대책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이다. 여전히 산업계는 탄소중립에 거부감이 강하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사실상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다. 탄소배출 감축을 생산감축과 동일시하면서 무작정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에너지 변환, 열효율 제고, 탄소포집 기술 적용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할 수 있다.

▲공정거래와 원·하청 상생 원칙은 새로운 산업생태계의 건강함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 산업생태계의 대기업 종속은 중소기업의 이익 탈취, 기술 침해,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다.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같은 오류를 반복하면 안 된다. 새로운 공급자와 수요자가 등장하는 지금, 산업전환기가 고질적인 대기업 종속과 불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할 적기다.

금속노조는 덧붙여 사업장 차원에서 각자 상황에 따라 사업장별 의제를 추가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고용안정기금을 조성해 직장 내외를 아우르는 고용안정체계나 교육체계를 만들거나, 지역성을 강화해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연계를 통한 안전망 구축을 시도할 수 있다.

산업전환협약 핵심 방향, 노동자 경영 참여 확대

금속노조 산업전환협약은 기업 경영전략이나 투자 방향까지 다룬다. 자본은 경영전략이나 투자전략이 자본 고유의 영역이므로 공동결정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동결정 대상은 선험으로 미리 결정할 것이 아니다. 금속노조는 구체 상황과 조건에 맞춰 작업규율이나 노동환경 같은 공동결정 영역을 투쟁으로 확보해왔다.

금속노조는 다양한 협약으로 노·사 동수 징계위 구성을 통한 인사 공동결정, 고용에 영향을 끼치는 법인 변동, 해외공장 신설, 공장 이전 등 경영상 결정에 대한 합의권을 통해 자본의 배타적 경영권을 축소하고 노동의 개입력을 확장한 역사가 있다. 금속노조가 지난해 산별 중앙협약으로 체결한 감염병 대응 조항에 공동결정 절차가 있다.

산업전환에 금속, 제조업 노·사 모두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산업전환 대응계획도 협약의 대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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