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금속노조는 지난 3월 2일 54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11기 2년 차 사업계획과 2021년 투쟁방침을 바탕으로 2021년 통일요구안 산업전환협약 쟁취를 확정했다. 노조가 어떤 상황 인식으로 올해 교섭목표를 마련했는지 다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금속노조는 ‘재벌 중심, 노동 배제 산업전환’을 ‘희생과 파괴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으로 바꾸기 위해 모든 교섭단위에서 산업전환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두 대변하려면 산업전환협약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를 보호할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전환의 흐름에 크게 영향받는 자동차, 조선, 철강 분야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2·3차 벤더 이하 중소기업 노동자다.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 자동차부품 산업에 속한 10,010개 사업장 중 63%인 6,322개 사업장이 10인 미만 사업장이다. 10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도 2,098개로 21% 정도다.

최근 자동차부품산업협동조합이 시행한 자동차부품산업 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10인 이상 30인 미만의 자동차 부품사 중 45.5%는 아예 연구개발 부서가 없다. 실태조사에서 제외한 10인 미만 사업장 상황은 더 열악하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300명 이상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54.8%인데, 30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0.08%, 100명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0.49%에 불과하다. 이들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다.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아무런 사회 반향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모두의 공동결정법, 복잡한 문제를 푸는 통 큰 해법

산업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는 원칙은 금속노조가 산업전환을 대하는 기본 관점이다. 금속노조에 가입해 있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다. 인류가 공동으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역할을 맡은 행위자는 노동자다. 모든 노동자는 과중한 피해를 받지 않을 자격이 있다.

금속노조는 노동조합 울타리 안에 있지 않더라도 산업전환 과정에서 스스로 당사자가 되어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속노조가 조합원을 포괄하는 ‘산업전환협약’과 병행해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는 ‘산업전환 공동결정법’을 함께 요구하는 이유다.

금속노조는 ‘기술변화 및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공동결정법’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준비하고 있다. 법 구성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산업전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 등 다양한 사회경제 주체의 참여를 보장해 당사자 의견을 반영한다. 둘째, 일터에서 민주주의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해 사업장이 산업전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공동 해결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 보장은 산업·업종·지역별로 구성하는 민주 산업전환위원회 설치를 통해서 달성한다. 민주 산업전환위원회는 산업·업종·지역에 따라 구성을 달리한다. 산업·업종별 민주 산업전환위원회는 해당 산업·업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이를 대표하는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이해관계가 있는 취약계층과 시민사회단체 위원으로 구성한다. 지역별 민주 산업전환위원회는 지자체와 지역을 대표하는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취약계층과 시민사회단체 위원으로 구성한다. 단위 상황에 따라 고용안정 대책, 직업훈련 지원대책, 공정거래 촉진 방안 등을 수립하고 이행방안, 점검방안을 마련한다.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8일 대전에서 2021년 8차 중앙교섭을 벌이고 있다. 사진=신동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 보장은 산업·업종·지역별로 구성하는 민주 산업전환위원회 설치를 통해서 달성한다. 민주 산업전환위원회는 산업·업종·지역에 따라 구성을 달리한다. 산업·업종별 민주 산업전환위원회는 해당 산업·업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이를 대표하는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이해관계가 있는 취약계층과 시민사회단체 위원으로 구성한다. 지역별 민주 산업전환위원회는 지자체와 지역을 대표하는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취약계층과 시민사회단체 위원으로 구성한다. 단위 상황에 따라 고용안정 대책, 직업훈련 지원대책, 공정거래 촉진 방안 등을 수립하고 이행방안, 점검방안을 마련한다.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8일 대전에서 2021년 8차 중앙교섭을 벌이고 있다. 사진=신동준

산업·업종·지역별 민주 산업전환위원회 설치로 사업장 울타리 넘는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 보장은 산업·업종·지역별로 구성하는 민주 산업전환위원회 설치를 통해서 달성한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원·하청 불공정거래 해소로 공공성을 강화한 탈탄소산업 생태계 구축이 필수다. 사업장 단위 해결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특정 대기업의 수요독점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 해당 산업 당사자들의 숙의와 공동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산업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자리 감소 문제 역시 특성상 사업장 수준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지역별로 주력 산업구조가 다양하므로 고용 정책, 인력양성 정책, 사회복지 정책 역시 지역 차원으로 수립해야 한다.

민주 산업전환위원회는 산업·업종·지역에 따라 구성을 달리한다. 산업·업종별 민주 산업전환위원회는 해당 산업·업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이를 대표하는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이해관계가 있는 취약계층과 시민사회단체 위원으로 구성한다.

지역별 민주 산업전환위원회는 지자체와 지역을 대표하는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취약계층과 시민사회단체 위원으로 구성한다. 단위 상황에 따라 고용안정 대책, 직업훈련 지원대책, 공정거래 촉진 방안 등을 수립하고 이행방안, 점검방안을 마련한다.

사업장 단위 공동결정 제도 도입, 현장노동자 전환 주체로 세운다

사업장에서 정의로운 산업전환은 노사 공동결정제도 도입을 통해 달성한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사업장 산업전환의 공동 주체다. 고용과 임금만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면 노동자는 보호와 시혜의 대상으로, 산업전환의 객체로 전락한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산업전환 방향과 실행계획을 수립하면 산업전환의 피해는 노동자가 지게 된다. 노동조합이 사업장 차원에서 대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희생과 파괴 없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가능하다.

사업장 전환을 위한 미래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새로운 공정과 직무가 논의된다. 이에 따라 고용안정, 노동시간 단축, 직무재배치와 직무훈련, 숙련 수준, 안전한 노동환경의 구축 등 복잡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다. 노사 간에 미리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전환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사업장별 산업전환 대응은 전국을 보는 시야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기업 울타리 안에서 개별로 대응하면 산업 차원의 일관한 대응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별 노조인 금속노조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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