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 이란 제재가 가시화 되면서 유가가 급등 우려도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이란 제재 동참 요구를 받아온 정부는 24일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미국으로 건너가 이란 제재 문제를 협의한다고 밝혔다. 정부 대표단에는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당국자들이 포함됐다. 대표단은 방미 기간 중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을 비롯해 미 국무부와 재무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대이란 제재 공조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이란제재 앞두고 주목받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뉴시스

특히, 미국이 시행세칙을 통해 제재대상으로 정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처리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지난달 초 미국이 대이란 제재법에서 멜라트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외환은행을 비롯한 우리 금융기관은 9일부터 이 은행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있다. 그 결과 이란과 교역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대금 결제가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란 제재에 뛰어들 경우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경제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현재 1천7백원 내외인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3천원 선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동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이란어과)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세상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한국이 이란제재에 동참할 경우 나타날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200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 결의안에 한국이 찬성하자 이란은 10월 중순부터 2006년 3월까지 한국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란측은 우리 정부가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경우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점을 여러차례 경고했는데, 금수조치는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원유 수출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약 8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은데, 전체 원유의 10%를 이란에서 수입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전체 원유 수입량의 10%, 하루 평균 8만배럴을,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원유 수입량의 20%, 하루 평균 7만배럴을 이란에서 들여온다.

▲ 이란 제재가 가시화될 경우 휘발유 가격이 두 배로 뛰어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아직은 이란산 원유도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대신 금융거래만 막혀있지만 앞으로 원유도입 중단이 현실화되면 원유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가격급등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하반기 물가와 경기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원유 금수 조치를 내리게 되면 주요 석유 소비국들이 현물시장에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가 비축유를 방출해 수급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소용이 없다. 현재 석유공사는 90일분의 비축유를 갖고 있으며 민간업체 보유 물량을 합치면 우리나라는 158일분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다.

이란 제재에 따른 유가 급등에 따른 최대의 피해자는 결국 서민들과 중소기업일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우리나라 원유 수입 총량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이란의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이는 휘발유 값의 폭등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현재 1700~1800원 가량인 휘발유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게 된다면,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파산, 줄도산은 눈에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의 이란 제재 동참은 국익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창준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은 "MB 정부의 이란 제재는 한국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한미동맹의 덫에 빠져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란에서의 석유 수입이 중단되어 휘발유 값이 리터당 3000원까지 오르고,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해 국민경제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지는 사태를 감수하더라도 한미동맹에 따른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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