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5일) 저녁 노사정 6자회의가 끝내 결렬됨에 따라 26일 오전10시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이 기자회견을 갖고 대 정부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 11월26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6자회의 결렬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과 향후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임원과 산별연맹 대표자들이 정부의 노조말살정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편집부장

임성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노사간 입장을 조율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며 6자회의 결렬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음을 명확히 했다. 노사 간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정부가 이를 막는 역할을 했다는 것. 임 위원장은 “김영삼 정권 시절 날치기로 통과된 것을 미처 폐기하지 못해 남아있는 것을 이명박 정권이 삭제할 수 없는 기준인 양 기만하고 있다”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강행하려는 정부를 비난했다.

구체적인 총력투쟁 일정도 공개됐다. 먼저 27일 1천명 이상이 모이는 전국단위사업장대표자 수련대회를 통해 창구단일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비롯한 3대 핵심의제(기자회견문 참고) 쟁취를 위한 투쟁 태세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또한 12월8일 지도부 농성을 시작으로 16일 1만 간부 상경투쟁, 19일 전국민중대회 등 집중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노총과 함께 공동투쟁 실무팀을 구성하고 28일 공공부문 공동집회, 12월8~9일 지도부 공동농성을 벌이는 등 양대 노총의 공동투쟁도 활발히 벌여내기로 했다. 정부변화가 없는 경우 한국노총과 연대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 11월23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6자회의 결렬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과 향후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 금속노조 대표로 참석한 이시욱 부위원장이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머리띠를 묶고 있다. 신동준 편집부장

총파업 찬반투표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노총에 비해 민주노총의 대응에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는 한 기자의 지적에 대한 산별 대표자들의 답변도 이어졌다. 특히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는 공공운수연맹 고동환 수석부위원장은 “현장에서는 워낙 MB정부의 탄압이 강하다보니 분노를 넘어 이명박 정부와는 함께 살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하다”며 “노동기본권 문제와 민영화 정책과 관련해 단발성 투쟁이 아닌 끝까지 가는 투쟁을 준비 중”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사무금융연맹, 화섬연맹, 건설산업연맹, 금속노조 등 각 산별노죠(연맹)을 대표해 참가한 노조임원들도 한목소리로 현장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하며 총력투쟁을 다짐했다.

한편 한국노총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파업 찬반투표실시,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 등 투쟁 계획과 방향을 공개했다.

 

[기자회견문]


노사정 6자회의 결렬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 및 투쟁계획

 

어제 노사정 6자 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시한을 넘겼다. 그 책임은 억지와 기만으로 일관한 정부에 있으며, 이를 부추겨 온 사용자에게 있다. 이후 모든 사태의 책임 역시 전적으로 정부와 사용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 노동부와 사용자는 13년 간 유예해 온 법을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만, 13년간 유예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법안을 시행하려는 것이 잘못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6자회의 기간 동안 민주노총은 회의의 파국을 막아보고자 대화에 최선을 다했다. 애초 총리급 회담과 의제 확장을 제안했지만 고집하지 않았다. 막후에서 정부와 거래하는 대재벌들에게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또 지난 8~9일 민주노총을 포함 양대 노총은 10만이 넘는 노동자들이 모였음에도 평화적 방식으로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모든 노력을 철저히 외면했다.

노동부 장관은 협상 중에도 언론을 활용해 수차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금지 강행 방침을 밝히는 등 사실상 노사정 6자회의를 기만했다. 또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글로벌 기준에 위배됨이 명백한 사실임에도 토론을 회피하고 오히려 법에 의한 금지가 글로벌 기준인 양 왜곡선전에 몰두했다. 국민까지도 기만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누차 경고했음에도 공무원과 교사에 대한 집요한 노동탄압으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해 온 사실은 정부가 진정으로 대화할 생각이 없음을 충분히 보여준다. 오늘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도 공사 측의 단협해지 통보가 직접적 원인이며 이것은 정부의 노조무력화방침 속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철도파업은 정부가 유발하고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 대화의 성과 여부는 법 시행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달렸다.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 금지는 사실상 노조결사의 자유와 활동을 옥죄는 노조말살 법안이다. 이 독소조항을 배제한 정부 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6자회의 시한 연장과 기만적인 연착륙방안 모두 의미가 없다. 정부는 줄곧 노조에게 노조말살 법안 시행을 전제로 대화하자며 말도 안 되는 태도로 일관했다. 사용자의 의도도 명확했다. 어제 경총 회장은 노조조직률이 10%도 안 되는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국경제가 노조에 너무 휘둘려왔고 전임자 임금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전임자 임금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이 법안이 10%도 안 되는 노조조차 말살하려는 법안임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대화를 기만하며 기어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고자 한다면 우리는 단호히 응할 것이다. 오늘 이후 민주노총은 총력투쟁에 본격 돌입할 것이며 양대 노총의 공동집회, 공동총파업을 위한 실무팀을 즉각 가동할 것이다. 27일 민주노총은 전국단위사업장대표자 수련대회를 개최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금지문제를 포함한 노동기본권 사수 △비정규직법 및 최저임금법 개악저지 △사회공공성 말살 저지 등, 이른바 3대 핵심의제 쟁취를 위한 12월 총력투쟁의 태세를 완비한다. 과거와 달리 각 단사 차원의 매우 다양한 투쟁실천 계획도 마련할 것이다. 

이미 투쟁은 시작되었다.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28일 양대 노총의 공공부문은 대규모 공동집회를 개최하고 12월 1일부터 민주노총은 투쟁본부 상황실에서 매일 투쟁태세를 점검할 것이다. 국회논의에 대응해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3대 의제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 입장을 확인하고, 12월8일 지도부는 여의도 농성에 들어간다. 12월8~9일 이틀 동안 수도권 간부를 중심으로 양대 노총 공동농성투쟁을 시작하고 9일에는 한나라당 의원 전지역구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집회와 농성, 선전전을 동시에 시작한다. 여세를 몰아 16일부터 1만 간부와 조합원이 상경투쟁을 벌이고 18일에는 전국동시다발 투쟁으로 확산시킬 것이며 마지막 19일에는 시민사회 각 분야와 연대해 전국민중대회를 개최할 것이다. 그래도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마침내 총파업을 결행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정부의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동기본권 파괴행위임을 거듭 강조하며, 이는 양대 노총 조합원은 물론 전체 노동자의 90%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 국민 절대다수의 기본권 침해이자 노동기본권 실현을 통해 보장받아야 할 생존권의 박탈인바 민주노총의 투쟁은 국민적 이해에 따른 합법적이고 정당한 투쟁임을 명백히 확인한다.

 2009. 11. 26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