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부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부에 59명 새 식구가 생긴 것. 그 주인공은 대구 달성공단에 위치한 AVO카본코리아지회다. 이 곳은 이번에 노조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2006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올 해 7월 조직형태를 변경하기 전까지 지회는 한국노총 소속이었다. 노조 설립 5년,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21일 지회 사무실에서 최중식 지회장을 만났다.

2차례 구조조정, 휘청대는 회사

AVO카본코리아(주)는 카본 브러쉬를 생산해 보쉬 캄코, 동양기전 등에 납품을 하는 업체다. 지난 해까지는 ECS코리아라는 이름이었지만, 지난 해 10월 미국발 경제위기로 매각이 진행됐고 프랑스 자본인 AVO가 회사를 인수했다.

지난 몇 년 간 회사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2008년과 2009년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2차례에 걸쳐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최 지회장이 처음 입사했던 2005년 당시 230 여명의 노동자가 있었고, 회사도 1공장과 2공장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구조조정 이후 현재는 생산직, 사무직, 관리직을 포함해 85명이 1개 공장에서 일을 하는 정도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신생노조다보니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회사에 이런 저런 큰 사건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규모가 작은 우리들은 연대도 절실히 필요하구요” 노조의 힘을 키우는 것, 최 지회장이 금속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다.

“동지들 반갑습니다. AVO카본코리아지회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노조 탄압은 갈수록 극심해지고 노조의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히 들린다. 힘이 없는 소규모의 노조는 정권과 사측의 압박 속에 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회는 올 해 임금 교섭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단협 교섭을 앞두고 벌써부터 전임자 문제를 빌미로 단협 내용을 개악하려는 사측의 의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가 이렇게 나오는 마당에 우리끼리 돌파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업장이 달라도 같이 뭉쳐야 작게보면 사업장 자체의 힘도 커지고, 크게는 이명박 정권에 맞설 수 있는 힘도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민주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동자의 연대를 만들고 노조를 지키기 위해 최 지회장은 지난 7월 9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임시 총회를 열었다. 결과는 91%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 AVO카본코리아노동조합은 금속노조 대구지부 AVO카본코리아지회로 다시 태어났다.

▲ 대구지부 AVO카본코리아지회 최중식 지회장.

최 지회장은 기업별 노조에서는 사업장의 틀을 넘어선 연대가 어렵다고 말한다. 교섭도 재정운영도 사업도 모두 사업장에서 알아서 진행해야 한다. 한국노총 사업장 중에도 파업을 하고 싸움을 하는 곳이 있지만 파업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연대 투쟁으로 힘을 모으는 일은 거의 없다.

사실 금속노조로 조직형태를 바꾸면 지회장의 권한도 축소되고 해야 할 일도 더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 지회장은 기업별 노조 하에서 위원장이 장기집권을 하고 점점 조합원의 입장보다는 회사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노조가 힘을 잃고 회사에 밀리게 되면 조합원의 요구도 성사 될 수 없다. 힘이 있는 노조를 만들고, 조합원들에게 조금 더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면 힘든 것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최 지회장의 생각.

뭉쳐야 산다. 조합원이 힘이다

최 지회장은 조합원들 내부에서 노조의 단결력을 와해시키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무엇보다 강경하게 막고 있다고 말한다. “노조가 하나로 뭉쳐야지요. 우리가 흩어지는 건 회사가 원하는 바”라는 것.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곳들은 청와대의 작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조하면 저렇게 된다는 여론전을 하면서 조합원들이나 국민들을 흔들고 있는 거죠”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은 오히려 노조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뿐이다. 사업장 별로 나눠져 각자 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했다.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총회를 한다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공지하고 투표까지 진행하는 데는 3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해 11월 위원장에 당선 된 이후 최 지회장은 꾸준히 조직력을 탄탄히 하기 위한 사업들을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한 달에 1회 조합원 교육을 하면서 노조의 단결력을 강조했다. 전체 조합원 회식 벌써 몇 차례 진행했다. 그렇게 7개월 동안 조합의 힘은 더 탄탄해졌고 노조에서 같이 하자는 것에 조합원들도 믿음을 갖고 함께할 수 있었다. “우리 노조의 앞 날을 보고 투표하자” 총회에서 투표를 앞두고 최 지회장이 한 말. 결과는 압도적 찬성이었다.

최 지회장은 이전에 한국노총 다른 사업장의 한 간부에게 “조합원 교육 많이 하지 말아라. 조합원이 많이 알면 피곤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 지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노조는 지회장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지회장이 혼자 할 수 있는 조직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집행부를 피곤하게 하는 것이 훨씬 좋은 노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최 지회장이 강조한 것은 “우리 조합원이 더 좋아지는 것”이었다. 조합원이 노조와 함께하고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것을 노조가 힘을 갖고 같이 회사에 요구하고 바꿔나갈 수 있는 것. 앞으로도 그것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최 지회장의 각오가 대단하다.

"큰 힘을 얻었습니다"

지회는 지난 19일 대구지부 조합원들과 같이 구미지부 KEC지회 농성장에 지지방문도 다녀왔다. 다녀온 후 느낀 것은 한마디로 “금속노조 오길 잘했다” 였다. 최 지회장은 왜 회사가 주장하는 “서로 윈윈하자”는 말이 잘못된 것인지, 왜 노조가 필요한지 말이나 글만이 아니라 현장 학습을 했으니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상집 간부들과 더 많은 곳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금속노조로 왔다고 1백만원이던 기본급이 바로 2백만원 되는 건 아니죠” 노조에 가입하고 최 지회장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같이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많이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구를 관철하려고 할 때 힘이 되 줄 곳이 생겼으니까” 연대와 단결의 정신, 그것이 최 지회장이 기대하고 원하는 노조의 모습이다.

대구 달성공단에는 3백 여개의 사업장이 있다. 하지만 이 중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가입해있는 사업장은 10% 정도. 한국노총 사업장이나 어떤 곳에도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까지 지회를 바라보는 눈이 많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공단에 있는 다른 사업장들에 끼치는 영향력이 클 겁니다” 금속노조로 가입한 뒤에 더 잘 됐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회의 어깨가 무겁다.

지회만이 아니다. 대구지부도 노조도 AVO카본코리아지회 조합원들에게 든든한 동지가 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그 힘을 바탕으로 ‘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어 갈 AVO카본코리아지회의 미래를 같이 하자.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