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현재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 소속 101개 사업장에서 전임자 처우보장을 비롯한 임단협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미타결 사업장들이 금속노조 파업지침을 상회하는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등 강고한 투쟁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남 양산에 위치한 진흥철강지회(지회장 김영진)는 지난달 25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해 있다. 진흥철강 노사는 지난달 24일까지 축소교섭 두 차례를 포함해 총 10번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회사는 지회의 임금과 단협, 노동기본권 요구안에 대해 어떠한 안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진 지회장은 “회사는 노동기본권 문제를 법대로 합의하면, 임금과 단협에 대해 교섭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정작 안을 제시하라는 요구는 묵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회사는 금속노조만 탈퇴하면 다 들어줄 듯이 얘기하는 등 민주노조 말살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철강지회가 한달 가까이 전면파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 95년 2달간의 파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진흥철강은 조합원들이 매년 정년퇴직으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신규채용을 하지 않아 노동강도가 날로 강화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회사가 임금인상안조차 내 놓지 않자, 노동기본권 문제와 더불어 조합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 김 지회장은 “한 달 가까이 파업을 하고 있지만 이탈하는 조합원은 없다”며 “올해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대전충북지부 PLA지회 조합원들.
대전 PLA지회(지회장 김정훈)도 지난달 28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는 임금동결, 상여금과 복지비용 삭감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악안을 지회에 던졌다. 작년 한해 퇴직금과 상여금이 미지급된 것도 조합원들의 불만을 폭발시킨 원인 중 하나다.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얘기조차 못 꺼낸 채 지난달 8일 14차를 끝으로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회는 회사가 유전개발등 무책임한 문어발식 투자와 무능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시키려 한다고 보고 있다. PLA지회 김정훈 지회장은 “조합원들의 분노가 매우 크다”며 “끝장을 볼 때까지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인천 KM&I지회(지회장 박순길) 도 6, 7월 천막농성과 함께 간헐적인 파업투쟁을 벌이다, 19일부터 월수금 7시간 파업, 화요일과 목요일 연차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사실상 전면파업에 돌입한 것. 작년 회사는 230억 가량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배당으로 250억을 가져갔다고 한다.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 역시 회사는 ‘법대로’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같은 인천지역 한국TRW지회(지회장 박영희) 역시 19일 4시간, 20일 6시간 파업을 진행했으며, 20일 교섭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 다음날부터는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작년 임금동결에 이어 올해 노동기본권 문제까지 겹쳐 있어 임단협 타결이 만만치 않은 상황. 지회는 휴가 전 타결을 위해 막판 총력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 외의 미타결 사업장들도 본격적인 싸움에 돌입했거나, 준비 중인 곳들이 많다. 미타결 사업장이 소속된 지부들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웃 사업장 간부들을 모아 연대집회를 여는 등 사용자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사들을 비롯한 일부 사용자들이 노동기본권 보장요구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데다, 노동부의 압박도 만만치 않아 휴가 전 타결이 어려운 사업장들도 상당부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노조는 지난 16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완성차 조합원들을 포함한 10만규모의 전국총파업을 휴가가 끝난 8월에 추진키로 하고, 21일로 계획됐던 파업은 지부 쟁의대책위원회로 위임한 바 있다. 21일 파업은 미타결 사업장 및 일부 잠정합의 사업장들이 결합해, 5천에서 7천명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과 각 지부 지회 간부들은 구미에서 열리는 ‘KEC파업 승리를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와 서울에서 개최되는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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