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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만나 노예의 삶 버렸다”[사람과 현장] 노조파괴·소수노조 차별과 싸우는 계양정밀지회 (1)
박향주 편집국장, 사진=변백선, 편집=신동준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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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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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이 글은 두 편 구성입니다.]

“연차 쓴다고 하면, ‘네가 뭔데 휴가 쓰냐’라고 그랬어요. 괴롭힘이 너무 심했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인 취급하는 현장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금속노조 덕분에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예전으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경북 김천에 한목소리로 금속노조를 만나게 돼 다행이라고 말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계양정밀지회 노동자들이다. 지회 전체 회의에서 만난 조합원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묻어났다.

계양정밀은 터보차저를 만든다. 경북 김천에 본사와 생산 공장, 연구소를 두고 있다. 자동차 엔진에 장착하는 ‘터보차저’는 출력·연비 향상과 매연·이산화탄소 저감 기능을 한다. 계양정밀의 터보차저는 현대차 등 국내 모든 완성차에 들어간다. 수출 물량도 상당하다.

계양정밀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15일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계양정밀 첫 노동조합이다. 김천공장 생산직 노동자 60여 명 중 51명이 가입했다. 신동석 계양정밀지회장은 “처음 상담받으러 가기까지 겁이 났고, 지회 설립을 준비하며 걱정이 가득했다”라며 “지회를 띄우고 설립총회 장소에 가득 찬 조합원들을 보니 뿌듯했다”라고 지회 설립 당시 소회를 전했다.

   
▲ 현장에 금속노조 깃발을 세우자마자 바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지회가 ‘15분 작업 준비’를 없앴다. 점심시간 끝나기 5분 전에 작업장에 모여 ‘불량제로’ 구호 외치는 일도 사라졌다. 조합원들은 노동자 스스로 현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힘이 났다. 욕먹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정년퇴직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생겼다. 사진=변백선

원칙 없는 경영, 관리자들의 괴롭힘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가입 계기로 사측의 일관성 없는 현장 운영과 관리직들의 괴롭힘을 꼽았다. 노동자들이 납득할만한 기준 없이 회사 마음대로 근무 태도를 평가하고 수당에 반영했다. 툭 하면 관리자들이 막말을 했다. 연차휴가를 신청하면 눈치를 줬다. 잔업, 특근과 근무 일정을 회사가 정했다. 출근하면 휴대폰을 강제 수거당했다. 생산직 사원은 근속연수가 쌓이면 퇴사를 종용받았다.

임금 문제도 심각하다. 사측은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려고 법정 최저임금에 따라 임금 기준을 바꿨다.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는 선에서 맞췄다. 조합원들은 “물량이 늘고 회사는 번창하는데, 노동자들은 십 년, 십오 년 다녀도 시간외수당으로 채우지 않으면 빠듯한 임금이다”라며 속상해했다.

근속이 쌓여도 기본급은 그대로였다. 연차에 따라 근속수당 하나만 올라갔다. 연차 간 별반 큰 차이도 없는데 그나마 아까웠나 보다. 연차가 올라가면 관리자들이 눈치를 줬다. 이제 나갈 때 되지 않았냐는 말을 툭툭 내던졌다. 회사를 위해 쏟은 노동자들의 노력과 숙련된 기술은 함부로 내쳐졌다.

계양정밀 노사는 ‘가족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노사협의회를 운영한다. 김태수 지회 사무장은 노사협의회의 한계를 경험하며 노동조합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김태수 사무장은 “가족협의회 노동자대표로 회의에 들어가 보니 노사가 동등하게 현안을 논의하고 의견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었다”라며 “사측 일방의 의견을 듣고 심지어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조합원들 역시 “형식적인 노사협의회로 노동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라며 “현장의 부조리한 문제를 해결하고 당당하게 일할 방법은 힘 있는 노동조합, 금속노조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입을 모았다.

   
▲ 신동석 계양정밀지회장은 “처음 상담받으러 가기까지 겁이 났고, 지회 설립을 준비하며 걱정이 가득했다”라며 “지회를 띄우고 설립총회 장소에 가득 찬 조합원들을 보니 뿌듯했다”라고 지회 설립 당시 소회를 전했다. 사진=변백선

번번이 맞닥뜨리는 노사협의회 한계 … “그래, 힘 있는 노조가 필요해”

계양정밀 노동자들의 지회 설립 준비 사실을 안 사측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사측은 노동조합을 세우지 못하게 하려고 노동자들을 얼렀다. 신동석 지회장은 “현장 노동자 의견 뭉개기 일쑤이던 사측이 갑자기 노조 안 만들면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고 꼬셨다”라며, “내 밑에 있으면서 감히 노조 할 생각을 하냐며 윽박지르는 관리자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금속노조 깃발을 세우자마자 바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사측은 수년 동안 무료노동을 강요했고, 식사시간을 빼앗았다. 당연한 듯 근무시작 15분 전에 나와 업무를 준비하라고 시켰다. 지회가 ‘15분 작업 준비’를 없앴다. 점심시간 끝나기 5분 전에 작업장에 모여 ‘불량제로’ 구호 외치는 일도 사라졌다.

지회는 사측에 교섭 요청 공문을 보내고 첫 단체협약을 준비했다. 조직, 노동안전, 교육선전, 문화체육 등 상무집행위원들을 구성하고 대의원 선출을 진행했다. 조합원들은 노동자 스스로 현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힘이 났다. 욕먹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정년퇴직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생겼다.

안타깝게도 계양정밀 자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불필요하다고 떼를 쓰고 금속노조만큼은 절대 안 된다며 난색을 보였던 사측은 빠르게 기업노조를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15일 계양정밀지회를 세운 지 열흘이 지나기 전에 12월 23일 기업노조를 만들었다. 노동조합이 한 번도 없었던 계양정밀에 갑자기 두 개의 노동조합이 들어섰다.

사무관리직, 연구직,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생산직들이 기업노조에 가입했다. 사측은 가짜뉴스를 흘리며 기업노조를 지원했다. 사측은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원청이 물량을 주지 않아 여러 회사가 망했다’, ‘금속노조는 생산직들만을 위해 싸운다’라는 황당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기업노조는 사측 거짓 주장을 그대로 받아 앵무새처럼 떠들었다.

금속노조에 사무직, 연구직은 물론 정비, 수리서비스, 식당, 콜센터, 판매 등 다양한 직종의 조합원이 있다. 지회가 여러 차례 금속노조 때문에 망한 회사가 도대체 어디냐고 따져 물었지만, 사측과 기업노조는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 성제영 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사측이 금속노조를 흔들고 기업노조를 키우려고 안간힘을 썼다. 정말 화가 났다”라고 야단을 쳤다.

---> 2편으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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