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의 발암물질 사업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현장의 발암물질들을 찾아내는 진단사업이고, 두 번째 단계는 직업성 암 환자들을 찾아내는 암 신고 사업이며, 세 번째 단계는 현장개선과 제도개선 및 160만 전체 금속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1단계 발암물질진단사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충남지부 8개 사업장에 대한 현장조사가 마무리되었고, 다양한 발암물질들이 발견되고 있다. 6월부터 7월까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한 후 8월부터 9월까지 지역지부별 진단사업이 추진된다. 총 80여 개 현장에서 5천종 이상의 화학제품에 대해 발암성 여부를 판단하고, 사용실태와 노출가능성에 대한 진단이 마무리될 것이다.

금속노조에서는 이제 2단계 사업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직업성 암 환자에 대한 접수를 6월 중순부터 7월말까지 받기로 했다. 그리고 벌써 암환자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신고사례 1.
광주의 한 조합원이 연락을 주었다. 동생이 37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했는데, 택시회사에서 15년간 정비사로 일했다고 한다. 브레이크 라이닝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되어 폐암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산재신청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신고사례 2.
자동차 완성사에서 30년 넘게 일하고, 작년에 퇴직한 조합원 본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퇴직하자마자 폐암으로 진단을 받아 당황스럽다고 말씀하셨다. 단조부 열처리 라인에서 계속 일했으며, 열처리 장비들이 석면으로 쌓여있었고, 제품을 넣고 빼는 작업을 할 때 출입문에서 석면가루가 많이 날렸다고 증언했다. 현재는 장비가 없어졌지만, 석면노출에 의한 폐암가능성을 제기했다. CT 사진을 전문가에게 보내서 석면에 의한 폐암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신고사례 3.
금속노조 조합원은 아니지만, 79년부터 울산지역의 금속사업장에서 18년간 일을 하고 조선소에서도 일한 위암환자의 아들이 연락을 주었다. 피해자는 표면처리과에서 황산 등을 사용했으며, 크롬도금을 하면서 말통을 들고 하루에도 두 번씩 붓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누런 가스를 많이 마셨고, 황산가스는 공장에 자욱했다고 한다. 위암은 산재인정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크롬과 니켈 등은 위암과 관련이 있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유사사례를 모아서 한꺼번에 산재신청을 하고, 행정소송까지 내다보면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자동차 수리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

모든 암이 직업성 암은 아니겠지만, 금속노조에서는 발암물질진단사업의 결과를 활용해 피해자의 근무경력과 암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산재신청을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정보센터와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의 전문가들이 금속노조와 함께 하고 있다. 암 신고 사례에서 보듯이, 퇴직하신 조합원 본인, 조합원의 가족, 그리고 금속노조 조합원은 아니었으나 금속노동자로서 살아온 피해자들이 금속노조로 연락을 주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금속노조가 발암물질사업을 통해 160만 전체 금속노동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이다.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안전보건 슬로건이 있다. “건강을 위해 조직하자!(Organize for Health!)”가 그것이다.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않으면, 삼성백혈병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전세계 노동자들의 공통된 깨달음이다. 다시 말해, 금속노조에게는 미조직된 금속노동자들을 금속노조로 조직하여 그들의 건강권이 쟁취되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5만 조합원에게 발생한 직업성 암이 아닌, 160만 금속노동자에게서 발생된 직업성 암을 찾아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은 금속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인 셈이다.

그 밖에도 160만을 향한 금속노조의 발암물질 사업계획은 더 있다. 금속노조는 소속 사업장에서 발견된 발암물질 정보를 금속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모든 노동자들이 발암물질 함유제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발암물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 금속노조에서는 직업성 암 환자를 찾고 있다. 직업성 암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의 근무경력과 암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산재신청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자, 이제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당부 드린다. 본인이나 소속 지회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지, 그리고 이웃의 노동자들에게서 발생된 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혹여라도 직업성 암으로 의심해볼 만한 피해자가 있다면, 즉시 금속노조로 연락을 주기 바란다. 발암물질 사업은 단순히 유해물질을 찾는 사업이 아니라 금속노조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사업이 될 것이다. 조합원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한다.

김신범 /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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