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오전 경기 안산 동양피스톤 공장 정문으로 대한적십자사 헌혈 버스가 들어섰다. 이날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동양피스톤분회(분회장 황훈재)가 ‘코로나19 혈액 수급난 해소 조합원 단체헌혈’을 벌였다.

황훈재 분회장은 “주조반 소속 조합원이 집단 헌혈을 제안했고, 분회 간부들이 지역 혈액원과 연락해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에 대한 우려로 헌혈 기피 사태가 빚어지자 동양피스톤 노동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동양피스톤분회(분회장 황훈재)가 4월 1일 ‘코로나19 혈액 수급난 해소 조합원 단체헌혈’을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에 대한 우려로 헌혈 기피 사태가 빚어지자 동양피스톤 노동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안산=박재영

동양피스톤분회 단체헌혈은 4월 1일에 이어 7일 한 차례 더 진행한다. 사전신청한 조합원이 120명을 넘었다. 조합원 379명 중에서 1/3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동양피스톤분회 간부들은 “조합원들의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 고맙다”라며 입을 모았다.

헌혈은 작업장 앞 주차장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했다. 황훈재 분회장은 “회사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며 금속노조 계획에 협조해 주었다”라고 덧붙였다.

동양피스톤 노동자, 혈액 부족 사태에 따뜻한 헌혈

조합원들이 좋은 취지의 사업을 제안했다고 하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분회가 흔쾌히 받아들여 추진하기란 쉽지 않았으리라. 황훈재 분회장에게 어떤 생각으로 ‘동양피스톤 노동자 단체헌혈’을 결정했지 물었다.

“사실 코로나 19 탓에 물량이 많이 줄었다. 위기 타파를 위해 회사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 다양하게 생각하다 보니 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황훈재 분회장은 “분회는 일상활동에서 사회연대,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조합원들이 헌혈캠페인 아이디어를 주었다. 작은 일로 보일 수 있지만, 동양피스톤 여러 노동자가 동참한 만큼 노동조합 운동에 좋은 기운을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황 분회장은 “확진자가 워낙 많고 코로나 19 사태가 심각하다 보니 조합원들이 마음먹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현재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이니 동참하자고 제안했더니 생각보다 많이 응해줬다”라고 말했다.

▲ 헌혈은 작업장 앞 주차장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했다. 황훈재 분회장은 “회사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며 금속노조 계획에 협조해 주었다”라고 덧붙였다. 안산=박재영

노동자, 코로나 19 사태 해결 동참

분회는 최근 시흥안산지역지회와 함께 코로나 19로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과 연대활동을 벌였다. 헌혈 참여를 위해 분회 사무실에 들른 정현철 금속노조 시흥안산지역지회장이 “경기도 딸기 생산 농가들이 판로가 막혔다는 소식을 듣고 동양피스톤분회 조합원들을 소개했다”라며 “덕분에 딸기 농가들이 위급한 상황을 넘겼다고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동양피스톤분회가 생각하는 사회연대와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 황훈재 분회장은 “‘함께 살자’는 것이다. 이번 헌혈캠페인과 농가 지원은 ‘함께 살자’라는 연대 정신에서 시작했다”라며 “분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연대는 미조직사업이다”라고 강조했다.

동양피스톤 노동자들은 2019년 3월 24일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돼 안산공장 생산직 노동자 98%가 동양피스톤분회 조합원이 됐다. 사무직 노동자도 가입 대상이다. 황훈재 분회장은 “동양피스톤 노동자라면 누구나 금속노조와 함께한다”라며 “사무직 노동자 조직화 계기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라고 내세웠다.

황훈재 분회장은 “동양피스톤 안산공장에 650여 명이 일한다. 작지 않은 규모다. ‘기업노조로 가자, 왜 분회냐’라며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다”라고 분회 조직 초기를 떠올렸다.

▲ 동양피스톤분회 단체헌혈은 4월 1일에 이어 7일 한 차례 더 진행한다. 사전신청한 조합원이 120명을 넘었다. 조합원 379명 중에서 1/3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동양피스톤분회 간부들은 “조합원들의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 고맙다”라며 입을 모았다. 안산=박재영

황훈재 분회장은 “공장의 담장을 넘어 노동자끼리 연대하자는 금속노조 외침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황 분회장은 “경기지부 직속의 독자 지회를 꾸릴 수 있었지만, 금속노조 연대 정신에 동참하고자 지역지회로 들어왔다”라며 산별노조와 지역지회 선택 이유를 털어놨다.

미조직 사업, 노동조합의 최우선 사회연대

황훈재 분회장은 “안산에서 노동조합 활동은 지역지회가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국내 최대 국가산업단지이고 많은 제조업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노조 조직률은 매우 낮죠. 우리가 금속노조에 가입해보니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꼭 필요합니다”라고 분석했다.

황 분회장은 “노동조합을 먼저 경험해 본 노동자들이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필요성을 알리고 노조 가입을 돕는 일이야말로 노동조합의 최우선 사회연대사업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동양피스톤분회 간부들은 “금속노조 가입 준비부터 지역지회와 많은 동지가 도와줬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 분회장은 “처음 공장 정문에서 선전전을 하던 날, 같이 현수막 잡아주던 금속 조합원들을 절대 잊을 수 없다”라며 가입 당시를 회상했다.

▲ 황훈재 분회장은 “공장의 담장을 넘어 노동자끼리 연대하자는 금속노조 외침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황 분회장은 “경기지부 직속의 독자 지회를 꾸릴 수 있었지만, 금속노조 연대 정신에 동참하고자 지역지회로 들어왔다”라며 산별노조와 지역지회 선택 이유를 털어놨다. 안산=박재영

황 분회장은 “생판 남인 동양피스톤 노동자를 위해 나서준 지역지회 동지들의 마음을 우리가 이어받아 노동조합 우산을 쓰지 못한 다른 노동자들에게 계속 전달해야죠”라며 “특히 작은 사업장이 많은 반월·시화공단에 노동조합이 더욱 절실합니다. 금속노조와 지역지회의 역할이 정말 필요합니다. 이것이 힘과 규모 있는 노동조합의 책임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의 연대 정신은 항상 위협받고 흔들리기 쉽다. 동양피스톤분회는 2020년 사업장 교섭 요구로 ‘지역공동체 상생기금 조성’을 내놓을 계획이다. 황 분회장은 “공감하는 조합원들이 있지만 반대 목소리가 분명히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회사나 노동조합은 그때그때 위기를 막는 데 급급하면 안 된다. 당장 위기를 모면하려고 혼자 살고자 한다면 오히려 고립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황훈재 분회장은 조합원들에게 같은 지역지회 소속인 한국와이퍼분회 사례를 자주 설명한다. 한국와이퍼분회는 2019년 단체교섭을 통해 지역공동체복지기금을 만들었다. 안산·시흥의 작은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원한다. 한국와이퍼 기금은 주로 ▲산재노동자 생활비와 법률비용 ▲경비노동자 노동조건 개선활동 ▲청년노동자 노동법 교육 등에 쓴다.

황훈재 분회장은 사회연대 활동과 지역공동체 기금조성 요구안에 관해 조합원들을 계속 설득하고, 토론해 나갈 생각이다. 

금속노조, ‘코로나 19' 대응 정책 요구해야

황훈재 분회장은 요즘 물량 문제로 고민이 많다. 한국 자동차 엔진 피스톤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양피스톤도 코로나 19 위기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이 전체 매출 절반을 차지하니 충격이 크다. 해외 주요 납품사가 있는 미국과 유럽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수출이 아예 중단됐다. 생산량이 코로나 19 이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 동양피스톤분회 간부들은 “코로나 19 핑계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라며 분노했다. 동양피스톤을 비롯한 금속노조 대다수 자동차 사업장에서 물량 감소에 따른 임금 삭감과 일자리 위협을 겪고 있는데 금속노조 움직임이 딱히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분회 간부들은 “실제로 국가경제와 산업이 코로나 19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라며 “결국 개별 기업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업장별 상황을 시급히 조사하고 즉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합에 대한 주문이 이어졌다. 안산=박재영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일부 공정은 휴업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내수 물량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이마저 언제 끊길지 알 수 없으니 조합원들이 매우 불안해합니다. 회사는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반기에 피해가 제대로 현실화할 것이라 얘기하고 있고요. 정부가 기업 지원을 위해 많은 돈을 풀었다는데, 노동자 생계비나 고용유지로 연결되고 있진 않습니다.”

분회 간부들은 “코로나 19 핑계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라며 분노했다. 동양피스톤을 비롯한 금속노조 대다수 자동차 사업장에서 물량 감소에 따른 임금 삭감과 일자리 위협을 겪고 있는데 금속노조 움직임이 딱히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분회 간부들은 “실제로 국가경제와 산업이 코로나 19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라며 “결국 개별 기업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업장별 상황을 시급히 조사하고 즉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합에 대한 주문이 이어졌다.

황훈재 분회장은 “정부의 기업 지원 방안 발표 이후 금속노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답답했다”라며 “지금이야말로 금속노조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에 제 역할을 강력히 요구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금속노조가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황 분회장은 “이럴 때 정부와 지자체들이 빨리 나서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금속노조가 정부를 움직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교섭과 지부 집단교섭에서 기업과 사용자단체를 압박해 함께 정부 지원을 끌어내는 것도 방법이고요”라고 제안했다.

황훈재 분회장은 “노동자·기업·산업에 대한 금속노조의 구체적인 지원 요구를 빨리 보고 싶습니다. 금속노조가 책임을 다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 이 위기를 함께 넘을 수 있습니다. 고민과 행동이 필요할 때, 동양피스톤분회가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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