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과 진보
38년간 묻힌 광주의 진실, 이제 심판대로[특집]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지켜봐야
성민규, 사진=신동준  |  edit@ilabor.org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6.2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5.18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38년 만에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아래 진상규명위)가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진상규명위는 38년 동안 밝히지 못한 광주민중항쟁 과정의 정확한 피해 규모와 책임자를 규명하는 작업에 나선다.

5.18 광주민중항쟁은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의 신군부에 맞서 광주시민들이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지킨 투쟁이다. 계엄군은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항거하던 시민은 물론이고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상대로 폭행과 학살을 저질렀다.

광주광역시가 2009년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5.18 광주민중항쟁 기간 사망자는 163명,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 376명, 행방불명자 76명, 부상자 3,139명이다. 사실, 5.18 광주민중항쟁 희생자는 아직 제대로 집계하지 못했다. 증언과 정황은 있지만, 국가통계에 잡히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가 존재한다. 숨어있는 피해자들을 찾아내 제대로 피해 규모를 확정하는 일도 이번 특별법의 역할이다.

   
▲ 5.18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38년 만에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진상규명위는 38년 동안 밝히지 못한 광주민중항쟁 과정의 정확한 피해 규모와 책임자를 규명하는 작업에 나선다. 2018년 5월 19일 최후 항쟁지 옛 전남도청 옥상에 시민들이 올라가 있다. 사진=신동준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 국회, 법원은 공식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의 의거로 인정했다. 가해자인 전두환, 노태우와 신군부의 주요 인사들은 내란죄를 범한 죄인으로 판결받았다. 김대중 정권이 불과 8개월 만에 사면으로 풀어줬지만, 전두환은 무기징역, 노태우는 17년의 징역을 선고받은 국가 반란죄인이다. 역사의 평가, 사회의 평가 모두 광주민주화운동을 민주항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평가가 끝난 5.18에 관해 아직도 폄훼와 왜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필요한 건 진실, 더 많은 진실을 알리는 일

군부독재 정권이 퍼트린 거짓을 믿는 일부 사람들과 민주화 운동을 깎아내리려는 ‘일베’ 사이트 등을 믿는 이들은 5.18 광주민중항쟁을 여전히 ‘5·18사태’나 ‘광주 폭동’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북한군이 내려와 폭력사태에 개입했기 때문에 신군부계엄군의 진압이 정당했다는 논리를 반복한다.

5.18 학살의 주범 전두환이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시민학살은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다.’, ‘군인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해 암매장한 게 없고, 시민들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다.’,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는 거짓말쟁이’라는 등 허위주장을 퍼트렸다.

극우 네티즌들은 전두환의 말과 자신의 주장을 뒤섞어 허위사실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몇몇 극우 언론은 5.18 광주민중항쟁에 북한 군인들이 동원됐으며, 계엄군의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없거나 있더라도 극히 적었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군사독재 시기 군부세력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은 확대 재생산을 반복하며 인터넷 공간과 여론의 사각지대에서 아직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을 밝히자는 건가

5.18 광주민중항쟁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1조인 목적을 보면‘이 법은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국가권력에 의한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따른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암매장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국민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목적대로 이 법은 아직 다 밝히지 못한 광주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국민의 의지를 담은 법이다.

특별법은 구체적으로 ▲군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저지른 살해, 상해, 실종, 암매장 사건 및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그 은폐 의혹을 밝힌다. ▲시민에 대한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책임자를 밝히고 헬기 사격 명령자와 시민 피해를 밝힌다. ▲88년 국회 청문회를 대비해 군 보안사와 국방부 등이 조직적으로 행한 진실 왜곡과 조작 의혹을 밝힌다. ▲집단학살지와 암매장지의 소재를 밝히고 유해를 발굴, 수습한다. ▲행방불명자의 규모와 소재를 밝힌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 개입 여부와 북한군 침투조작을 밝힌다고 입법 목적을 정리하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 정권은 계엄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철저하게 감췄다. 계엄군의 공범의식에 따라 내부고발도 쉽지 않았다. 주남마을 학살사건은 비무장의 민간인이 타고 있는 버스에 계엄군이 총격을 가해 승객 18명 중 15명이 현장에서 죽이고, 중상자 두 명은 숙영지로 끌고 가 상관의 명령으로 마저 죽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한 명의 생존자와 내부고발자가 증언에 나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주남마을 학살사건의 내부고발자인 최영신 중사는 한 방송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양민학살 증언 이후 수없이 많은 협박을 받고, 가스총을 지니고 다녀야 할 정도로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계엄군이 무차별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는 증거인 헬리콥터 기관총 사격은 올해 들어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군부독재 정권은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증언을 1989년, 당시 항공여단장이던 송진원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철저하게 부인했다. 전일빌딩에서 기관총 탄흔 180개가 나오고 계엄사의 헬기 작전 지침이 공개되면서 조비오 신부의 증언은 사실로 판명됐다.

계엄군이 작성한 ‘광주사태 시 계엄군 실탄사용 현황’을 보면, 5.18 광주민중항쟁 기간 군이 사용한 실탄은 51만 2,626발이다. 계엄군은 소총 외에 기관총, 수류탄, 헬기 기관총 등 열한 가지 이상의 무기를 사용했다고 기록했다. 시민의 시위를 진압하는데 살상, 파괴용 전쟁 무기를 동원한 셈이다.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발포 명령을 누가, 어떻게 내렸는지 지휘 체계를 규명하는 작업도 이번 특별법으로 구성할 조사위원회의 역할이다.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내린 사람과 구조를 가려내는 일은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의 유혈진압의 책임자를 명확하게 특정하고 단죄하는 첫걸음이다.

물론, 정황을 보면 계엄군의 살인진압의 정점에 전두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두환은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자신은 계엄군 운용의 지휘 선상에 위치하지 않아 죄가 없다는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신군부가 세운 꼭두각시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이희성은 언론 인터뷰에서 “5.18 민주화운동 진압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면서, 전두환은 결백하다”라고 주장했다. 이희성은 “전두환이 자신을 뛰어넘어 월권을 저지를 수 없다”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계엄군이 자위권을 발동했다고 주장했다.

   
▲ 특별법이 통과하고, 진상규명위를 구성했다고 끝난 일이 아니다.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경험에서 보듯 물적 증거 확보와 증인의 출석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노동자와 시민의 관심과 진상규명 의지 표시가 증거와 증인을 햇빛 아래에 세울 수 있다. 광주민중항쟁의 희생자들이 도청 한켠에 방치돼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5.18 광주민중항쟁 기간 사상자의 수를 정확히 가려야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박석무 전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희생자가 1,000여 명에 달한다는 외국 방송 내용이 있는데, 정부 집계 사망자는 200여 명이다. 5.18의 진상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어떻게 움직이나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국회의장 추천 1인, 여당 추천 4인, 야당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가 추천하는 4인으로 구성하다. 모두 아홉 명이다. 활동 기간은 1차로 2년, 2차로 1년 연장 가능해 3년 동안 활동할 수 있다. 위원회는 50명의 직원을 두고 진상규명에 나선다.

진상규명위는 담당 지방검찰청장에게 압수 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증거자료를 갖고 있거나, 정보를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상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위원회 의결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특별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동행에 불응하거나, 자료나 물건의 제출에 불응하면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밖에 증언·감정·진술을 청취하고, 증거를 채택하기 위해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특별법이 통과하고, 진상규명위를 구성했다고 끝난 일이 아니다.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경험에서 보듯 물적 증거 확보와 증인의 출석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노동자와 시민의 관심과 진상규명 의지 표시가 증거와 증인을 햇빛 아래에 세울 수 있다.

인적 구성도 중요하다.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했던 황전원 특조위원의 사례를 보듯, 조사위원회에서 조사위원의 역할과 위상이 크다. 어떤 인물이 위원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반드시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진상규명위의 출범은 9월 14일부터다. 진상규명위는 역사와 시민과 열사와 유족의 뜻을 받들어 38년 동안 밝히지 못한 5.18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밝히는 최선의 활동을 해야 한다.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친일의 역사의 아픔을 파헤치고 친일인사를 인적청산 한다는 목표를 가졌지만 실패했다. 5공 비리특별위원회는 비리 정권의 실체와 진실을 밝히는 데 실패하고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다. 친일세력과 군사정권의 적폐는 지금까지 한국의 역사 내내 이어 내려왔다. 한 번 힘과 권력을 얻으면 진실의 심판을 면하고, 과거의 잘못을 가릴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 셈이다.

9월 14일부터 활동할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는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을 학살한 책임자와 추종자들과 범죄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진실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남겨야 한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금속노동자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 별관 6층 금속노조 | TEL : 02)2670-9507 | Fax : 02)2679-3714
발행처 : 전국금속노동조합 | 발행인 : 김호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호규
대표이메일 : edit@ilabor.org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금속노동자 iLabor가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