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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은 노동자의 방패가 돼야 한다[법은 창과 방패다 43] 노동자 안전과 건강 위한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주민영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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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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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2017년 8월 29일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LCD 판넬 화질검사 업무를 수행한 노동자에게 발병한 ‘다발성 경화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면서, 아래와 같이 산재보험의 목적과 기능, 역할을 다시 확인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 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公的)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산업 발전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 중략 … 사회보장제도로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함과 동시에 규범적 차원에서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무과실 책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기업 등 사업자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산업재해에 대해 보상을 하되,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한다. … 중략 … 이해관계 조정 등의 필요성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근로복지공단은 그동안 사회보험으로서 당연한 산재보험의 목적과 기능, 역할을 철저하게 외면해왔다. 공단은 일관되게 고용노동부 고시와 근로복지공단 지침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지만 보면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해왔다. 근로복지공단은 뇌․심혈관계 질병에 관한 업무상 재해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 산재보험의 목적과 기능, 역할에 비추어 노동자에게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은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4월 25일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포스코, 삼성, 신세계 이마트 등 재벌 대기업의 위험의 외주화를 규탄하는 대형 현수막을 찢으며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치고 있다. 사진=신동준

최근 민주노총이 의뢰한 ‘뇌․심혈관계 질병 사례 분석 보고서’ 작성에 참여해 업종별 뇌․심혈관계 질병의 업무상 재해 불승인 사례를 모아 검토했다. 근로복지공단이 고용노동부 고시 중 업무시간에 관한 기준을 기계처럼 적용해 업무와 뇌․심혈관계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해왔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 노조 조합원이 많은 제조업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객관적으로 확인한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2017-32호)에 미달하면, 뇌·심혈관계 질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칠만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없다고 보고, 업무시간 이외의 다른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주·야간 교대근무, 열악한 작업환경, 노동강도 등)를 배제한 채,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해왔다.

심지어, ① 주·야간 교대근무가 노동자의 생활 방식과 신체 리듬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신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했음에도, 근로복지공단은 ‘적응’ 또는 ‘통상 업무’라는 논리를 내세워 주·야간 교대근무로 인한 누적 부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② 소음·고온·한랭·온도변화 등 열악한 작업환경은 기본 사실관계조차 조사하지 않았다.

공단의 이 같은 행태는 ‘업무상 재해 인정의 본질은 의학상 명백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아닌 산재보험을 통해 구제할 만한 것인지를 결정하는 법률판단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의학적·자연 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해야 한다’라는 법원이 확립한 법리에 전면 배치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에 이르러서야, 뇌·심혈관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개정(고시 2017-117호)했다. 노동부는 만성이고 과중한 업무와 관련해 ①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② 교대근무, 유해한 작업환경, 육체 강도가 높은 업무, 정신 긴장이 큰 업무 등을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규정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의 판단에 반드시 반영토록 했다.

나아가, 개정 전 고용노동부 고시(2017-32호)에 따라 업무와 뇌·심혈관계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해 불승인 처분을 받은 노동자에 대해, 재신청하면 개정 고용노동부 고시(2017-117호)에 따라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혹시, 뇌·심혈관계 질병에 관해 산재신청을 했다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다시 신청해야 한다.

결론으로 말하자면, 산재보험은 목적과 기능, 역할을 비추어 볼 때 노동자에게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은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보험으로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는 산재보험을 어떤 기준으로 업무상 재해 해당 여부를 판단할지 고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노동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생명과 생계를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방패로 만들어야 한다.

주민영 _ 금속법률원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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