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최저임금액이 결정된 이후 전국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주들의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대책 논의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사업주들은 외국인에게 한국 사람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주는 게 아깝지 않느냐고 선동했다.

언론과 보수 정치권은 ‘100만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인상 최대 수혜…연 15조 원 국부유출’, ‘외국인노동자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효과 없다’, ‘최저임금의 역설…외국인 근로자 더 우대’, ‘외국인근로자 절반 이상, 월급 200만원 넘게 받아요’ 등 근거 없는 거짓말을 끊임없이 늘어놨다.

이들의 힘을 빌려 사용자들은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을 깎는 갖가지 방법을 만들어냈다. 노동자 국적과 상관없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1명 이상 일하는 사업장이라면 최저임금법을 반드시 준수해야하는데도 말이다.

 

방법 가운데 하나는 현물로 제공하는 금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말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TF 보고안」에서 언급한 방안이다. 위 보고안은 ‘금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으면 ‘국내 근로자가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역차별 받을 소지’가 있고, 남용방지를 위한 환가액의 한도 설정으로 문제점 해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금품’이란 회사가 제공하는 식사, 통근차, 각종 생활보조수당, 특히 기숙사를 말한다.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기숙사라고 부르기 민망한 열악한 숙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가 됐다. 한겨울 기온이 떨어질 때 어김없이 숙소용 컨테이너나 가건물에서 이주노동자 화재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주와 인권연구소>는 노동자 숙소, 특히 이게 집인가 싶은 농업 이주노동자의 숙소에 많이 다녀 봤다. 변기가 없어서 욕실 바닥에 소변을 보고 플라스틱 대야에 받은 물을 바가지로 퍼서 씻어 내리는 집, 찰랑찰랑 넘쳐 까치발을 들어야 하는 초록색 야외 간이 화장실, 배선이 벗겨진 전선이 어지러이 얽혀 있는 벽, 잠금장치가 없어 아침마다 농장주가 장화발로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집, 입구에 유독성 농약 통이 천장까지 쌓여 있는 집, 에어컨을 켜도 쩔쩔 끓는 컨테이너, 겨울에도 찬물로 샤워를 해야 하는 집 등이 있었다.

이런 숙소에서 적게는 두세 명, 많게는 대여섯 명이 방 한 칸을 쓴다. 사업주는 1인당 15만 원에서 40만 원의 숙소비를 받는다. 사업주는 일 한 만큼 최저임금을 주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숙소비를 빼앗아 간다. 일을 많이 한 달은 숙소비가 덩달아 오른다. 안타깝게 지난해 2월 노동부가 임시가건물이라도 숙소비를 월급의 일정 비율만큼 받을 수 있다는 지침을 발표한 뒤 숙소비 공제는 농업에서 전 업종으로 번지고 있다.

이제 회사가 제공하는 금품의 값을 최저임금에서 공제하는 행위는 이주노동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벌써 한국 노동자들에게 점심밥 값 공제 동의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사용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가 하나를 내주면 사용자는 두 개를 빼앗는다. 나누고 쪼개서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자본가에 맞서 약한 자의 손을 잡아주는 노동자의 연대가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한국 노동자는 자본이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꼼수, 숙소비 강제징수, 폭력과 인권탄압 등 불법과 탄압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주와 인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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