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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문, 30년 만에 활짝 열렸다”[사람과 현장] 11년 만에 새 분회 설립하고 조직 확대하는 포스코사내하청지회
김경훈 편집부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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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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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를 상대로 30여 년째 긴 싸움을 하면서 때로는 울기도 했고, 때로는 정말 아까운 동지를 잃기도 했습니다. 오늘 동지들을 보니 이 기나긴 싸움에서 드디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8월 14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트엘분회 설립 보고대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용식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올해 6월 엠텍분회에 이어 두 달 만에 새로운 분회를 설립한 데다 포트엘분회 조합원 62명이 가입하면서 포스코사내하청지회(아래 지회) 조합원이 단숨에 두 배로 껑충 뛰었으니 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다. 2006년 EG테크분회 설립 이후 오랫동안 정체하고 있던 조직확대 사업에 물이 오른 셈이다.

지회 가입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초부터 800여 명이 가입원서를 제출해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기 지회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이 “30여 년 동안 포스코 문이 이렇게 열린 적이 없다”라고 말할 정도다.

지회가 포트엘분회 설립 보고대회 준비로 한창 바쁘던 8월 14일, 광양시 지회 사무실에서 정용식 지회장과 김정기 미비부장을 만났다.

 

철저한 준비로 불법파견 소송 승소

최근 지회 가입 문의가 줄을 잇고, 연이어 새로운 분회가 설립되는 배경의 중심에 광주고등법원이 지난해 8월 17일 내린 불법파견 판결이 있다.

광주고등법원은 지난해 8월 17일 양동운 전 지회장 등 지회 조합원 15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법원은 “조합원들이 포스코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지휘·명령을 받았고, 포스코의 사업조직에 편입됐다고 볼 수 있다”라고 판결했다.

   
▲ 정용식 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이 8월 14일 포트엘분회 설립 보고대회에서 구자겸 포트엘분회장에게 분회 깃발을 전달하고 있다. 광양=김경훈

법원이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회가 지난 2004년 노동부에 불법파견 진정을 넣었지만, 노동부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용식 지회장은 “대응이 미숙했다. 노동부가 적극 조사하도록 대응해야 했는데 ‘서류만 갖다 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라며 “이후에 증거자료를 모으고, 이 정도면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서 2011년 불법파견 소송을 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증거를 보강했음에도 1심은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용식 지회장은 “판결문을 보면 우리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면서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라며 “지역법원이다 보니 포스코의 영향력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지회는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2심 소송을 더 철저하게 준비했다. 광주고등법원에서 3년 7개월 동안 다투면서 증거자료를 보강하고, 현장실사를 했다. 그 결과 광주고등법원은 지회 주장을 대부분 수용해 마침내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포스코는 대법원 판결을 미루기 위해 정규직 전환의 근거인 옛 파견법 6조3항(고용의제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다. 김정기 미비부장은 “법원이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은 적다. 제청신청은 시간끌기용이라고 본다”라며 “법원이 결정문을 내기 전에 신청을 취하해 결론 없이 시간만 끌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지회는 대법원이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리라 판단하고 있다. 김정기 미비부장은 “2심 판결에서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다툰 만큼 대법원이 내용을 달리할 여지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포스코 실무자도 ‘우리가 질 걸 안다’라고 이야기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청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소송에 관심을 두는 다른 이유는 포스코에서 하청업체로 간 노동자들이 제기한 임금청구소송 패소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계속 대규모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하청업체로 소속이 바뀌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의 70% 수준을 보전한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55% 정도만 지급했다. 포스코의 방호부문 외주업체 포센으로 옮긴 노동자 두 명은 2011년 포스코와 포센을 상대로 약속한 임금과 실제 임금의 차액에 해당하는 15%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포스코 급여의 70% 수준'은 정책 목표이지 법률로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임금청구 소송 패소로 처우 개선의 길이 막히자 하청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소송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여러 조건 덕에 가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정용식 지회장은 가입 문의가 모두 가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용식 지회장은 “‘정부가 바뀌었고, 임금도 대폭 인상할 건데 굳이 금속노조를 가려고 하느냐’는 식으로 포스코가 자꾸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소송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라며 “계속 가입원서를 내지만,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무노조 경영, 삼성은 저리 가라

포스코가 수십 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최근의 지회 가입 열기는 이례적이다. 김정기 미비부장은 “보통 무노조 경영하면 삼성을 떠올리는데 포스코는 삼성 저리 가라 할 수준”이라며 포스코의 무노조 경영을 비판했다.

   
▲ 정용식 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이 8월 14일 포트엘분회 설립 보고대회에서 “동지들을 보니 포스코와 기나긴 싸움에서 드디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양=김경훈

“포항제철이 과거 국영기업이었고, 철강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에 노무관리가 막강합니다. 포스코에서 사고가 나면 국정원 직원이 와요. 노무관리담당도 국정원, 경찰 출신이 맡고 있죠.” 포스코 안에서 유일하게 금속노조 깃발을 지켜온 지회는 조합원 징계, 고소‧고발, 단체협약 해지, 임금 차별 등 온갖 탄압에 시달려왔다.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였던 삼화산업이 2008년 작성한 노조파괴 문건은 포스코가 어떻게 노조를 탄압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 문건에 ‘조합 조직 축소→상조회 구성→동호회 구성→희·사·모(희망과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들의 모임) 발족→조합조직 축소 재추진, 조합 대응 세력 구성 압박’ 등 회사가 세운 단계별 노조 무력화 계획이 담겨 있다.

노조파괴 계획은 실제로 실행해 2008년 177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1년 후 78명, 2년 후 40여 명으로 줄었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관리자들을 대거 동원해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으며, 금속노조 탈퇴를 거부하는 조합원을 월 급여 수준이 70만 원 적은 근무에 배치전환했다.

포스코의 가혹한 노무관리는 끝내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비극을 낳았다.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인 EG테크는 금속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2009년부터 양우권 열사에게 감봉, 무기한 대기발령, 2개월 정직, 두 차례 해고 등 온갖 탄압을 가해왔다.

EG테크는 두 차례 부당해고를 자행한 후에도 양우권 열사가 법원 판결로 복직하자 1년 동안 제철소 밖 행정사무실 구석에서 홀로 지내도록 하는 등 왕따를 시키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모든 행동을 감시했다. 양우권 열사는 사측의 탄압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 장애와 심리 불안을 겪다 2015년 5월 10일 자택 근처 야산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정용식 지회장은 그때 상황을 회상하며 “미안한 마음이 컸다”라고 털어놨다. “해고자 열 명 가운데 양우권 열사만 법정투쟁에서 이겼습니다. 양우권 열사가 힘들다고 토로하면 다른 해고자들이 ‘그래도 너는 법원에서 이겼지 않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했죠. 온종일 CCTV 아래에서 감시받으면서 혼자 힘들게 일하는 상황은 생각도 못 하고, 그런 말을 했던 일 때문에 조합원들이 많이 미안해했죠.”

양우권 열사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지회 조합원들은 총파업을 벌이고, 포스코와 EG테크에게 반드시 사과를 받겠다는 결의로 전 조합원 상경 투쟁을 전개했다. 그 결과 양우권 열사 사망 37일 만인 6월 15일 장례를 치렀지만, 조합원들은 전원 해고를 당했다. 조합원들과 양우권 열사가 속한 하청업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이 벌인 상경 투쟁은 현행법상 정당한 투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지회는 소속 하청업체인 성광, 포에이스(구 덕산)과 협상을 벌여 일부는 3개월 정직으로 처리하고, 일부는 신규입사 형식으로 복직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양동운 전 지회장과 과거 해고됐다 복직한 이택근 조합원 등 일부 조합원은 끝내 해고당했다.

포에이스는 당시 합의를 어기고 아직 일부 조합원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김정기 미비부장과 채규향 조합원은 원래 올해 상반기까지 신규입사 형식으로 포에이스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아직 복직하지 못했다. 포에이스는 지회가 불법파견 소송 관련해 매주 수요일 벌이는 선전전이 회사에 불이익을 준다는 핑계를 대며 복직을 미루고 있다.

   
▲ 8월 14일 광양시 청소년문화센터에서 포트엘분회 설립보고 대회를 마친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광양=김경훈

김정기 미비부장은 “현재 해고자들이 상근자 역할을 하며 지회를 유지하고 있다. 활발하게 조직사업을 해야 할 시기인데 회사는 ‘복직하려면 그 역할을 하지 말라’라고 한다”며 “복직하기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당장은 쉽지 않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1만8천 포스코 하청노동자 위해 투쟁

지회 역사의 시작을 따지려면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열기 속에서 포항제철 하청업체 노조를 결성하던 1980년대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삼화산업지회가 먼저 1989년 결성했고, 이후 태금산업지회, 영국산업지회를 통합해 광양지역지회를 세웠다. 광양지역지회는 포스코를 상대로 더 효과적인 투쟁을 벌이기 위해 2009년 포스코사내하청지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회가 30여 년 동안 거대한 포스코를 상대로 숱한 탄압을 받으면서 싸우는 동안 지금처럼 가입 문의가 많이 들어온 적이 없다. 정용식 지회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자랑스럽다”라고 말한다.

“모두가 포스코의 거대한 힘 앞에 꼼짝 못 하는 상황에서 해고자 10여 명, 현장 조합원 40여 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싸운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많은 하청노동자가 우리 투쟁에 관심이 있으니 뭐라도 해야죠.”

지회는 현재 가입원서를 낸 800여 명 가입 여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용식 지회장은 “불법파견 소송은 하청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투쟁방식 중 하나일 뿐 목표는 아니다”라며 “불법파견 소송을 포함해 1만8천 포스코 하청노동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하겠다. 포스코 현장에서 비정규직을 없애는 투쟁을 만들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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