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말: 1960년대 독일로 이주노동을 떠났던 간호사들이 지난 11월16일 독일기업 말레베어의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정관지역지회 말레베어현장위원회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동부산상담소에서 진행한 간담회와 말레베어 노동자 집회 발언을 재구성했습니다.]

 

“우리 간호사들은 1960년대 독일로 갔습니다. 올해가 간호사 파독 50년이어서 서울시 초청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열기가 높은데 역사의 현장에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독일에 있는 한인들이 이 현장에 함께 있는 우리를 무척 부러워하고 있습니다”라며 한국에 온 소회를 밝혔다.

“파독 간호사들이 처음 독일 병원에서 일할 때 병원 안에 평의회가 활성화되어 있었고 우리는 병원노조에 가입해서 권리를 보호받았습니다. 민주노총이 결성되고 합법화되었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뻤습니다. 그동안 연대투쟁도 많아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기도 합니다. 독일에서 우리는 68혁명을 경험했고 한국에서 벌어진 동일방직 똥물사건, YH사건에 연대했습니다. 우리는 5.18 광주민중항쟁을 통해 의식이 깨어나고 성장했습니다. 이런 활동으로 우리들은 한국정부에 의해 입국금지 당했던 시절도 있습니다”라며 투쟁의 경험을 들려줬다.

▲ 파독간호사분들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정관지역지회 말레베어현장위원회 노동자들이 11월16일 부산 공장 앞에서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말레베어현장위원회 노동자들이 화답했다. “말레베어는 독일 기업이고 세계 130여 개국에 공장이 있습니다. 말레베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관리자들의 욕설과 비인간적인 처사 등 모욕적인 처우를 받았습니다. 독일 사장 콜러와 독일 자본들은 직접 나서지 않고 상관없다는 듯이 방관하면서 회사를 비정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노동자들은 2015년 5월26일 금속노조 말레베어현장위원회를 결성했습니다. 노조가 생기고 나서 말도 안 되는 인권침해들은 많이 줄었습니다”라고 상황을 공유했다.

이어 “노조는 올해 4월 말레베어에 교섭을 요청했습니다. 말레베어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교섭에 나왔습니다. 우리는 ‘임금인상, 호봉제 도입, 노조 사무실’을 요구했습니다. 사실 노조로서 아주 작은 요구입니다. 말레베어는 기다렸다는 듯 노조를 무시한 채 사측인사로 구성한 노사협의회와 임금인상안에 합의하고 노조에게 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노조 사무실 마련에 대해 ‘공간이 없다, 본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핑계로 안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라며 말레베어의 탄압상황을 전했다.

말레베어 노동자들은 “상여금 600%를 400%로 삭감하고 삭감분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면서 약속했던 호봉제를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주는 임금을 아까워하는 말레베어는 노조를 못살게 구는 데 엄청난 돈을 씁니다. 금속노조가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들을 주축으로 2노조를 만들었습니다”라고 분개했다.

▲ 말레베어 부산 공장 앞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쓴 현수막이 걸려있다.

노동자들은 “말레베어 현장위원회 조합원들은 9월부터 파업 등으로 수위를 높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11월7일부터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노조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벅찬 상황입니다. 독일 본사에 호소했지만 한국 내 노사문제는 한국 안에서 풀라고 합니다. 독일에 아무리 선진노사문화가 있다 해도 한국에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행태가 지속된다고 봅니다. 기존 한국기업들의 행태를 따라하면서 독일에선 안 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독일에서 말레베어의 노조탄압을 널리 알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투쟁상황을 전달했다.

파독 간호사분들은 격려의 말을 이어갔다. “1986년, 1987년 독일기업 후레아패션 연대투쟁 당시의 상황과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독일인, 독일사회의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독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역할을 찾아보겠습니다. 동시에 해외로 나간 한국기업의 문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하기도 합니다. 한국으로 나온 독일기업의 행태처럼 타국으로 간 한국기업들이 저지르는 인권, 노동권 침해가 많으니까요. 독일로 돌아가면 독일 금속노조와 의논해 보겠습니다. 독일로 돌아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꼭 찾아보겠습니다. 힘내십시오.”

 김그루 <이주민과 함께>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