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유성기업 영동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한광호는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성기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노동권과 이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악랄한 행태를 저지른 기업으로 유명하다.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과 손을 잡고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무력화의 배후에 현대차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들이 만든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직장을 불법으로 폐쇄하거나 제2노조를 설립하는 등 회사 측의 공작에 맞서, 노조탄압을 방관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노동부에 맞서 한광호 열사는 지난 2011년부터 동료들과 함께 민주노조를 지키기는 싸움을 이어갔다. 이 싸움의 과정에서 두 차례 징계를 당했다. 유성기업은 올해 3월 한광호 열사를 또 징계하기 위한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사실조사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결국 열사는 노조파괴 공작에 고통 받다 지난 3월17일 생을 달리했다.

그로부터 216일이 10월18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서울질판위)가 한광호 열사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1항 2호의 ‘업무상 재해’로 최종 판정했다.

서울질판위는 “(한광호 열사가) 수년간 노조활동과 관련한 갈등으로 인해 우울증 상태에 있었고, 사건 발생 1주 전 사실조사 출석요구서가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와 사망 간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5월27일 포스코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한 양우권 열사의 업무상 재해 인정에 이은 의미 있는 판정이다. 양우권 열사 역시 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감봉, 대기발령, 해고와 정직 등 회사의 괴롭힘이 있었다. 서울질판위는 “해고와 복직이 반복되는 과정, 복직 후 이어진 이지테크의 법정대응 및 징계처분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업무와 관련한 우울증이 발생”했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됐다”는 소견과 함께 업무상 재해로 최종 판정했다.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징계와 해고를 받을 이유는 없으며, 이로 인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업무상 재해라는 의미에 힘이 실린다. 노동자는 법이 보장한 ‘노조 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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