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고용노동부의 대대적인 단체협약 시정명령에 맞서 투쟁을 벌인다. 

민주노총은 12월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는 재벌 청탁 노동개악 강행을 위한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유난히 많은 사업장에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는 4월부터 1,503개 사업장(노조 사업장 77개)에 자율개선권고 공문을 보낸 데 이어 10, 11월 두 달 사이에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 69건을 지방노동위원회에 요청했다. 박현희 금속법률원 노무사는 “12월에 요청하는 사건을 포함하면 더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협약 시정명령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처리 건수는 10건 이하였다. 의결처리 건수가 90건에 달했던 2010년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파악한 건수만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08년 이전 건은 대부분 노동자가 단체협약 내용에 문제를 제기해 행정관청이 나섰던 반면 올해는 행정관청이 먼저 나서서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내리는 모양새다.

▲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가 12월7일 대구 수성구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노조 포항지부 제공

고용노동부가 주된 시정명령 대상으로 삼은 조항은 ▲조합원 가족 우선·특별 채용 ▲전임자, 시설 편의 제공 ▲유일교섭 단체 규정 등이다.

이 가운데 조합원 가족 우선·특별 채용 조항은 단체협약 조항에 있지만 실제 채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용도 대개 조합원이 사망하거나 업무상 재해로 불가피하게 퇴직하는 경우 직계가족을 고용하는 조항이다. 일반적인 고용세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용노동부도 지난해 3월 727개 표본 기업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업무상 재해자 자녀에 대한 우선·특별채용 조항은 위법한 단체협약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전임자, 시설 편의 제공 조항은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박현희 금속법률원 노무사는 “형식상 사용자의 지배·개입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실질은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다. 단결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항도 사업장마다 크게 달라 일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가 자율개선을 권고한 항목 중 노동조합 사무실 관리·유지비 제공 등 위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조항이 다수 있다.

▲ 민주노총이 12월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벌청탁 노동개악 강행을 위한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노조 조직실 제공

단체협약 시정명령은 노사자율을 중시해 정부나 공공기관이 단체교섭에 개입하지 않도록 규정한 국제 기준에도 어긋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1월9일 380회 이사회 의결을 통해 “교섭 당사자들의 자율에 맡겨야 할 영역에 정부가 단체협약을 변경할 목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마라”고 권고했다.

박현희 금속법률원 노무사는 “이번 단체협약 시정명령은 노동개악과 재벌 고충 수리의 연장선에 있다”며 “박근혜 정부와 재벌이 결탁해 재벌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위원회가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의결하고 행정관청이 시정명령을 내린 뒤에도 해당 사업장이 단체협약을 바꾸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돼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가 2010년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을 역대 최대 규모로 요청한 후 다수 사업장에서 단체협약 시정명령 때문에 노사분쟁이 격화하고 노조파괴가 벌어졌다”고 규탄하며 “적극 대응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2월8일 기자회견 뒤 지역본부별로 각 지방고용노동청에서 항의면담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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