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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된 착취,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기획연재] 우리들의 낯선 동료- 청소년 노동자 ①
조영미 선전국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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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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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꿈나무’, ‘나라의 미래’, ‘무서운 10대’……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일컫는 말이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구분하는 사회에서 많은 청소년들은 최저시급이 최고임금인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일한다. 생계를 위한 노동이지만 ‘사회경험’과 ‘용돈벌이’로 불리며 보호받지 못 하고 있다. 청소년 노동자 목소리를 통해 금속노조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역할과 과제를 살펴본다.

 

‘용돈벌이’ 아닌 생계 위한 ‘노동’

학생이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용돈은커녕 돈을 벌어 생활비에 보태야 하는 처지의 청소년이다. 체감 실업률 30%로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보니 아르바이트 노동시장은 오히려 호황이다.

당연히 법보다 사장 말이 우선이다. 임금은 최저가를 부른다. 낮은 임금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지만 당장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이나 청년 실업자들은 100원이라도 더 벌기위해 오늘도 극한 ‘알바시장’에서 경쟁한다. 헬조선에 사는 청소년, 청년들의 삶이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

자영업자 비중이 30%(2015년 OECD 통계)에 이르는 기형적 고용구조에서 한 집 걸러 편의점, 두 집 건너 치킨집, 세 집 너머 커피숍이다. 이런 소매점 노동은 대부분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이 채운다. 성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교 3학년 최 모 씨를 만났다.

“학교가 멀어 교통비가 10만 원쯤 들어요. 핸드폰비 8만원, 보험비 13만원, 방값, 게다가 식비도 아무리 적게 사도 3만원 넘어요. 이런 걸 해결하려면 한 시간이라도 더 일을 주는 데를 가야하는데 그런 일자리도 별로 없어요. 저는 미성년자라 써 주는 데도 많지 않아요. 고등학생들은 일을 잘 못하고 조금하다 그만둔다고 생각하나 봐요. 저 같은 학생에게 맞는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아요.”

아르바이트 청소년 다수는 유명 브랜드 옷을 사고 싶어서, 비싼 상품을 갖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다. 상당수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생계형 아르바이트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이 늘면서 부모의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은 자녀인 청소년 어깨에 빈곤의 짐을 지운다.

   
▲ “회전초밥 집에서 하루 5시간씩 일했어요. 학교수업 마치고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시급 6천5백원을 받았어요. 최저임금이 6천30원이니까 더 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에요. 밤10시까지 일하는 거라고 했는데 식당은 손님들이 다 나가야 일이 끝나잖아요. 주방은 9시30분정도에 마감하지만 홀은 손님들 계산도 하고 테이블도 치워야하니 실제 거의 10시30분을 넘겨요. 초과하는 시간은 계산 안 해주잖아요. 시급 6천5백원은 많이 받는 게 아니에요. 주휴수당이요?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어요.” <자료사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5년 15세에서 24세 사이 일하는 청소년 503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부모와 함께 사는 청소년이 재미나 경험이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생활비를 보태거나 마련하기 위해 일하는 비율은 22.2%에 달했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청소년 경우 이보다 더 높은 27.2%였다. 부모와 동거하는 청소년이나 비동거하는 청소년 모두 용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70% 넘는데, 이 용돈 역시 불가피한 지출에 필요한 것이기에 단지 여윳돈으로 하는 추가 소비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이같이 청소년 아르바이트 역시 생계형 노동임에도 많은 사람이 ‘사회경험’, ‘용돈벌이’ 정도로 취급한다. ‘노동’으로 보지 않기에 이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가하는 인권침해에 더해 4대 보험은 고사하고 일하다 다치면 치료는 본인 몫이고 되려 해고사유가 되기도 한다.

 

‘근로계약서’가 뭐예요?

최 씨의 경험담이다.

“회전초밥 집에서 하루 5시간씩 일했어요. 학교수업 마치고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시급 6천5백원을 받았어요. 최저임금이 6천30원이니까 더 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에요. 밤10시까지 일하는 거라고 했는데 식당은 손님들이 다 나가야 일이 끝나잖아요. 주방은 9시30분정도에 마감하지만 홀은 손님들 계산도 하고 테이블도 치워야하니 실제 거의 10시30분을 넘겨요. 초과하는 시간은 계산 안 해주잖아요. 시급 6천5백원은 많이 받는 게 아니에요. 주휴수당이요?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어요.”

사업주는 15시간 이상 일하고 결근이 없는 노동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최 씨는 하루 5시간 이상 일했고 결근도 없었으니 당연히 주휴수당을 받아야한다. 사업주들은 규정을 알면서도 청소년들이 노동법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악용해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

최 씨만의 경험이 아니다. 아르바이트 업계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정당한 자기 임금을 챙겨 받는 일조차 힘겹다. “근로계약서요? 알바도 그런 걸 쓰나요? 그런 거 따지면 사장님이 써주지 않을까봐 말 못해요. 사장님들은 노동조합 같은 거 극혐 해요.”

   
▲ “사장님들은 알바생은 부르면 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식당은 명절, 광복절 같은 공휴일에 더 바빠요.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쉬거나 나와도 짧게 일하고 가요. 대신 그 일을 우리 알바생들에게 다 하라고 해요. 손님 많으면 사장님은 평소보다 더 많이 버는 거잖아요. 하루 매출 400만원 넘게 찍을 때도 있고. 그런 날은 일이 많아 두 배 세배로 뛰어다녀야 해요. 그런데 시급은 똑같아요. 주휴수당, 초과수당, 야간수당 그런 건 꿈도 못 꿔요.” 지난 3월5일 108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하고 있다. 아이레이버 자료사진

학교 교육과정에서 노동법, 근로기준법을 가르치지 않으니 청소년들은 당연히 기본 근로계약서, 노동시간, 수당 등 자신의 권리를 알지 못한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를 채 넘지 못 하는 한국 사회에서 부모나 사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회사나 업주들이 노동조합을 꺼리는 사회분위기도 한 몫 한다.

임금체불 문제도 심각했다. 일 시킬 때 1분 1초도 허투루 보내지 못하게 하면서 임금을 계산할 때 의도적으로 떼먹는 경우도 많다. 유교 분위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청소년이 성인에게 따지기 어렵다는 약점을 악용한다.

“알바비를 다 못 받았어요. 돈을 받았는데 이상해서 제가 일백 번도 넘게 계산해봤거든요. 그런데 7시간이 비는 거예요. 제가 잘못했나 싶어 친구들한테도 계산해보라고 했는데 7시간 비는 게 맞대요. 나중에 알아보니 하루 출근부 기록이 빠져있던 거죠. 제가 깜박하고 기록을 안 해서. 그게 5시간인데 나머지 2시간은 무엇 때문에 빠졌는지 모르겠어요. 사장님에게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 못 받았고 지금은 아예 전화도 안 받으세요. 7시간 알바비가 4만2천원인데 사장님한테는 얼마 안 되는 돈이라 그까짓 거 뭐라고 따지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희한테 큰돈이에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받는 부당한 처우의 종류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62.7% ▲임금지급 지연 26.5% ▲임금체불 4.0% ▲폭언, 욕설, 언어폭력 15.3% ▲최저임금 미만 23.3% ▲성희롱 6.4% 등으로 나타났다.

 

“필요할 땐 불러내고 필요 없으면 그날로 나오지 말라고 해요”

“사장님들은 알바생은 부르면 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식당은 명절, 광복절 같은 공휴일에 더 바빠요.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쉬거나 나와도 짧게 일하고 가요. 대신 그 일을 우리 알바생들에게 다 하라고 해요. 손님 많으면 사장님은 평소보다 더 많이 버는 거잖아요. 하루 매출 400만원 넘게 찍을 때도 있고. 그런 날은 일이 많아 두 배 세배로 뛰어다녀야 해요. 그런데 시급은 똑같아요. 주휴수당, 초과수당, 야간수당 그런 건 꿈도 못 꿔요.”

아르바이트 노동시장에서 공급이 많다보니 해고를 쉽게 한다. 곤궁한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은 사장 눈밖에 날까봐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다.

“제 친구는 집안사정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알바를 했어요. 오후 5시부터 알바를 하는데 사장이 어떤 때는 오후 3시부터 일하러 나오라고 한대요. 학교에서 수업하는 시간이잖아요. 거절하기 어려워 수업 빠지고 알바하러 간적도 있대요.

 

“어른들 시간은 정확히 지키면서 우리한테는 남은 일 하고 가래요”

청소년 노동자들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을 중의 을이다. 업주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성인 노동자들은 자신보다 아래 급 취급한다.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청소년을 자신과 동등한 ‘노동자’, 동등한 ‘노동’으로 보지 않는다. 성인 노동시간과 노동에 대해 법과 규정을 따지면서 아르바이트생은 막 부려도 되는 사람으로 여긴다.

“주방일 하시는 이모님들은 시간되면 칼퇴근 하시거든요. 우리 알바들한테 남은 설거지하고 식기세척기 물 빼놓고 뒷정리를 다 하고 가라고 해요. 홀이 아무리 바빠도 주방에 계시는 분들이 나와서 도와주신적은 없어요. 우린 막 뛰어다녀야 해요.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는 상태로 일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실수했다고 손님들 앞에서 막 혼나요. 그러면서도 우리 일을 절대 도와주지 않아요. 어른들은 쉬는 시간을 지키세요. 커피도 마시고. 그런데 그 시간에 우리보고 와서 일하라고 하세요. 우리는 쉬는 시간이 없어요.”

   
▲ 전일 근무 노동자와 다름없는 생계형 아르바이트 경우 주로 더 긴 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노동시간 제한인 주당 40시간을 넘겨 일하는 청소년은 무려 9.2%에 달했다. 주당 20시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한 청소년 전체 비율은 38.3%에 달하는 등 노동시간이 상당히 긴 청소년이 적지 않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13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학교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당 평균 근무시간을 조사했다. 이들 청소년 가운데 37.9%가 비교적 단시간인 주당 5시간 이상에서 15시간 미만 일했다. 주말에 하루 이틀, 또는 방과 후 두세 시간씩 일하는 셈이다.

그러나 전일 근무 노동자와 다름없는 생계형 아르바이트 경우 주로 더 긴 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노동시간 제한인 주당 40시간을 넘겨 일하는 청소년은 무려 9.2%에 달했다. 주당 20시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한 청소년 전체 비율은 38.3%에 달하는 등 노동시간이 상당히 긴 청소년이 적지 않다.

 

“부모님이 다 해주는 친구들 보면 부럽기도 해요”

또래보다 일찍 노동으로 생활비를 버는 최 씨이지만 그 역시 꿈 많은 고등학생이다. 꿈은 여느 고등학생과 다르지 않다.

“고3이라 낼모레 수능시험을 봐요. 저는 전문대에 수시를 넣었고 합격했어요. 4년제 대학에 가고 싶었어요. 한국 사회에서 전문대는 안쳐주니까요. 그런데 4년제 나와 취업 안 될 거면 차라리 2년제 다녀서 빨리 취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꿈이요? IT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요. 대학도 그런 쪽으로 넣었고요. 그래서 돈도 열심히 벌고 공부도 열심히 하려 해요.”

장래 포부를 밝히는 최 씨 표정이 밝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고등학교 3학년 19살 학생이 견뎌야 할 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부모님이 다 해주시는 친구들은 공부만 하면 되는데 저는 공부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니까 힘들어요. 학교 끝나면 친구들은 학원 가는데 저는 일하러 가야하니 공부할 시간도 별로 없어요. 이런 생각하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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