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혁명전야다. 11월5일 광화문광장에 20만명, 전국 30만명의 인파가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고, 12일 2016년 민중총궐기에 100만의 민중이 모였다. 헌법 질서를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핵심 공범은 재벌이다. 재벌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무려 800억 원을 ‘뇌물’로 던져주고 대가로 정부의 노동개악 강행과 숙원사업 해결이라는 ‘장물’을 얻었다.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낸 53개 기업 중 12개 기업이 지난 해 적자를 기록했다. 기부금은 손익계산서상 ‘영업외비용’으로 지출 금액만큼 회사의 순이익이 감소한다. 아마 해당 기업들은 적자를 빌미로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 성과급삭감, 구조조정 등을 압박했을 것이다. 뒤로 정부와 지저분한 거래를 했다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노동조합이 미리 이런 정보를 알았다면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조선업을 필두로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나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 자율협약 등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구조조정 절차의 특성상 일단 시작하면 노조의 대응이 매우 제한된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기업의 현재 실적과 재무상황, 투자계획과 경영전망이 어떤지, 회계부정이나 배임의 징후는 없는지 감시해야 한다. 대부분 노조는 경영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각종 소송에서 경영정보 접근권은 중요한 문제다.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이 문제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법정수당 차액청구의 경우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법리를 설시했다. 이후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들이 너도나도 사정이 어렵다는 신의칙 항변을 하고 있다.

흑자를 내기 어려워도 적자는 내기 쉽다. 대표이사 등 임원의 급여나 업무추진비, 접대비를 대폭 증가하거나 대주주나 경영진 관계 재단에 거액 기부할 경우 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한다. 올해 9월29일 S&T중공업(경남지부) 항소심 선고에서 회사는 신의칙 항변을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3년, 2014년 회사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당시 회사는 대주주이자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장학재단에 100억 원을 출연했고,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부담액을 미리 재무제표에 상당부분 반영함으로써 그리 됐다는 사정을 재판부가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공시 재무제표만으로 이익 감소 또는 적자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으면 다행이다. 실제 경영분석을 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경영분석을 하다 의문이 생길 경우 지회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에 추가 자료 요구도, 질의도 어렵다고 한다. 이 경우 경영분석 내용은 일정 부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회계부정이나 배임 의혹에 대해 의심할 수 있지만 고소고발 할 정도까지 입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조는 어떤 수단으로 경영정보에 접근할 것인가. 우선 단체협약이 중요하다. 보통 단협에 재무제표 등 경영실적과 경영계획에 관한 사항을 노동조합이 열람, 복사할 권리가 규정돼 있다. 실제 회사가 노조에 제공하는 자료는 이미 대외 공시한 재무제표이거나, 회사 입맛에 맞게 요약한 자료가 대부분이다. 경영설명회에서 흑자나 적자의 원인, 위기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별로 없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단협에 경영정보 접근권을 더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경영실적과 경영계획에 관한 사항’의 경우 연간, 분기별, 월별 재무제표, 제조원가명세서, 임금대장, 결산보고서, 법인세 세무조정계산서, 예산서 등 필요한 서류의 명칭을 예시해야 한다. 또 일정 지분 이상의 소수주주에게 인정하는 회계장부 열람등사권을 명시하면 더욱 유용하다.

법적 근거가 있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22조는 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에 관한 사항, 분기별 생산계획과 실적에 관한 사항, 인력계획에 관한 사항, 기업의 경제적, 재정적 상황에 대한 사용자의 성실보고 및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3항은 근로자위원의 자료제출 요구권을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 5조는 이를 재무구조에 관한 일반 현황, 자산현황과 운용 상황, 부채현황과 상환 상황 등으로 더 자세히 구분하고 있다. 또 ‘근로자가 정당하게 보고를 요구한 사항’을 시행규칙이 규정함으로써 필요한 경우 요구자료의 수준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국내와 해외 종속회사들의 재무제표 역시 요구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주된 재무제표는 종속회사들의 실적을 포괄한 연결재무제표다. 별도 재무제표 또한 지분법이익/손실이나 배당금수익 등의 형태로 종속회사의 실적을 순이익에 반영한다. 해외 종속회사들의 실적에 국내 본사의 실적이 좌우되는 경우도 많고, 성과상여 지급기준을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의 몇 %로 규정한 기업도 있다. 종속회사들은 본사와 법적 실체는 다를지만 경제적 실체는 사실상 같기 때문에 정당한 근거가 있는 요구이다.

지난 4월 서울시가 발표한 노동정책 중 노동이사제가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동자, 노조의 경영참가는 민주노총의 요구이다. 비상임이사 한두 명이 기업 경영의사결정 자체를 변경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사에게 막강한 경영정보접근권이 있다는 점이다. 이사는 상법 규정에 의해(감사위원회 위원의 경우) 또는 상법의 해석에 의해 경영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고, 필요 사항에 대해 임직원들에게 정보 제공과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임직원들은 기밀임을 이유로 정보제공을 거부하도 못한다. 이사는 필요한 범위에서 회사의 장부 등 주요 서류 열람권도 있다. M&A나 구조조정에 대한 정보도 이사회에서 먼저 논의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과 사외이사 선출 시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 선출권과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를 골자로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조는 위 법안의 통과에 관심을 둬야 한다. 위 법안이 통과할 경우 일정 규모 이상 회사의 노조는 우리사주조합 설립 후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도록 하여 포괄 경영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얻는 것도 장기전략 중 하나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장석우 / 금속법률원 변호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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