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노동자의 함성이 창원 시내를 가득 채웠다. 노조 경남지부 조합원 5천여 명은 6월15일 창원시청 앞에서 연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한목소리로 경영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박근혜 정권과 자본을 성토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경남지부 조합원들은 대오를 셋으로 나눠 각각 창원 만남의 광장, 동남관리공단, 삼익아파트에서 창원시청 앞으로 행진했다. 행진 대오는 약 2km를 행진하며 각각 방송차와 현수막, 선전물 등으로 노동자의 요구를 창원시민들에게 알려냈다. STX조선지회 등은 조합원 대부분이 집결해 노동자의 분노를 드러냈다.

 

“조선산업 파탄 낸 책임자 처벌하라”

홍지욱 노조 경남지부장은 “세계 1등 조선산업을 이 지경으로 파탄 낸 자 누구냐”며 “정부는 왜 조선산업을 말아먹은 원인과 책임은 말하지 않고 일하다 다치고 죽어간 죄밖에 없는 노동자만 책임지라고 하느냐”고 분노했다.

▲ 노조 경남지부가 6월15일 창원시청 앞에서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지부 제공

홍지욱 지부장은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책당국자와 경영자들을 당장 정리해고하고 구속, 처벌해야 한다”며 “국회는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나라 경제를 거덜 내고 있는 자들을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 지부장은 “노동자들이 분노를 넘어 생존의 벼랑에서 죽어가고 있는 민중과 연대하자. 이 한심한 정권, 무능한 정권, 자본가 독재정권을 끌어내리고 사람 사는 세상 좀 만들자”고 호소했다.

고민철 경남지부 STX조선지회장은 “채권단은 증발한 3조7천억 원 운영 내역을 공개하고, 정부는 운영자금 부실운영에 대해 책임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기성 경남지부 성동조선지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악을 관철하기 위해 조선산업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며 “이에 맞서 힘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조선산업 청문회 실시하고, 해고요건 강화할 것”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노회찬 의원은 “조선업을 위기에 빠뜨린 실제 책임자가 누구인지 규명하는 청문회를 실시하자”며 “이윤을 챙겨간 그 사람들이야말로 조선업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6월15일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노동자와 단결해 함께 위기를 헤쳐가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지부 제공

노회찬 의원은 쉬운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소위 2대 지침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해고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6월 중으로 제출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날이 어두울수록 한 점 빛이 더욱 빛난다. 노동자와 단결해 함께 위기를 헤쳐가겠다”고 밝혔다.

 

“현안사업장 문제 공동으로 해결한다”

경남지부 조합원들은 이날 조선산업 구조조정뿐 아니라 지역 현안사업장 투쟁도 힘차게 벌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노조 경남지부에 여러 현안사업장이 있다. 일본이 100% 투자한 한국산연이 전 조합원을 해고하고 외주화하겠다고 통보해 투쟁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지회가 사측의 노조탄압과 부당해고, 부당징계에 맞서 투쟁 중이다. KBR노동자들은 지난 3년 동안 3번의 위장폐업을 당하고 투쟁 중이다. 12년 연속 흑자기업 S&T중공업은 매월 조합원 50명 이상을 부당하게 휴업휴가를 보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양성모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장은 “우리는 정리해고 철회, 불법외주 철회, 생산부문 폐지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사측은 지회가 투쟁을 시작하자 화장실을 잠그고 조합원 통행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양 지회장은 “오는 22일 2차 원정투쟁에 나서 본사 산켄전기를 직접 타격하고, 우리 뜻을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경고했다.

▲ 홍지욱 경남지부장이 6월15일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국회는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나라 경제를 거덜 내고 있는 자들을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부 제공

지부는 5월부터 중식집회 등을 통해 공동투쟁을 전개하며 지역 현안사업장 문제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장은 “현안사업장에 부실, 비리, 엉터리 경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는 결국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정규직을 해고해 비정규직으로 그 자리를 채우겠다는 정치적 술수”라 비판했다.

김재명 본부장은 “노조혐오 세상에서 우리 위상을 투쟁으로 되찾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권리, 우리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한 7월 총파업을 동지들과 함께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국산연지회 율동패, 지역노동자율동패, 노동가수 박준 동지가 율동과 노래로 이날 결의대회를 풍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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