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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비정규직 하나로 묶는 현장투쟁 만들어 달라”[싸우는 우리 04] 고공농성 1년. 기아차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조합원들
성민규, 사진=김경훈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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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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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업장이든 사용자가 스스로 교섭에서 전향적인 안을 낸 적 없다. 투쟁을 조직해 기아차가 성의 있는 안을 들고 나오도록 해야 한다” (최정명 조합원)

“아픈 몸과 생활고는 예상했고 견딜 수 있다. 노조가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은 답답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항상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싸울 사람이 있다. 지부가 투쟁과 전술을 배치해 달라” (한규협 조합원)

기아자동차지부 사내하청노동자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옛 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 올라간 최정명, 한규협 두 조합원의 고공농성이 1년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6월11일부터 시작한 농성은 5월13일로 337일을 넘어섰다.

두 조합원은 지지부진한 기아차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진척시키기 위해 회사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공농성자들은 노조와 기아차지부가 기아자동차를 압박하는 현장투쟁을 조직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5월12일 기아차지부와 기아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 중 일부인 465명을 신규채용하는 형식으로 합의를 했다. 이 합의를 폐기하고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의 정규직화를 요구한다며 최정명, 한규협 조합원이 지난해 6월11일 광고탑 위에 올랐다. 기아차가 법원 판결대로 2년 이상 일한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행해야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 최정명, 한규협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조합원들이 4월29일 '정몽구 구속처벌,모든 사내하청 정규직전환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고공 농성 승리를 결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훈

두 조합원의 고공농성으로 불법파견 정규직화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기존 합의를 이유로 불법파견 교섭을 거부하던 기아차는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기아차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노사 상견례를 마쳤고 5월 셋째주안에 본격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공농성이 이끌어낸 성과다. 이렇듯 상황이 다소 바뀌었지만 서울시내 한복판 광고탑 위에 위태롭게 매달린 두 조합원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 전엔 내려갈 수 없어

강추위와 혹한의 칼바람이 물러나자 미세먼지와 무더위가 광고탑 위의 두 조합원을 덮쳤다. 멀쩡한 사람도 며칠 버티기 힘든 날씨와 환경에 1년 가까이 노출된 두 조합원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최정명 조합원은 “약을 먹고 있다. 고공농성장에서 취할 수 있는 의료조치는 약밖에 없다. 의료진이 올라와 혈압약을 처방했다”며 “없던 고혈압이 생겼고 한규협 동지는 원래 있던 고혈압이 나빠지고 있다. 약을 먹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젠 온몸이 쑤신다”며 건강상태를 털어놨다.

건강도 문제지만 1년 가깝게 진행하는 고공농성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우려와 생계부담도 큰 문제다. 최정명 조합원은 두 아이의 아버지이고 한규협 조합원은 세 아이가 있다.

최정명 조합원은 “유치원에 다니는 막둥이 딸이 있다. 딸이 전화할 때마다 언제 돌아 오냐고 약속을 받으려 한다. 꽃이 피면 돌아간다고 했는데 이미 늦었다”며 “계속 미루다보니 애들도 지쳤는지 이제 더 이상 묻지를 않더라. 솔직히 가족들에게 참 미안하다”고 씁쓸하게 말을 흐렸다.

건강과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일단 땅으로 내려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이어가자는 권유에 대해 두 조합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정명 조합원은 “이제 내려와서 함께 투쟁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우리를 걱정해서 하는 얘기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이야기 하는 사람이 가장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최정명 조합원은 “우리가 요구에 제대로 된 내용을 만들어야 내려간다. 이 합의는 특별교섭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정명 조합원은 “회사의 탄압은 각오했다. 회사는 깡패들을 동원해 우리를 광고탑에서 끌어내리려 했다. 우리를 해고하고 손배가압류까지 걸었다”며 “심지어 광고탑 업체를 동원해 공장 앞 선전전까지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를 탄압하기 위해 회사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현장투쟁으로 압박해야 쟁취

두 조합원은 회사의 탄압보다 광고탑 위에서 느끼는 무력감이 더 무겁다고 털어놨다. 기아차 고공농성 투쟁 국면을 바꿀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최정명 조합원은 “회사의 탄압은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관심과 외로움, 무기력함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한규협 조합원은 “솔직히 믿는 구석이 있어 광고탑에 올랐다. 우리에겐 노조가 믿는 구석이다. 이제 노조가 교섭을 이유로 망설이지 말고 제대로 투쟁을 시작해야한다”며 “10년 넘게 끌어온 싸움이다. 쉽게 끝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압박과 투쟁 없이 얻어낼 수 있는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정명 조합원은 “사태 해결의 키는 분명 회사와 지부가 쥐고 있다. 노동조합의 교섭은 협상장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며 “회사가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에서 회사를 끌어낼 전술과 투쟁이 필요하다. 압박이 필요하다”며 노조와 지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두 조합원은 한 달 전부터 아침을 먹지 않고 하루에 두 끼만 하고 있다. 일 년 내내 좁디좁은 광고탑위에 갇혀 있다 보니 운동능력이 많이 떨어지고 소화도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눈 아래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서울시내의 풍경이 가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최정명 조합원은 “광고탑 위의 일상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생각이 두렵다. 한규협 동지랑 둘이 광고탑 위에 앉아 항상 얘기한다. 우리가 땅으로 내려가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빨리 땅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마지막으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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