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 급성중독, 20대 노동자 실명위기

삼성전자 핸드폰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2월초 20대 청년 4명이 메틸알코올(메탄올) 급성 중독으로 시력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중 3명은 현재 실명 위기에 처해있다. 이번 메틸알코올 급성중독 사건은 공기 중 흡입으로는 세계 최초 사례다. 20대 노동자가 화학물질 중독으로 하루 아침에 시력을 잃은 사건이 GDP 규모 세계 11위,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초로 일어난 것이다.

4명의 젊은 노동자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다 유해 화학물질 급성 중독으로 실명위기에 빠졌다. 이 사건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2월22일 인천남동공단에서 또 메탄올 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앞선 사고와 같이 이번 사례 또한 대기업(삼성)하청 업체였다.

피해노동자는 28세 여성 파견노동자였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메탄올 중독사고 발생 후 노동부가 감독점검을 나갔던 곳이기에 더 충격적이다. 노동부는 조사를 나가서 에탄올로 작업물질을 바꿨다는 사업주 말만 듣고 점검을 마쳤고, 후속 점검은 없었다. 원청인 삼성은 메탄올 사고 후에도 하청업체들에 대한 별도의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사업장의 사업주는 2월3일 점검이 끝나자 2월11일 다시 메탄올을 사용했다. 결국 28세 여성노동자가 다섯 번째 메탄올 중독 피해자가 됐다. 현재 이 노동자는 뇌손상 및 시력이상으로 의식이 혼미한 상태다.

피해 청년노동자들이 담당한 공정은 핸드폰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정이다. 핸드폰 측면 버튼, 케이스 판넬을 만들 때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가공해야 하는데 이 때 메탄올을 유화제로 쓴다. 메탄올은 급성 중독 시 시신경 독성과 신체 대사 후 뇌 독성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취급 사용에 매우 주의가 필요한 화학물질이다.

안전한 에틸알코올(에탄올)을 대체 물질로 쓸 수 있지만 메탄올이 저렴해서(약 3분의 1 가격) 사업주들은 아무 고민 없이 사용해왔다. 이 공정을 맡은 핸드폰 하청업체들은 부천, 인천, 안산, 구미 등 전국 공단지역에 퍼져있다.

▲ 반올림과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반도체 직업병 해결을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화학물질, 노동자에게 필히 알려야

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실명위기에 빠진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일터에서 쓰는 화학물질이 메틸알코올인지도 모르고 작업했다. 어떤 물질인지 그 정체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도 불가능했다. 이 4명뿐만 아니라 그 전에도 무수한 노동자가 얼마나 오랜기간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이 물질을 다뤘는지 알 수 없다.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많은 제조공장에서 지금도 위험한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삼성전자 백혈병 사건 등을 통해 깨끗하다고 알려진 반도체 사업장이 사실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게 됐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때문에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잃어선 안 된다.

일단 내 작업장에서 쓰는 화학물질이 무엇인가? 작업환경이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안전에 유해하지 않은지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알려지지 않은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의 알 권리, 건강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지금 일하고 있는 혹은, 일했던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관련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다. 일터에서 다루는 화학물질 등 여러 요소에 대해 일하는 당사자가 그 위험성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아주 기본적이고 정당한 권리다. 꼭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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