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으로 취업한 노동자가 있다. 장시간 쪼그려 앉아 용접을 하는 일을 한다. 10년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용접을 한 노동자는 어느 순간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회사를 다니며 치료 받았지만 호전이 없었다. 잠시 휴직 후 치료 받고 복귀했다가 결국 산재신청을 냈다.

의사는 용접을 장시간 하면 무릎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회사에 산채신청을 요구하고 병가휴직을 요청했다. 회사는 병가휴직을 승인했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하고 치료에 전념했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에서 한통의 서류가 왔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변경한다는 서류였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공단, 고용보험공단에 확인하니 모두 자격상실 처리가 됐다고 했다. 회사는 병가 휴직 처리 해준다고 말하고 해고를 시켰던 것이다. 그는 고용 보험 공단에 자격 상실 처리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개인 사정에 의한 자발적 퇴사”

이 노동자는 정말 어이없고 분했다. 자신은 분명 병가 휴직 요청을 하고 회사는 그렇게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병가휴직 낸 그날 바로 퇴사 처리한 것이다. 그는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행동에 나섰다. 산재 신청했다고 퇴사 처리하면 누가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겠냐고 했다. 이 노동자는 사무실로 상담 온 후 곧바로 지노위에 찾아갔다.

회사에 항의 전화를 했다. 왜 해고를 시켰으며, 자신은 퇴사한 적도 없는데 고용보험공단에 자발적 퇴사라고 말했는지 물었다. 회사는 조목조목 문제 제기하며 강하게 항의하자 당황했는지 답변을 미뤘다. 다음 날 다시 이 노동자가 항의 전화를 하자 회사는 자신들의 실수라며 고용보험 등을 포함해 자격 취득 신고를 하겠다고 했다. 퇴사를 취소하겠다고 한 것이다.

분노한 노동자가 승리했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고 혼자 싸웠지만 회사의 처사는 명백히 부당했고 노동자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만약 그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 회사에 항의하지 않았다면 영문도 모른 채 회사를 그만 뒀을 것이다. 회사로부터 퇴사 취소 확답을 받은 후 그 노동자는 우리에게 웃으며 연락했다.

권리는 누가 대신 싸워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사해야 한다. 혼자 하기가 힘들 때가 많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개인이 아닌 집단의 힘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개인 권리를 넘어 전체 노동자가 보다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바꿔야 한다.

산재 신청을 했다고 바로 퇴사 처리한 회사에 분노하고 싸운 이 노동자의 행동이 고마운 이유는 앞으로 ‘산재 처리 = 해고’라는 공식이 이 회사에서 함부로 적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동자들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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