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3월2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야당이 법안에 반대해 벌인 필리버스터가 끝난 직후였다. 그래도 소리 소문없이 통과될 뻔한 테러방지법의 시커먼 속내가 필리버스터 덕분에 세상에 까발려졌다. 테러방지법 못지않게 속 시커먼 또 다른 법안이 함께 통과됐다. 법무부가 2013년 12월20일 입법예고한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이다.

이런 법이 통과됐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내용은 테러방지법과 쌍벽을 이룬다. 공익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이주인권단체들이 2년간 통과를 막아보려 의견서 제출,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국회토론회, 대체법안 발의 등 고군분투했다. 덕분에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사업장, 영업장, 사무실 등에 관리자 동의 없이 영장발부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들어가 조사할 수 있도록 한 조항 하나가 삭제됐다.

법무부는 애초에 이를 거부하면 3년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겠다고 했다가 1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을 낮췄다. 결국 이 조항을 포기했다. 개악안에는 18개 개정사항과 30개 넘는 신설조항이 포함됐다. 나머지 조항들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출입국관리공무원은 이제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범죄경력정보, 수사경력정보, 여권발급정보, 주민등록정보, 가족관계등록정보, 사업자등록정보, 자동차등록정보, 관세사범정보, 납세증명서 등 방대한 정보를 마음대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은 ‘외국인’의 출입국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법률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 막강한 재량권을 누려왔다. 이젠 ‘국민’의 방대한 개인정보까지 손쉽게 손에 쥐게 된 것이다.

개악된 법안에 따르면 ‘외국인’이 “각종 허가신청과 관련해 위조·변조된 문서 등을 입증자료로 제출하거나 거짓 사실이 적힌 신청서 등을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신청하거나 해당 행위를 알선 권유하는 경우” 강제퇴거 당할 수 있게 됐다. 테러방지법과 마찬가지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문구가 지천에 널렸다.

이주민들에게 입증자료를 이유로 비자연장거부, 강제퇴거명령을 남발하는 게 출입국 관리공무원의 특기다. 여권에 생년월일이 틀렸다고 지적하며 여권위조를 이유로 강제출국명령을 내리거나, 석박사 대학원 과정에 전액 장학금을 받기로 했는데 외환거래량이 많다는 이유로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비자연장거부를 내리기도 한다.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고 총선이 다가왔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기관이다. 국회는 행정부의 권력을 견제하는 창과 방패가 돼야한다. 그 창과 방패를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쓸 국회의원을 뽑을 것인가? 아니면 권력을 위해 휘두르는 국회의원 뽑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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