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봄 볕 스며들기 시작하는 3월 공단노동자들을 만나 2016년 공단 노동자 임금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서울남부, 경기반월‧시화, 인천남동, 대구성서, 울산, 부산녹산, 웅상 등 7개 공단지역이 대상이다.

전국 수많은 공단 중에 우선 ‘구로공단’에서 활동하는 금속노동자를 만나봤다. 구로공단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꾸기 위해 침묵을 깨고 일어난 ‘구로동맹파업’의 소중한 역사를 품고 있다. 구로공단은 2000년대 들어 정부 주도로 IT산업단지로 육성하며 화려한 아파트형공장들과 패션타운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지역의 풍경은 변했지만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은 그대로다.

(바지락) 어디서 일하시는 누군지 소개 부탁드려요

(서울남부지역지회) 안녕하세요.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사무장 이규철입니다. 서울 남부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에서 조직사업 책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바지락) ‘권리 찾기 사업’으로 현장에 변화가 있나요? 어떤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해결했나요? 재밌는 일화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서울남부지역지회) 가장 많이 하는 선전이 ‘무료노동 이제 그만’ 캠페인입니다. 9시 출근인데 8시 반까지 출근해 체조, 청소, 사전작업하는 걸 하지말자고 선전 했어요. 진짜 회사들이 출근시간을 9시로 바꿨죠. 하지만 선전이 끝나고 몇 달 지나면 출근시간이 당겨지는 요요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작년엔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로 현장을 바꿨습니다. 한 사업장에서 3명의 노동자가 신고를 했어요. 원래 9시 반 출근인데 회사가 갑자기 출근시간을 9시로 당겼죠. 구로공단에 아침에 와보면 알겠지만 9시와 9시 반은 천지차이죠. 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하고 감독관이 회사에 찾아가 출근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렸습니다. 또 여섯 개 사업장의 근기법 위반을 찾아내 근로감독을 통해 못 받은 수당을 받아냈습니다.

(바지락) 이번에 진행한 공단 노동자 임금실태조사는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진행했나요?

(서울남부지역지회)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 내용으로 전국 7개 공단이 함께 실시했습니다. 작년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이 매우 낮고 근로기준법이 휴지조각 취급받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올해는 더 나아가 임금요구안을 만들고 함께 싸울 방법을 찾기위한 실태조사를 시작했습니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기도의 한 공단에서 임금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바지락) 공단노동자 임금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고 있는데, 이번 실태조사로 어떤 점을 확인했나요?

(서울남부지역지회) 공단에서 최저임금 미만 월급을 받는 노동자 비율이 25%에 달합니다. 시급은 최저임금을 받지만 주휴수당, 연장수당 등 법정 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죠. 연봉제 노동자는 노동시간이 너무 깁니다. IT사업장에서는 ‘연봉 2100만원 받으니 최저임금은 아니다’고 생각하는데 잔업과 특근이 이어져 최저임금 위반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지락)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최저시급 1만원 운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구로공단 노동자들과 어떻게 이 운동을 풀어나가야 할까요?

(서울남부지역지회) 작년에 서명을 받을 때, 서명하는 노동자 수가 줄었습니다. 노동자들이 너무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죠. 올해 실태조사 하면서 희망임금에 200만원을 쓰는 분도 꽤 있습니다. 지속적인 운동의 효과인지는 몰라도 작년보다 기대수준이 올라갔습니다. 공단의 청년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바지락) 행복한 일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서울남부지역지회) ‘가학적 노무관리’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작년 실태조사 때 현장에서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한 노동자 비율이 33%로 나왔습니다. 3명중 1명이 맞거나 욕을 먹으며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

노동자들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찾아줘야 한다고 봅니다. 근기법 위반 신고가 그런 맥락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여러분의 빽이 되겠다’고 알리는 겁니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체감하다보면 노동자들의 생각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가 일터의 주체가 되는 게 첫걸음이라고 생가합니다.

(바지락)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서울남부지역지회) 민주노총의 주인은 이 글을 읽는 전국의 노동자들입니다. 민주노총과 함께 우리 일터를 바꾸고 세상을 함께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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