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통영,고성지역 조선소에서 조선업 위기를 핑계로 임금 떼먹고 도망가는 사장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사태는 양심 없는 사장만의 문제가 아니고 원청사 하청단가 후려치기도 한 몫하고 있다. 최근 들어오는 상담 대부분이 임금체불에 관련한 상담이다.

엊그제는 업체사장이 야밤에 도주했다고 상담이 들어왔다. 오늘은 업체사장이 원청에서 계약조건까지 무시하고 하청단가의 80%를 삭감한 기성 내역서를 들고 왔다고 하소연을 늘어놨다. 사장이 도망가거나 하청단가를 후려쳐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가장 곤란한 사람은 우리 노동자들이다.

업체사장도 죽을 맛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하청사장이 자살한 일도 있었다. 문제는 이럴 때 현행법이나 노동법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업체사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제기하고 노동자들은 겨우 체당금 신청 정도를 할 뿐이다.

실상 쓸모없는 법이지만 이용가치가 있으면 나중에 써 먹고, 지금 당장은 임금(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직접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선 작업중인 블록을 점거하거나 반출을 막는 행동을 취하고 동시에 원청사에 기성금, 공탁금 등을 임금과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일꾼들이 적절한 댓가를 지불받지 못하면 작업장이나 작업물을 담보로 댓가를 지불하라는 요구는 늘 있었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 중소 조선소 노동자들이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은폐 관련 실태조사에 참가하고 있다.

법적 절차는 체불금품확인원을 노동부에서 발급받아 법원에 공탁금을 걸고 압류를 신청한다든지 민사소송을 통해 가압류 등을 해야한다. 이 방법은 시간이 너무 걸리는 문제가 있다. 일단 법적 절차를 추진하되 동시에 ‘직접행동’을 시작해야한다. 가령 블록점거 등을 통해 미지급된 기성금, 도급 계약시 공탁한 보증금 등을 임금으로 우선 지급하게 요구해야한다.

공장 정문 노숙농성도 효과적이다. 최소한 이렇게라도 해야 지역사회 여론의 압박 등에 회사가 눈치보며 해결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사측은 경찰을 부른다며 협박하는데 굴하지말고 행동을 이어가야한다. 임금을 두 세달치 밀려 ‘집구석에 쌀이 없는데 뭔 짓인들 못할까’는 마음으로 독하게 행동해야한다. 기물을 파손하고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된다.

전해 듣기론 거제, 통영지역 노동지청들이 체당급 신청건수, 체불임금진정 고소건 등 민원접수량이 전국에서 1등을 다툰다고 한다. 노동부 공무원들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는 세금은 악착같이 받아 챙기는 국가의 모든 기구들이 노동자보다 자본가, 사장님들을 살뜰히 챙겨온 역사를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직접행동을 일으키는 불온한 세력은 다음 아닌 체불임금을 만드는 사장님과 그를 수수방관하는 국가다.

최근 삼성중공업 사외업체가 원청의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2억이 넘는 체불금액을 안게 됐다. 임금체불의 위기 앞에서 정문농성 등 직접행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수많은 체불임금 민원 중에 직접행동을 나서는 경우 한 건의 예외 없이 모두 해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이 노동자들에게 직접행동을 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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