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여성노동자 한분에게 전화가 왔다.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는데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회사에서 임금인생을 했다고 싸인을 하라는데 좀 이상해요”

“저 말고 다른 직원들은 그냥 싸인하라고 해서 싸인했는데 저는 이것저것 캐묻고 다음에 싸인할테니 근로계약서를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주지는 않더라구요”

전화를 한 여성노동자는 2014년 여름에 접어들 때 노동조합을 어떻게 만드냐고 지회사무실로 찾아왔던 분이다. 여성노동자 다섯 명(외국인 노동자 2명)과 남성 노동자 한 명이 지회사무실로 찾아왔다. 우리들이 즐겨먹는 땡땡국에 들어가는 완제품을 만드는 식품공장 노동자들이었다. 당시 24시간 땡땡국의 체인점이 여기저기 생겨나며 영세한 사업장이지만 급성장하고 있을 때였다.

최저시급에 평일에는 8시반까지 출근하고 저녁 7시까지 일하는데 토요일도 오후까지 매주 근무한다고 했다. 상여금은 없고 명절에 사장이 내키면 떡값을 20만원 정도 주는 모양새였다. 이 분들이 왜 노동조합을 만드려 했는지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공감할 것이다. 당시 10여명 정도가 일하는데 다들 나이는 50세 중반이었다. 사업장의 노동자 중 3할이 외국인 노동자들이기도 하고 여러 상황으로 노동조합 결성을 하지는 못했다.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라 반갑기도 해서 근로계약서 중 생각나는 내용만 말해달라고 했다.

“연차를 빨간날로 대체한다고 하네요”

올해 최저시급을 나름 많이 인상해 시급이 올랐는데 연차휴가 17개 중에 5개를 제외하고 국공휴일로 대체하는 내용이었다. 회사의 속셈은 최저시급이 올라 임금인상이 되니 연차를 휴일로 대체하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궁금한 점이나 속상한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시고 사무실에 놀러 오세요”하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정규직이지만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 과연 이 나라 비정규직이 870만명에 불과할까? 지금 노동법 만으로도 노동자들은 충분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악법을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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