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에서 비정규직 노동조건과 실태를 고민하는 단체들이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작년에 만들었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충북지역 차별철폐를 위한 노동자 대행진’을 시작으로 공단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야외선전전을 시작했다.

공단노동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기 위해 우선 노동자들이 출근 버스를 타는 길목과 정류장을 찾아야했다. 시행착오 끝에 충북 성모병원 사거리 인근 출근버스 정류장을 주요장소로 정했다.

청주 외곽 및 인근지역으로 나가는 출근버스가 가장 많이 몰리는 이곳에는 아침마다 600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출근버스를 탄다. 운동본부는 매월 1회 정기적으로 혹은 시기별 주간을 정해 출근하는 공단노동자들을 만난다. 금속노조 공단노동자 신문 ‘바지락’과 지역 노동인권센터 홍보물 등을 배포한다. 이제 우리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분도 있다.

▲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 소속 활동가가 아침 선전전을 진행하며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출근시간 선전전을 정기적으로 나간 정성이 통한 것인지 노동상담이 늘었다. 한 분은 선전물 하나를 꼬깃꼬깃 꺼내 놓으며 ‘문제 생기면 연락하겠다고 챙겨놨다. 실제 오게 될 줄은 몰랐다’는 말로 상담을 시작했다.

2015년 전국적으로 알려졌던 ‘에버코스’ 산재은폐 노동자 사망사건이 있었다. 운동본부는 그 당시 공단노동자들에게 그 내용을 알리며 ‘에버코스’ 출근버스 정류장에서 그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날이 추워지면 커피와 함께 바지락신문을 배포하며 출근 버스를 기다리는 노동자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모닝커피타임을 연 것이다.

처음은 쉽지 않았다. 지역공단 노동자들은 대부분 차량을 이용하거나 출근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기가 어렵다. 일단 출근하면 노동자들이 식사, 휴식 등 모든 일을 공장 안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공단에 사람 발자국이 찍힐 일이 없다. 출퇴근 차량을 상대로 선전전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가 퇴근하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노동조합 가입을 호소하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충북에서 공단이 가장 집중된 진천, 음성, 오창 등으로 출근하는 노동자들도 만나야한다는 고민도 있었다. 결국 출근버스 정류장에서 선전전을 시작했다. 무노조 무권리 상태 노동자에게 다양한 권리를 알리는 사업을 시작하고 정착시켰다는 것과 그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세우게 됐다는 점 두 가지가 성과다.

공단 한 곳에 민주노총 사업장 하나 있는 경우도 드물 정도다. 그 정도로 이 지역 수십만 공단노동자들이 무노조 무권리 상태에 있다. 노조없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의 기본 기능을 제공하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노동자권리 찾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계속 알려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전략적으로 지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기획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자기 사업장이 있는 공단 선전전을 시작했다. 누구나 노동조합하고, 누구나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를 모두 함께 한다면 만들 수 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