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수생제도는 국내외적으로 비난을 많이 받은 제도다.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면서 산업연수생제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도라고 아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해외투자연수생제도는 기업의 현지법인을 통해 파견된 실제 연수만 허용한다는 명분으로 살아남았다.

김해지역 한 업체가 인도 현지법인에서 연수생으로 초청한 노동자를 매월 15만원을 주고 일을 시켰다. 또한, 그 노동자가 3도화상을 입은 산재사고를 입었지만 회사가 모른 척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대판 노예제’ 산업연수생제도가 여전히 살아있던 것이다.

주야 12시간 고무사출기 조작이 무슨 연수야?

인도의 현지법인에서 5개월 일한 뒤 작년 3월 한국에 온 라빈드라(가명)씨는 한국 모기업에서 선진기술을 배운다는 ‘연수’ 목적으로 입국했다. 주야간 2교대, 하루 평균 12시간 일하면서 휴일은 한 달에 고작 두 번 뿐이었다.

한국의 ‘연수’가 현지법인의 ‘노동’과 다른 점은 인도에서는 사출기 한 대를 한명이 조작했지만 한국에선 한 명이 사출기 세 대를 감당한 점이다. ‘빨리빨리’를 체득하기 위한 연수일까? 감당하기 벅찬 노동강도로 사고위험은 더 높았다. 라빈드라씨는 한국에서 일한지 한 달 만에 손과 손목에 큰 화상을 입었다.

근로자가 아니라 산재보상도 안된다고?

회사는 라빈드라씨 산재사고에 대해 충분한 치료를 보장하지 않았다. 그의 소속이 한국 회사가 아닌 인도 현지법인이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라빈드라씨는 김해지역 인권단체에 도움을 청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서를 냈다. 고용노동부에는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분증 압류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회사의 부당한 처우보다 더 큰 문제가 드러났다. 한국의 법과 정부, 행정기관의 일처리 방식이다. 근로복지공단은 라빈드라씨가 “국내사업장 소속이 아닌 해외현지법인 소속 근로자로 기술연수 목적으로 국내 기업에 파견됐기에 근로자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을 받을 수 없다”며 요양불승인 처분했다.

현대판 노예제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제도’ 폐지하라

이런 상황에서 회사 측은 라빈드라씨를 강제출국 시키려 했다. 라빈드라씨는 추방을 피하기 위해 회사에서 도망나와 인권단체와 함께 문제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부울경지역 이주민 단체들과 노동단체들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한편 산업연수제 폐지를 촉구했다.

산업연수생은 노동자가 아니라면서 기본중의 기본인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재보상법 조차 피해가려는 현대판 노예제도 이 참에 그 불씨를 완전히 꺼뜨려야 한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