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위험, 알리라고 전해라

일터에는 ‘알려지지 않은’ 위험이 많다. 알려지지 않은 위험을 최소화해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일하는 곳에서 어떤 물질을 쓰고 있는지, 그 물질이 어떤 유해성이 있는지, 그것에 노출됐을 때 어떤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을 노동자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위험물질에 대한 지식은 건강과 생명에 직결한 문제다. 사업장에서 다루는 화학물질 등 위험 요소에 대해 노동자가 그 위험성을 잘 알아야한다. 그것은 기본적이고 정당한 권리다. 노동자는 어려운 정보에 대해 게시나 교육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은폐된 정보에 대해 공개를 요구할 수 있고, 조사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 조사, 정보 생산까지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영업비밀? 노동자 생명이 더 중요하다 전해라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난소암으로 사망한 L씨의 유족들은 이를 직업병 즉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하였다. L씨가 걸린 질환 발병이 그녀가 생전에 공장에서 일하며 사용한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연관이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산재소송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3종의 화학물질에 대한 MSDS*를 삼성전자 측에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보내온 MSDS를 보니, 각 물질의 구성 성분 중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90%가 ‘영업비밀’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 물질안전보건자료) : 일터에서 사용하는 여러 물질에 관한 정보를 담은 자료를 말한다. 그 물질의 이름, 성분, 유해성, 위험성, 보관법, 취급주의사항, 취급시 필요한 보호구, 몸에 묻거나 먹었을 때 응급조치 등 여러 가지 정보가 포함된다.

심각한 질병을 얻은 노동자가 산재보상을 받기 위해 회사에 물질에 대한 자료를 요구해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주지 않는 사례가 많다. 위의 사례처럼 소송 중에도 많게는 90%의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정말 영업비밀이라 자료를 못 준다기 보다 ‘알려지지 않는 위험’속에 노동자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어떤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할까?

노동자가 해당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련 정보를 요구할 때, 회사의 영업비밀 주장은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 법에 따라 회사의 영업비밀은 노동자의 건강, 생명과 관련한 정보를 대상으로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7호 가목,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조항은 노동자의 생명에 위협을 미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영업비밀을 이유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별 노동자가 자신의 안전보건을 내세워 얻은 정보를 경쟁 업체에 제공하는 알권리 남용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엄격한 벌칙규정으로 사전예방 혹은 사후 통제하는 것이 맞다. 알권리 남용의 위험을 내세워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생명을 위한 노동자의 기본 권리 행사를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가 현재 근무 중이거나 근무했던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관련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별도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알 권리가 필요하다고 ‘아는 것’이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 맞서는 우리의 알 권리, 건강할 권리를 보장하는 첫 걸음이다.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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