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악 노조법에 맞선 금속노조의 4월말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개악 노조법에 따른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일은 7월 1일. 그에 앞서 4월 말까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아래 근심위)가 노조 전임자 수와 활동시간 기준을 마련한다. 금속노조가 4월 말 총력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노조 임원들은 지난 3월 30일부터 사흘 동안 전국의 현장으로 흩어져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며 노동기본권 사수를 위한 상반기 투쟁에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금속노동자>는 기아차 현장순회에 나선 김호규 노조 부위원장을 동행 취재했다. / 편집국

30일과 31일 김 부위원장은 기아차 소하지회와 화성지회를 방문해 조합원 및 지회 대의원들을 만났다. 기아차 소하지회는 현재 1공장 물량저하에 따른 고용불안문제, 화성지회는 회사의 고소고발 남발 등 노동탄압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당면 현안을 해결하기에도 바쁜데 4월말 총력투쟁까지 준비해야 하는 조건. 게다가 회사는 전임자 활동 보장을 다루자는 기아차지부의 보충교섭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기아차지부 노조 간부 간담회에서 “외부의 탄압과 내부 어려움으로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노조 존폐가 달린 문제이니만큼 4월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서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 3월30일 기아차지부 소하지회 간부조합원들과 현장순회에 나선 김호규 부위원장 등이 소하공장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김상민 선전부장

특히 자본과 정부는 올해 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완성차 지부를 개악 노조법 적용의 본보기로 삼을 것이 뻔하다. 금속노조에서 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지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 김 부위원장은 “조합원 수만 보더라도 부품사까지 포함하면 15만 조합원 중 70% 이상이 완성차 회사와 관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교섭이나 투쟁에서 완성차 자본과 완성차지부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작년 단체협약이 체결된 현대차의 경우 협약 유효기간이 내년 3월31일까지다. 이 때문에 현대차 회사는 개악 노조법의 공격 범위에서 현대차지부가 상대적으로 빗겨서 있다는 소문을 내며 금속노조 투쟁에 현대차지부가 함께하지 못하도록 '이간질'시키고 있다고 전해지기까지 한다 .이와 관련해 김 부위원장은 “상반기 현대 기아차를 포함해 큰 판을 만들지 못하면 모두 각개격파당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15만 전체 조직이 시기를 맞춰 위력적인 총력투쟁을 벌이는 것이 관건이란 얘기다.

하지만 과연 상반기 투쟁을 통해 실제로 개악 노조법을 재개정하게 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을까. 무리하게 파업해 불법으로 몰리면 피해만 입는 것 아닐까. ‘승리’가 어렵다면 7월 1일 이후 개악 노조법 시행에 따른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닐까. 김 부위원장은 대의원들의 이 같은 질문에 “지금은 합법 불법 가리면서 싸울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투쟁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최근 근심위가 배포한 실태조사표에는 그동안 ‘근태협조’를 통해 활동해 온 비전임자의 유급노조활동시간, 근로자참여협력증진에관한 법률 및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별도로 정하고 있는 유급활동시간까지 기재하게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장 차원에서 회사를 압박해 편법(?)으로 전임자 활동을 보장받을 여지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

▲ 김호규 부위원장이 기아차지부 소하공장 현장순회 도중 한 조합원으로부터 금속노조 투쟁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김상민

“언제까지 자본에 밀릴 겁니까. 똑바로 좀 합시다”
30일 낮 기아차 소하리공장을 찾은 김호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에게 한 조합원이 던진 말이다. 또한 작년 말 변변한 싸움 한 번 못한 채 개악된 노조법이 날치기 통과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많은 조합원들 역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에 같은 질책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엔 작년처럼 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결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 김 부위원장은 대의원들에게 “총파업은 선언 자체보다 조직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젠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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