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끝까지, 이길 때까지 싸울 겁니다.”

민주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에 맞서 상경투쟁 중인 노조 구미지부 EMG전선지회(지회장 김종국, 아래 지회)의 김순기 조합원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9월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EMG전선 본사 앞에서 3차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열 명의 지회 조합원들은 회사가 민주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위원으로 임명한 구조조정 전문가를 교체할 때까지 총파업과 상경투쟁을 벌이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EMG 노동자들은 올해 5월20일 지회를 설립했다. EMG전선은 2014년 매출액이 1,600억원의 건실한 기업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EMG전선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2.2%에 불과하다. 김순기 조합원은 “이 회사는 아무리 여러 해 일해도 1년차 노동자와 임금이 비슷하다. 우리는 10년을 일하든, 20년을 일하든 임금이 오를 희망이 없는 최저임금 인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동자들은 지회를 건설했다. 김종국 지회장은 “예전에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노조 생기면 문 닫는다’는 회사의 협박에 포기했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많은 노동자들이 일어서 마침내 지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회 조합원은 44명. 현장직이 모두 지회에 가입했다.

▲ 노조 구미지부 EMG전선지회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이화동 EMG전선 본사 앞에서 3차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경훈 편집부장

지회는 6월3일 회사와 첫 교섭을 시작했다. 7월29일 6차 교섭을 끝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회사는 지회의 요구안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으며 교섭에 불성실하게 응했다. 지회는 8월11일부터 총파업을 벌였다. 지회가 총파업에 돌입하자 회사는 태도를 바꿔 ‘협상 결렬 책임이 회사에 있으니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나왔다. 지회와 회사는 8월12일 노무사를 통해 쟁점 사항을 조율하고 합의를 앞둔 상황이었다. 지회는 8월17일 파업을 유보하고, 주야간 정상 근무했다.

 

“관리자도 싫어하는 교섭위원, 바꿔야 한다”

분위기가 바뀐 건 회사가 8월17일 16시경 교섭위원을 김동호 상임고문으로 교체하면서부터다. 김종국 지회장은 “도장 찍을 단계에서 교섭위원이 바뀌면서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다”고 설명했다. 김동호 상임고문은 처음부터 지회를 인정하지 않았다. 교섭위원으로 임명된 후 한 번도 교섭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회는 8월18일부터 총파업을 재개하고 9월 첫째 주부터 매주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김동호 상임고문은 현대중공업 상무 출신으로 김승호 EMG전선 사장 형이자 구조조정 전문가다. 부산에서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의 구조조정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 결과 150여 명이 일하던 회사에 30명만 남았다.

김종국 지회장은 “김동호 상임고문은 노조, 특히 민주노총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대로 교섭할 수 없다. 회사가 금속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위원을 바꾸면 우리는 언제든 교섭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EMG전선지회는 ▲민주노조 인정 ▲구조정정 전문가 교섭위원 교체를 요구하며 9월 첫째주부터 매주 상경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종국 지회장( 사진 오른쪽 두번째)과 조합원들. 김경훈 편집부장

김종국 지회장은 “김동호 상임고문은 조합원뿐 아니라 관리직의 신뢰도 잃었다”고 지적했다. “김동호 상임고문이 처음 회사에 와서 ‘노사 간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회사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김동호 상임고문이 온 뒤 지회와 회사 사이는 오히려 나빠졌고, 해결책도 제시 못하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 그러니 관리직들도 다 싫어하고, 김동호 상임고문이 물러나야 한다는 지회의 주장에 많이 공감하고 있다.”

김종국 지회장은 인터뷰 내내 “우리가 무리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종국 지회장은 “자본금 5억원으로 출발한 회사가 이제 매출액이 1,600억원이다. 이만큼 회사가 성장했으니 열심히 일한 우리가 그만큼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우리 조합원들은 회사 발전을 위해 10년, 20년 고생하며 뛰어왔다. 회사는 이제 노동자 권리를 인정하고 상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종국 지회장은 “회사가 태도를 바꾸면 우리는 언제든 교섭하고, 회사 발전을 위해 협력할 생각이다. 하지만 회사가 지금처럼 나오면 우리 조합원들은 회사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조합원 모두 이런 의지로 싸우고 있다.”

지회는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힘찬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추석 전 조합원이 상경투쟁에 나선다. 추석 이후 새로운 집행부 출범에 맞춰 큰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