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지내면 애간장이 다 녹습니다. 마음은 동지들을 만나러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가지 못 하니까요. 언제까지 여기 묶여 있어야 하는지……. 마음이 말이 아닙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답답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법원이 6월23일 체포영장을 발부한 후 한상균 위원장은 두 달 넘게 민주노총 건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그 사이 ‘노동개혁’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조가 쇠파이프만 휘두르지 않았으면 국민소득 3만불 됐을 것”(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이라며 노동조합을 매도하고, 상반기에 이미 결렬된 노사정위를 재개해 ‘9월10일까지 합의하라’(최경환 경제부총리)고 압박하고 있다.

▲ 한상균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저들이 나를 묶어 두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최대 걸림돌인 민주노총의 발을 묶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하면서도 “민주노총이 위원장 발 하나 묶었다고 묶을 수 있는 조직이 아닙니다. 적들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동준

9월3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한상균 위원장을 만나 체포영장 발부 후의 근황과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막기 위한 민주노총의 투쟁계획,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해야 할 역할을 들어봤다.

“민주노총, 위원장 발 묶는다고 묶이는 조직 아니다”

한상균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총파업 투쟁을 부단히 조직하고 있다. “제가 현장에 못 가는 대신 많은 동지가 민주노총을 찾아옵니다. 각 산별연맹 중앙집행위원회나 운영위원회 등 하루 두세 차례 회의하면서 동지들과 정세를 공유하고, 투쟁 계획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안에서 동지들을 만나 투쟁을 조직하지만, 오랜만에 민주노총을 벗어나 조합원들을 만난 심정은 각별하다. 한상균 위원장은 8월28일 ‘쉬운 해고-낮은 임금-비정규직 확산 저지 민주노총 집중행동’ 마무리집회에서 67일 만에 민주노총 건물을 벗어나 동지들 앞에 섰다. 한상균 위원장은 “허리가 많이 아팠는데 동지들을 만나니 다 나은 거 같다. 동지들이 주는 에너지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그날 만난 동지들에게서 ‘이대로 무릎 꿇지 않겠다. 어떻게든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봤습니다. 정말 든든했고, ‘동지들 믿고 민주노총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박근혜 정권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상균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저들이 나를 묶어 두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최대 걸림돌인 민주노총의 발을 묶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하면서도 “민주노총이 위원장 발 하나 묶었다고 묶을 수 있는 조직이 아닙니다. 적들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상균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민주노총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규정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정리해고, 복수노조, 타임오프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이 힘듭니다. 박근혜 정부와 자본은 이 정도로 성이 차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며 “최대 저항세력인 민주노총을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 한상균 위원장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우리의 투쟁은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투쟁입니다. 우리 동지들이 민주노총과 이 땅 이천만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서주리라 믿습니다. 위원장인 저부터 더 부단히 노력하고, 각오하고, 헌신할 테니 우리 모두가 민주노총이라 생각하고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합시다”라고 당부했다. 신동준

‘현 국면에서 민주노총의 존재감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들어가서 적당히 합의할 수 없습니다”라고 반박했다. “우리 방식대로 현재 상황을 돌파하지 못하면 민주노총은 이 땅의 노동자 계급을 대표해온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기게 됩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할 위력적인 총파업을 해내면 이런 이야기는 쏙 들어가겠죠. 이런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11~12월 총파업을 반드시 성사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 투쟁에 함께 나서자"

한상균 위원장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11~12월 총파업과 11월14일 10만 민중총궐기를 계획하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은 “일반해고 완화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국회로 넘어갈 경우, 국회에서 통상임금 축소, 법적 노동시간 단축, 파견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 문제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며 “국회가 11~12월에 이런 악법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기존 방식인 간부 중심 전국 순회단을 꾸리는 대신 ‘노동자-서민 살리기 총파업 1만 선봉대’ 중심으로 대규모 전국 순회단을 구성해 총파업을 조직·선전할 계획이다.

11월14일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학생 등 민중이 모여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는 민중총궐기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2008년 촛불 투쟁 이후 운동이 침체하면서 민중총궐기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습니다. 이번 민중총궐기는 오랜만에 힘차게 민중의 불만을 모아내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총대 메고 싸웁시다”라고 독려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박근혜 정권이 우리의 월급을 조금 뺏으려고 전쟁을 걸어온 게 아닙니다. 이 문제는 노동자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민주노총 동지들이 저와 함께 선두에서 싸웁시다”라고 호소했다.

“우리의 투쟁은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투쟁입니다. 우리 동지들이 민주노총과 이 땅 이천만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서주리라 믿습니다. 위원장인 저부터 더 부단히 노력하고, 각오하고, 헌신할 테니 우리 모두가 민주노총이라 생각하고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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