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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싸우지 않으면 나중에도 할 수 없다”[특별한 만남] 정규직 전환, 해고자 복직 요구하며 상경투쟁 벌이는 동양시멘트 노동자들
강정주, 사진=성민규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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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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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원직복직 없이 삼표는 삼척 땅에 절대 못들어 온다.”

강원 삼척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이 서울 삼표그룹 앞에 농성장을 차렸다.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동양시멘트지부는 동양시멘트를 매각한 삼표그룹에 정규직 전환과 해고자 원직복직을 요구하면서 8월19일부터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은 삼척 광산에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한 석회석 생산 업무를 했다. 덤프, 굴삭기, 발파 장비 등을 담당하며 발파와 돌을 실어 나르는 업무를 담당했다. 100톤이 넘는 장비를 다루며 열악한 환경, 위험을 감수하며 일해왔다.

   
▲ 9월3일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들은 원직복직과 정규직전환을 요구하며 광화문 이마빌딩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전날 내린 비를 막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 몇몇 조합원들이 농성장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성민규

지난해 5월17일 민주노총에 가입한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은 상담 과정에서 ‘불법파견 소지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단어 조차 생소했다. 십수년을 일했지만 하청업체 고용이 불법이라는 생각은 한번도 못했다. 지금까지 나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행위가 불법이고 나도 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6월,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 불법파견 진정서를 제출했다.

태백지청은 시간을 끌다 올해 2월 판정 결과를 내놨다. 지청은 ‘동일(조합원들이 속한 업체)은 사업주로서 독자성과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결여하여 동양시멘트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을만큼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다’며 위장도급이라고 판정했다.

위장도급 판정나자 101명 해고

판정이 나자마자 동양시멘트는 조합원들이 속한 업체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업체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월17일 101명의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몇십년을 일한 곳에 2월28일 이후에 출근하지 말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 9월3일 이인용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동양시멘트 부지부장이 “우리 요구는 하나다. 국가기관이 판정한대로 이행하라는 것 뿐이다.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했으니 위장도급, 부당해고 문제를 삼표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민규

비조합원들은 곧바로 다시 출근했다. 동양시멘트는 도급계약 해지 직후 네 개 업체와 다시 계약했다. 업체는 비조합원들만 다시 채용했다. 7개월째 조합원들이 길거리에서 투쟁을 하는 지금도 비조합원들은 예전 그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6월5일 강원지노위는 위장도급 판정을 내린 만큼 동양시멘트가 부당해고를 자행했다고 판정했다. 당연한 결과였지만 동양시멘트는 아직까지 부당해고, 위장도급에 대해서 어떤 답도 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 판정에 대한 동양시멘트의 답은 ‘불법파견 진정을 취하하면 교섭에 나서겠다. 민주노총을 탈퇴하면 교섭하겠다’는 것. 이인용 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은 “동양시멘트는 불법을 저지르고도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고만 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고용이 불법인지 몰랐던 시절, 동양시멘트지부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이인용 부지부장은 “10년 일했다. 임금은 계속 최저시급이다”라고 말한다. 동양시멘트에 ‘보전시간’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4조3교대 근무를 하면서 공휴일에 쉬지 못하니 이를 감안해 보전시간으로 정한 시간만큼 임금을 가산해 지급하는 제도다. 정규직은 150시간을 보전시간으로 책정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40시간, 100시간, 80시간으로 계속 줄었다.

200시간 잔업, 억울한 차별도 견뎌야

임금이 적으니 잔업은 필수였다. 이인용 부지부장은 “예전에 모든 장비를 한 사람씩 담당했다. 어느때부턴가 한 두개 장비에 사람을 배치하지 않는다. 잔업하는 사람이 그 장비를 책임진다”고 실태를 설명했다. 옆 동료가 휴가라도 쓰면 16시간씩 근무하기도 했다. 한 달 평균 잔업을 200시간씩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 9월3일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들이 전날 내린 비로 흠뻑 젖은 비닐을 정비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최근 비가 자주 내린다며 노숙농성의 가장 큰 장애물 중에 하나가 날씨라고 지적했다. 성민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심했다. 발파한 돌을 운반할 때 먼 곳에 가야할 경우 비정규직이 맡았다. 먼 거리를 담당하면 쉴 시간이 그만큼 줄었다. 운반하는 길에 돌이 떨어져도 비정규직이 일하는 길은 늘 마지막에야 돌을 치웠다. 돌을 밟아 타이어가 파손돼도 그 책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왔다. 이인용 부지부장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차별을 겪었다. 긴 세월을 억울함을 어찌 다 얘기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동양시멘트는 삼척의 향토기업으로 알려져있다. 이인용 부지부장은 이런 동양시멘트 자본의 부당함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60년을 향토기업이라고 하면서 삼척 시민들을 속였다.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노동자들을 착취하면서 자기 배만 불렸다. 동양시멘트가 얼마나 나쁜 기업인지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지난 8월28일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삼표가 동양시멘트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9월25일 잔금을 치르면 동양시멘트 관련 모든 사항이 삼표로 이전된다. 동양시멘트지부도 삼표에 해고자와 위장도급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며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정규직, 원직복직 없이 인수도 없다”

이인용 부지부장은 “우리 요구는 하나다. 국가기관이 판정한대로 이행하라는 것 뿐이다.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했으니 위장도급, 부당해고 문제를 삼표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9월3일 이인용 부지부장이 “투쟁사업장을 보면 그냥 마음이 뭉클해진다. 같이 싸우는 동지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며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더라. 우리가 이긴다고 해도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평생 싸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면서 알았다”고 말하고 있다. 성민규

해고 이후 삼척 공장 앞에서 투쟁을 하면서, 상경투쟁을 하면서 같은 처지의 동지들을 많이 만났다. 가까운 곳에 농성장이 있는 하이디스지회 조합원들과 집중 문화제에 번갈아 참여하고 서로 농성장을 방문하며 격려하고 힘을 준다.

이인용 부지부장은 “투쟁사업장을 보면 그냥 마음이 뭉클해진다. 같이 싸우는 동지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며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더라. 우리가 이긴다고 해도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평생 싸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면서 알았다”고 말한다.

삼표는 본계약을 체결하며 지부와 대화를 시작했다. 4일 2차 교섭을 진행한다. 아직 삼표는 어떠한 합의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지부는 정규직 전환, 원직복직 요구를 걸고 삼표와 교섭을 진행한다.

“늘 조합원들과 얘기한다. 한마음 한뜻으로 ‘정규직 전환, 원직복직’을 포기하지 말고 가자고. 힘들 때는 동지를 믿으며 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가보자고 서로를 다독인다.” 이인용 부지부장은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들의 의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할 수 없다. 삼척 광산의 내 일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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