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물러 설 수없는 우리의 투쟁으로

한걸음 한걸음 해방의 그날을 간다.

또다시 또다시 총파업으로

또다시 또다시 불패의 노래를.’

▲ 7월28일 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지회 조합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순천=강정주

‘불패의 전사들’. 2005년 10월24일 당시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안 크레인에 오른 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조합원 61명이 농성을 하며 즐겨 불렀던 노래다. 10년이 지나 다시 그 조합원들이 ‘불패의 전사들’을 부른다. 7월28일 지회는 순천 상사체육관에서 지회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2005년 6월13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240명은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깃발을 세웠다. 당시 이 노동자들은 상시 주간 근무하면 70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3교대를 뛰어야 겨우 120만원을 받았다. 노조 가입 움직임을 눈치 챈 하청업체가 갑자기 시급을 900원 인상했다. 그제서야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법정최저임금보다 900원 적은 시급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 7월28일 지회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지회는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투쟁을 선언했다. 장숙경 지회 여성부장과 오상민 조직부장이 <정규직화 투쟁 선포문>을 읽고 있다. 순천=강정주

지회 설립 직후 업체 폐업과 120명 해고, 온갖 현장 탄압, 이를 견디지 못하고 지회를 떠나는 조합원들, 합의서를 써도 지키지 않는 회사. 우여곡절 많은 세월이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10년을 ‘승리의 역사, 불패의 역사’라고 말한다.

승리의 역사, 불패의 역사 10년

120명 해고자 복직을 위해 2005년부터 세 차례의 크레인 점거 농성을 벌였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치열한 싸움을 했다. 마침내 2007년 6월30일 전원 현장 복직을 쟁취했다. 그해 9월 단체협약도 체결했다. 2014년 10일 동안의 전면파업을 했고, 4조3교대 시행 시기를 현대제철, 하청업체와 합의했다. 지난해 투쟁 과정에서 110여 명의 조합원이 새로 지회에 가입했다. 343명의 조합원이 지회로 뭉쳐있다.

박정민 지회 교육선전부장(아래 교선부장)은 “우리에게 투쟁은 일상이었다”고 말한다. 어느 한 해 편한 때가 없었다. 박정민 교선부장은 “단체협약을 처음 맺었을 때 우리가 잘 싸웠다는 사실을 느꼈다. 단협이 생기니 공장 환경이, 노조 활동이 달라졌다”고 지회 투쟁의 성과를 강조했다.

최현태 부지회장은 “단협을 쟁취하고 잘 지켜온 과정이 큰 성과다. 지난해 10일 동안 전면파업을 하면서 ‘함께하자 4조3교대’라는 구호를 외치며 온 공장을 돌아다녔다. 조직 확대로 이어졌고 110명의 새로운 동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 7월28일 10주년 기념식에서 순천 '615 통일 합창단'이 2005년 지회 조합원들이 크레인 점거 농성 당시 많이 불렀던 <불패의 전사들> 노래를 부르고 있다. 순천=강정주

지회 투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는 지역의 연대 투쟁이다. 2005년 지회 조합원들이 크레인에 오르자마자 지역 동지 5천 여 명이 공장 앞으로 달려왔다. 해고자 120명이 전원 복직할 때까지 세 차례의 지역 연대 총파업, 총궐기 투쟁을 벌였다. 수십 명이 구속됐다. 천막 농성, 삼보일배, 단식 농성 등 지역 동지들이 한 뜻으로 싸웠다.

지역이 함께 지킨 민주노조

이날 기념식에서 지회는 박상욱 전 민주노총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의장 등 일곱 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구희수 지회장은 “자신의 일처럼 피 흘리며 싸우고 여러 차례 총궐기 투쟁을 함께 한 지역 동지들이 있어서 우리가 승리하고 지회를 사수할 수 있었다”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우리의 조직이면서 지역의 조직이다. 지난 10년 지역이 함께 지키고 키운 민주노조다”라고 지역 연대의 의미를 강조했다.

▲ 7월28일 지회는 전체 조합원 8시간 파업을 벌인 뒤 현대제철 순천공장 정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구희수 지회장이 올해 핵심 요구를 투쟁으로 쟁취하자고 결의 발언을 하고 있다. 순천=강정주

지회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전체 조합원은 8시간 파업을 벌였다. 10주년 기념식에 앞서 오전 7시30분 현대제철 순천공장 정문 앞에서 2015년 투쟁 승리 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회의 올해 핵심 요구는 ▲4조3교대 시범실시 ▲통상임금 확대 ▲상주조 점심시간 유급 인정이다. 구희수 지회장은 “지난해 10일 전면파업 후 합의한 내용을 현대제철이 이행하지 않고 있다. 4조3교대 준비, 임금체계 개편 모두 준비 안 됐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며 “어느 한 해 편한 적 없다. 우리는 매년 우리의 힘으로 노동조건을 바꿔왔다. 조합원의 힘으로 세 가지 핵심 요구를 반드시 쟁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7월28일 결의대회에 모인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순천=강정주

지회 조합원인 이병용 민주노총 전남지부 순천시지부 지부장 권한대행은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없이 쟁취할 수 없다는 역사를 몸소 만들고 있다. 10년 동안 회사 간판은 바뀌었지만 자본의 태도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지난 10년 승리의 역사를 만들었다. 앞으로 10년도 노동자가 현장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당당히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정규직화 쟁취 투쟁 선포

이날 10주년 기념식에서 지회는 하나의 투쟁을 선포했다. ‘10년, 이제 정규직 쟁취 투쟁으로’가 이날 기념식의 핵심 구호였다. 2011년 지회가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회는 이날을 기점으로 정규직 쟁취,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에 본격 나선다고 선언했다.

▲ 7월28일 지회 쟁의대책위원들이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순천=강정주

박정민 교선부장은 “지금까지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가 제대로 승리한 경험이 없다. 순천에서부터 사내하청 노동자의 승리, 비정규직 철폐 싸움을 만들겠다”며 “과정은 늘 힘들었지만 우리는져본 적 없다. 이번에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 결사 투쟁. 승리.”

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외치는 끝구호다. ‘결사 투쟁’ 뒤에 붙는 ‘승리’ 문구. 계속 승리의 역사를 쓰겠다는 굳은 의지로 더 힘차게 구호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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