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식 열사는 1979년 4월22일 충북 음성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박정식 열사는 음성중학교·음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3년 천안공업전문대 기계과를 졸업했다.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세화산업에서 관리자가 월차를 쓰겠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칼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며 살다가는 라인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아래 사내하청지회)를 설립했다.

2004년 사내하청지회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시작했다. 사내하청지회는 “제조업 생산 공정에 파견노동자 사용은 불법이다. 우리는 마땅히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이제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정식 열사는 2004년 현대자동차 아산 엔진공장의 사내하청업체인 한성기업에 입사해 성실히 근무했다. 대법원은 2010년 7월 현대자동차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박정식 열사는 현대자동차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2010년 8월 박정식 열사는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해 “대법원 판결대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현대자동차는 법을 지켜라”란 요구를 걸고 싸웠다. 2011년 3월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대부분이 징계를 당하고, 1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공장 밖으로 쫓겨나올 때 박정식 열사도 쫓겨났다.

▲ 2013년 9월5일 현대차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박정식 열사의 영정을 노제가 열리는 온양온천역 광장으로 운구하고 있다. 사진=신동준

박정식 열사는 1개월의 정직 기간 동안 아산시내 지역 선전전, 현대자동차 영업소 일인시위, 온양온천역 천막농성, 서울 서초서 집회신고 투쟁 등을 벌였다. 며칠씩 돌아가며 교대하는 노숙투쟁에 빠지지 않았고,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정식 열사는 징계가 끝나 현장으로 복귀한 후에 사내하청지회 선전부장과 사무장을 맡아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선봉에 섰다. 집행부 중 유일하게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항상 선봉에서 투쟁했고, 2013년 4월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75일간 노숙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2012년 8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과정에서 회사가 1천만 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급여를 가압류해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박정식 열사는 2013년 7월 15일 “같은 꿈과 희망을 쫓았던 분들에게 비겁한 겁쟁이로 불려도 좋다. 저로 인해 그 꿈과 희망을 찾는 끈을 놓지 마시고 꼭 이루시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2010년 8월부터 우리의 곁을 떠난 2013년 7월 15일까지 박정식 열사는 항상 웃으며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선봉에 있었다.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바람에도,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장마철의 매서운 비바람에도,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한여름의 다 태워버릴 듯한 더위에도,

박정식 열사는 항상 앞에 있었다.

 

[조시]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누가 날더러 죽었다고 이야기합니까

한여름 그 무더운 7월의 뙤약볕 아래

서른다섯 청춘을 잠시 내려놓고

나는 어디에도 없는 내 이름을 불렀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내 이름을 찾아 나는 살아있습니다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이날 이때까지 내가 살아왔는지

얼마나 뜨거운 분노의 거리를 내가 달려왔는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는

파업의 현장에서 노숙농성장 보도블럭에서

여전히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고

단단한 주먹으로 서 있습니다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50일이 넘게 꽁꽁 얼어붙은 냉동고에서

나는 이렇게 나의 두 발로 걸어 나왔습니다

나를 죽이고자 눈을 부릅뜬 자들 앞에서

내가 죽었다고 하지 말세요

나보다 먼저 죽어간 친구들 앞에서

내 영정을 놓고 한 송이 꽃을 바치지 마세요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내가 지나온 길은 죽음의 길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철폐투쟁 10년의 길입니다

대법원판결 이행 정몽구 구속의 길입니다

저 끝없는 광야의 시간이 멎은 길

빛나는 태양이 가리키는 대지의 길

내가 가혹하게 사랑했던 노동자의 길입니다

 

아,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한 눈물은 곧 나의 죽음입니다

죽어도 결코 이대로는 죽을 수 없는 나는

환한 내 웃음이 머물던 자리

정의와 승리가 피를 흘린 자리

그 자리를 내 목숨으로 영원히 지킬 것입니다.

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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