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2일 인천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면서 2014년 9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막을 시작으로 <지역별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의 전진기지>를 표방한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이 모두 문을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창조경제 관련 정책 중의 하나로 각 지역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낸다는 구상이다.

재미있는 것은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내 17개 대기업이 한 지역씩 담당해서 설립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든다. 과연 오직 수익창출을 근본으로 삼는 삼성, LG, 현대자동차, SK 등의 대기업들은 왜 이런 일에 뛰어 들었을까? 당연히 정부의 압력과 간섭이다.

알려진 바는 없지만 주변의 여러 정황들을 상상해 보면 분명 정부의 누군가와 재벌간에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삼성그룹은 대구를 담당하고 CJ는 서울을 담당하고 강원도는 네이버가 담당하도록 조정했을 것이다. 더구나 그룹의 주력 산업을 기반으로 해서 KT는 IT서비스, 롯데는 유통과 관광 등의 종목까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정리했을 것이고 어떤 그룹은 얼마를 내고 어떤 그룹은 얼마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지시했을 것이다.

▲ 2014년 9월16자 조선일보 1면.

신자유주의 사상을 배경으로 기업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의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가 실상은 외국에서 돈 벌어오기도 바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정권의 치적을 완성하겠다며 동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재벌 총동원령이다.

군사정권 시절 정권 유지를 위해 소위 <통치자금>을 거둘 때도 상위 몇몇 재벌그룹만이 대상이었다. 몇 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대선자금 마련을 위해 재벌들에게 손을 벌렸을 때도 지역 연고의 몇몇 재벌에 국한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욕을 먹는 MB정권의 4대강 사업도 토목, 건설에 관련한 몇몇 기업과만 연계 돼 있었다. 전통 재벌 삼성, LG, 현대 뿐 아니라 신흥 IT기업집단으로 등장한 다음카카오, 네이버 등의 신흥자본까지 총동원해 정권의 치적 쌓는 일에 동원한 것은 유일무이하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정권의 성과를 위해 기업을 동원하는 상황에 대해 모든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날 전국 모든 신문이 이 소식을 1면에 전했다. 소식을 전할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총수의 다정한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싣는 것은 기본이고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희망 섞인 기사까지 쏟아냈다. 왜 일까? 바로 광고비, 돈의 힘이다.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여는 날 17개 재벌은 전국 주요 일간지에 신문광고를 집행했다. 전국주요 일간지에 15단 전면광고를 집행하는데 보통 10억 원 내외가 들어간다고 한다. 17개 그룹이니 모두 170억 원 이상의 광고비가 이번 창조경제혁신센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언론사의 광고비, 즉 수익으로 잡힌 것이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광고비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재벌그룹을 동원해 펼치는 정권의 치적사업의 부수효과로 언론사들은 짭짤한 광고비를 챙겼다. 그 보답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고.

사실 재벌과 정권의 유착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젠 광고비를 매개로 하는 언론과의 유착, 새로운 정경언 유착이라고 해야 할까? 박근혜 정부는 재벌 총수를 검찰 앞에서 두려움에 떨게 하면서 순종시키고 배고픈 기자들에게는 광고비라는 당근을 주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그 어느 정권보다도 더 교활하게도.

김범우 / 광고회사 노동자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