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안성이다. 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분회가 회사의 공장 안성 이전을 저지하는 투쟁을 다시 시작했다. 분회는 6월30일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노숙농성 열흘째인 7월9일,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분회 김선희 여성부장과 나미자 대의원을 만났다. 나미자 대의원은 “사장은 우리가 제 발로 회사 떠나게 만들기 위해서, 노조탄압 하려고 매번 안성 이전한다며 협박한다. 다시는 안성 얘기도 꺼내지 못하게 확실히 끝을 내겠다”고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10월24일 분회는 6개월 파업 투쟁 끝에 조합원 전원 서울 발령 등을 회사와 합의했다. 지난해 11월28일 조합원들이 현재 일하고 있는 서울 공장으로 출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5월, 회사는 합의를 뒤집고 안성으로 공장을 다시 이전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여섯 달 만에 안성 재 이전 통보”

합의서에 도장은 찍었지만 회사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전할 서울 공장을 노사가 공동답사 하기로 했지만 이때부터 회사는 노조 의견을 묵살했다. 나미자 대의원은 “공장 평수나 휴게공간 등 괜찮은 장소를 분회가 추천하면 회사는 매번 반대했다. 결국 분회가 반대하던 곳을 회사가 논의 없이 계약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분회가 사무실 일방 결정에 항의하자 임태수 사장은 “내가 내 돈으로 밥을 삽니다. 그러면 메뉴는 누가 정하죠?”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회사가 계약한 공장은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사는 23명이 일하기 턱없이 좁은 공간에 독서실에서 쓸법한 책상을 늘어놨다. 의자에 앉아 일하면 의자를 뒤로 뺄 공간도 없다. 양쪽 벽면에 책상이 붙어있고 가운데 작업할 물건 박스가 가득 쌓여있다. 움직이려면 박스를 넘어 다녀야 한다. 김선희 여성부장은 “상가건물 사무실을 임대했다. 상가 입주한 사람들이 왜 이런 회사가 사무실을 임대했는지 의아해한다”고 말한다.

▲ 나미자 대의원은 “합의하고도 몇 달 만에 뒤집는 회사 태도에 조합원 모두 분노하고 있다. 회사를 믿을 수 없다”며 “수시로 안성 이전을 얘기하며 조합원들 협박하는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안성으로 가지 않는다. 순환근무도 할 수 없다. 이번에 제대로 싸워서 확실히 우리 일터를 지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형석

창문이 없고 환기시설도 없다. 작업을 하면 본드 등 냄새가 많이 나는데 환기를 할 수 없다. 김선희 여성부장은 “환기를 못하고 좁은 공간에 일하니 오후가 되면 어지럽다. 다들 두통약을 먹어가면서 일한다”고 설명한다. 김선희 여성부장은 작업 하다가 어지러움증이 심해 바깥 공기를 쐬러 나가던 중 쓰러진 적도 있다. 공기청정기 설치를 한 달째 요구했지만 회사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때였다.

다른 조합원이 김선희 여성부장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에 찾아온 사장은 ‘노조에 빌미를 줄 수 없다’는 이유로 병원비도 지급하지 않았다. 다음 달 임금명세서를 확인해보니 회사는 병원에 입원한 김선희 여성부장, 여성부장을 병원으로 옮긴 조합원의 임금을 삭감했다.

온풍기나 에어컨을 설치해달라고 하면 회사는 온도계를 사무실에 뒀다. 현장에 있는 관리자가 온도계를 체크해 사장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렇게 한 달 이상이 지나서야 온풍기, 에어컨을 설치했다.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김선희 여성부장은 “현장을 개선해달라고 하면 사장은 늘 ‘냄새 하나도 안 난다.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한 두 달에 한 번, 잠깐 왔다가는 사장이 불편할 게 뭐가 있겠느냐. 하루 종일 일하는 우리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장님만 편하면 괜찮나요?

조합원들에게 시급히 필요한 요구 중 하나가 휴게실이다. 나미자 대의원은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공간을 휴게실이라고 줬어요. 조합원들이 거부하니까 우리에게 회사가 제공한 휴게실을 인정하라면서 ‘휴게실’ 세 글자를 직접 적어서 붙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선희 여성부장은 “작업장 냄새 안 나고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을 달라는데 회사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라는 자는 현장에 직접 와서 ‘휴게실에 대한 다른 기준이 없다. 회사에서 제공한 휴게실을 인정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하고 돌아갔다.

휴게실을 요구하자 회사는 현장에 음식물 들이지 못하게 했다. 밥 먹을 공간이 마땅치 않던 조합원들은 결국 작업 현장 앞 건물 복도에 나와 점심 식사를 했다. 나미자 대의원은 “최저임금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매일 식당에서 밥을 사먹느냐. 밥값 아끼려고 도시락 싸서 다니는데 밥 먹을 공간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분회가 회사의 공장 안성 이전을 저지하는 투쟁을 다시 시작했다. 분회는 6월30일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7월9일 김선희 여성부장과 나미자 대의원이 농성장에서 회사의 노조탄압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형석

논란이 일자 회사는 한 달 만에 음식물 반입 금지 조치를 철회했다. 현장 안으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식사 공간이 없는 현실은 여전하다. 잔뜩 쌓인 박스 위에 신문지를 깔고 서서 밥을 먹고 있다.

서울로 공장을 이전한 후 회사는 또 다른 노조탄압 카드를 들이밀었다. 조합원들은 예전부터 포장부서 전체 업무보고서를 작성해왔다. 서울 이전 후 회사는 돌연 개인 작업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개인 성과를 체크해 면담을 하겠다는 이유를 댔다.

조합원들이 거부하자 회사는 ‘순응계약서’를 강요했다. 어느 날 조합원들이 오전 작업을 끝내고 밖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온 사이 회사는 현장 문을 잠궜다. 관리자가 현장 출입구를 앞에 서서 ‘순응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했다. 개인 작업보고서 작성 등 회사의 작업 지시를 무조건 따르겠다는 내용.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고용노동부 중재 아래 이틀이 지나서야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투쟁으로 서울 이전을 쟁취했지만 출근하는 하루하루 조용할 날이 없었다. 환경 개선을 요구하거나 회사의 부당한 방침에 항의하면 ‘이러면 안성으로 다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협박이 돌아왔다.

 

“순응계역서 써야 현장 출입”

나미자 대의원은 “사장은 자신이 우리에게 서울 이전이라는 큰 선물을 줬는데 왜 고마워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우리 요구를 들어줄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면서 “서울 이전은 선물이 아니라 당연한 복지다. 환경 개선도 최소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일 뿐이다”라고 회사 입장을 반박했다.

늘 안성 이전을 운운하던 회사는 5월12일 MBC <PD수첩>이 레이테크코리아 상황을 방영한 직후 ‘안성 재이전’을 공식 통보했다. 당시 <PD수첩>은 복도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조합원들의 내용을 다뤘다. 임태수 사장도 인터뷰를 했다.

▲ 김선희 여성부장은 “사장은 예전부터 징계를 하고 싶었는데 안 했던 거라며 보복성 징계가 아니라고 했다. 지방노동위원회에 가서는 ‘완전히 보복성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며 스스로 보복성 징계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김형석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식당을 제공하지 않고 밥을 사먹으라며 지급하고 있는 식대를 계산하면 한 끼에 4천원이 조금 넘는다. 취재를 하던 PD가 사장에게 “4천원으로 요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느냐”고 묻자 사장은 “나는 점심을 먹지 않는다. 먹어도 조금만 먹는다”고 대답했다. 이 인터뷰 내용이 나갔다. 이틀 만에 회사는 안성 재이전과 조합원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보했다. 회사는 조합원 열한 명 에게 징계통지서를 줬다. 징계 사유는 이미 합의까지 끝난 지난해 파업이었다.

누가 봐도 보복성 징계와 안성 재이전 추진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김선희 여성부장은 “사장은 예전부터 징계를 하고 싶었는데 안 했던 거라며 보복성 징계가 아니라고 했다. 지방노동위원회에 가서는 ‘완전히 보복성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며 스스로 보복성 징계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안성 이전 발표 후 회사는 아직 구체적인 통보를 하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일부 인원을 빼서 안성 공장으로 순환근무를 가라고 강요하고 있다. 나미자 대의원은 “순환근무를 할 이유가 없다. 회사가 순환근무를 하라는 이유는 하나다. 조합원 몇 명이든 안성공장에 가면 서울 공장에 공간이 생기니 그 곳을 휴게공간으로 쓰라는 것”이라고 회사의 의도를 지적했다.

 

보복성 징계, 안성 이전 통보

조합원들은 회사의 안성 이전 방침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김선희 여성부장은 “회사가 공장을 안성으로 옮기고 67명이던 노동자가 20명으로 줄었다. 회사는 우리를 안성에 보내서 오래 일하게 할 생각이 없다. 노조탄압이고 우리를 괴롭혀 스스로 회사 그만두게 하려는 속셈이다”라고 규탄했다.

김선희 여성부장은 “우리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루 생산물량을 맞추려고 정말 쉴 새 없이 일한다. 그냥 조용히 내 자리에서 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그냥 일하고 싶다”며 “환경을 개선할 수 없으니 안성으로 가라고 하지 말고, 최소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회사가 해야 할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나미자 대의원은 “합의하고도 몇 달 만에 뒤집는 회사 태도에 조합원 모두 분노하고 있다. 회사를 믿을 수 없다”며 “수시로 안성 이전을 얘기하며 조합원들 협박하는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안성으로 가지 않는다. 순환근무도 할 수 없다. 이번에 제대로 싸워서 확실히 우리 일터를 지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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