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와 배재형 열사의 부인 등 하이디스지회 대만원정단(아래 원정단)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대만 영풍위그룹 호쇼우추안 회장 집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면담을 기다린 지 29일로 나흘이 지났다.

영풍위그룹은 나흘동안 원정단을 찾아오지 않았다. 영풍위그룹은 면담 요구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으면서 배재형 열사 죽음의 원인을 감추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행태를 보였다.

▲ 5월29일 대만 영풍위그룹 호쇼우추안 회장 집 앞에서 하이디스지회 대만 원정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배재형 열사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를 규탄했다. 하이디스지회 투쟁을 지지하는 대만 노동,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살인자 영풍위그룹은 당장 대화에 나와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타이페이=강정주

한국에서 전인수 하이디스 사장이 열사 죽음에 대해 ‘노노 갈등 때문에 죽은 것’이라는 입장을 배포한 26일, 대만의 이잉크도 그와 같은 맥락의 입장서를 발표했다. 이잉크는 지회가 불법 공장 점거를 하고 가스폭발 위험을 유발했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며 ‘지회가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고 사안에 대한 대화는 한국에 가서 하이디스와 진행하라’며 원정단의 요구를 묵살했다. 심지어 열사가 참석하지 않은 회의를 거론하며 열사 죽음을 노노 갈등으로 매도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을 밝혔다. 전인수 하이디스 사장의 주장 그대로다.

원정단은 5월29일 오전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영풍위그룹 호쇼우추안 회장 집 앞에서 회사의 입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5월29일 기자회견에서 이상목 하이디스지회장이 대만 이잉크와 한국 하이디스 전인수 사장이 발표한 입장서의 거짓말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타이페이=강정주

이상목 하이디스지회장은 “배재형 열사가 죽은 지 20일이 다 되간다. 부인이 국경을 넘어 이 곳까지 찾아왔음에도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거짓말과 악선전으로 일관하는 자본의 행태를 규탄하고 우리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이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이상목 지회장은 “전인수 하이디스 사장의 거짓말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상목 지회장은 “나는 지난 3월 해고됐다. 다음달이면 하이디스에서 일한 지 20년이 된다”며 “나와 조합원들은 모두 정년까지 하이디스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공장을 파괴할 일도 없고 회사가 주장하는 불법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회사 주장을 반박했다.

▲ 5월29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만 시민이 영풍위그룹이 노동자를 죽였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타이페이=강정주

이상목 지회장은 “회사는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5월6일 접수하겠다며 조합원과 나에게 희망퇴직하라고 압박했다. 우리는 고용보장을 원한다. 돈 때문에 희망퇴직을 할 거라면 이 싸움을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정단은 배재형 열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영풍위그룹과 하이디스의 잘못된 정리해고와 공장폐쇄에 있음을 다시 밝혔다. 원정단은 “회사는 온갖 자료를 들이밀며 노노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잘못된 정리해고가 아니었다면 열사는 죽지 않았다. 유서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목숨까지 바치며 남긴 하이디스지회 투쟁 승리에 대한 뜻을 더럽히지 말라”고 강조했다.

원정단은 “거짓 선전으로 진실을 감출 수 없다. 책임을 회피하지말고 당장 유족과 하이디스 노동자들과 만나자”고 영풍위그룹에 재차 면담을 촉구했다.

▲ 5월29일 나흘째 호쇼우추안 회장 집 앞에서 노숙을 하며 대화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배재형 열사 부인이 기자회견 내내 열사 영정을 꼭 안고 있다. 타이페이=강정주

이날 기자회견에 많은 대만 노동, 시민단체 회원과 하이디스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배재형 노동자를 억울하고 잔인하게 죽인 영풍위그룹은 당장 나와 유족과 노동자들을 만나라”고 요구했다.

원정단은 ▲배재형 열사 죽음에 대한 책임 인정과 책임자 처벌 ▲공장폐쇄·정리해고 철회 ▲유가족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25일부터 원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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