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9일 이명박의 회고록『대통령의 시간』이 나왔다.

누가 그 책을 사볼까 싶어서 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보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가 있었다. 보통 독자들의 추천과 좋은 평이 많은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그 온라인 서점의 독자 100자평은 대부분 악플 그 자체였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 중에 이런 악평을 듣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이 있을까? 노이즈마케팅이 성공한 건가 싶다.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을 썼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명박에게 감히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다. 성과를 부풀리거나 ‘그래도 잘했다’ 이야기를 들을 만한 것만 골라 써도 욕을 먹었을 텐데, 아예 덮어놓고 사실을 왜곡하고 처참한 실패와 예산낭비로 드러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자화자찬 일색이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이명박은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로 믿는 ‘공상허언증’에 걸린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좋은 병원을 소개해 줘야 하는 게 아닐까?

▲ 16개보는 홍수예방, 수질개선, 수생태계 복원에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수질과 수생태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며 보가 있는 상태에서 수질개선을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음이 판명 났다. 본포취수장 옆 낙동강에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녹색연합> 제공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이명박이 이 사업에 대해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종종 기사화되곤 했다. 녹조가 생기는 이유는 ‘강이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황당무계한 말을 했다. 4대강 자전거 길을 따라 시원한 바람 맞으며 자전거 타고 있다고 자신의 SNS에 인증샷을 올린 건 4대강에 등장한 ‘큰빗이끼벌레’로 시끌시끌할 때였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 ‘이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고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4대강 사업 찬동 인사들을 불러 ‘4대강 사업의 성과는 역사가 알아줄 것’이라고 격려하면서 감사원을 비판했다.

4대강 사업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단지 환경단체들만의 주장이고 일시적인, 일부의 문제만으로 전체를 호도하지 말라는 이명박의 어법은 시종 일관이었다. 그런데 이번 책에선 좀 더 나갔다.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이미 판명된 치수, 용수, 기후변화 대응 등 4대강 사업 목적에다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이유를 갖다 붙였다. 2008년 11월 세계 정상들이 모여 세계 금융위기 진화를 논의할 때 자신은 경기부양과 일자리창출을 위해 4대강 사업을 구상했다는 것.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이미 전부터 진행하고 있던 사업이었다.

4대강 준설로 나온 모래와 자갈을 팔아 공사비로 쓰려 했으나 쓰레기가 너무 많아 판매하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개그도 이런 개그가 없다 싶었다. 물론 쓰레기가 나온 건 사실이다. 준설토의 양은 4억4천만 톤인데 쓰레기는 286만 톤으로 1%도 안 되는 양이었다. 준설현장에서 모래와 자갈에 쓰레기가 섞여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그게 너무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강 유역의 기존 준설업자들을 모두 실업자로 만들면서 수심 6미터까지 준설작업을 해서 8조원의 이익을 얻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국고 수입은 4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뭄 때 4대강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였다는 말은 정말 이 사람이 우리나라 땅에서 살아본 사람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이명박이 아무리 부인해도 이미 감사원 감사결과를 통해, 그리고 지난 연말 국무조정실 아래 구성된 4대강사업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낱낱이 드러났다. 16개보는 홍수예방, 수질개선, 수생태계 복원에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수질과 수생태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며 보가 있는 상태에서 수질개선을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음이 판명 났다. 무엇보다 보의 안전성에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한다.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16개보 중 9개를 조사했다. 이 중 6개보에서 보에 균열이 생겨 물이 새는 파이핑 현상, 지반침하, 기초침하 등을 지적했다. 더구나 보의 수문개폐장치는 정상 작동하지도 않았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험천만한 댐이 지금 4대강 중간 중간에 서있고 홍수가 났을 때 수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명박이 써야 할 글은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 반성문, 진술서이며 이 글을 발표하는 자리는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법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정명희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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