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6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23세의 젊은 여성노동자가 백형병에 걸려 사망했다. 고 황유미 씨. 황유미 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는 산재 신청을 시작으로 직업병 인정 투쟁을 벌였고 지난해 9월 법원으로부터 산재 인정 판결을 끌어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은 2008년 3월6일 황유미 씨의 1주기 추모제를 시작으로 매년 3월 첫째 주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 추모주간’을 진행하고 있다. 반올림은 올해 8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의 뇌종양 산재 인정과 진상규명 투쟁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반올림은 3월2일 오전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주기 추모주간을 선포하며 삼성반도체,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노동자 네 명에 대한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 3월2일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열린 '고 황유미 8주기,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 추모주간 선포와 뇌종양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에서 산재신청 당사자인 신효선 씨가 작업 환경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노조 노동안전보건실 제공

이날 산재 신청서률를 접수한 신효선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4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다. 6년 가까이 반도체 조립공정 중 후공정인 MVP공정에서 3교대 근무를 했다. 신효선 씨는 생리불순 등 몸에 이상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고 2014년 뇌하수체선종 진단을 받았다. 반올림에 따르면 신효선 씨가 일하던 공정은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공정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는 작업이다. 반도체 칩을 직접 취급하며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된 채 일한다.

같은 시기 신효선 씨와 같은 공정에서 일했던 정 모 씨도 뇌종양이 생겼다. 이들이 일했던 MVP공정의 앞공정인 MBT공정에서 일했던 노동자 네 명도 뇌종양 발병 제보를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이들 중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2012년 사망한 이윤정 씨에 대해 산재 인정 판결을 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렸다는 노동자들의 제보는 24건이다. 노동자 여덟 명은 이미 사망했다. 반올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갈수록 뇌종양 피해 노동자가 늘어난다. 집단산재신청을 시작으로 전자산업 뇌종양 진상규명 싸움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반올림은 “뇌종양 외에 현재까지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제보자는 322명에 달한다. 이 중 260건이 삼성 계열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제보”라며 “가장 많은 산재 피해 노동자와 산재 사망을 유발한 삼성전자는 아직도 피해자들의 죽음과 고통에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종란 반올림의 노무사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협소한 기준을 내세우며 일부 백혈병에 대해서 보상하겠다고 한다. 뇌종양은 직업병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형식적인 재발방지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삼성의 행태를 규탄했다.

삼성LCD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는 “젊은 나이에 건강검진을 다 받고 삼성에 입사했다. 건강했던 아이가 뇌종양에 걸렸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직업병이 아니라고 한다”며 “직업병 걸린 사람을 외면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이냐. 공단은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산재 승인 결정을 촉구했다.

반올림은 8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3월4일 14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노동자 증언대회를 연다. 6일 19시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고 황유미 8주기와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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